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실크로드] 난주, 장액

 

실크로드

별을 쫓아 사막을 넘다

실크로드, 그 이름만으로 여행자들에게 묘한 설렘과 도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길.

지난날 실크로드로 모여들었던 대상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길이 없지만 비단을 싣고,

 

사막의 별을 쫓아 먼 길을 떠난 그들의 발자취를 다라 걷는 길 위에는 그들의 숨결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蘭州市

중국 영토의 심장, 난주시

  난주는 중국 영토의 심장부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교통과 국방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또한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로 황하를 따라 중국, 유럽, 중동 사람들이 함께 뒤섞였다. 중원에서 서역으로 갈 때, 또 서역에서 중원으로 들어올 때 반드시 거쳐 가던 800km에 달하는 하서회랑의 시작점으로 지난날 대상들이 서역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던 곳이다. 실크로드와 함께 발전한 1400년 고도에서 서역으로 향한 대상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본다.

黃河母親像

어머니의 강, 황하모친상

  중국 북부를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하는 황토대지로 이루어진 감숙성에서 흙탕물로 바뀐다. 난주시로 들어서니 도시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는 황하게 시원스레 펼쳐진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누런 황하의 모습에서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거대한 황룡이 연상된다. 황하는 문명의 젖줄로서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황하문명을 탄생시킨 곳으로, 오래 전부터 수많은 고대  국가들이 황하 강변에 수도를 마련했다. 황하가 없는 중국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래서 중국인들은 황하를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른다. 

  난주시의 황하 강변에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황하 모친상이 있다. 인자한 표정의 여인이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있고, 여인의 품에서 해맑게 미소 짓는 아기가 엎드려 있는 모습. 


'누워있는 여인이 황하, 아기는 중국인들을 의미한다.'

  

  황하모친상 주변으로 강을 따라 공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푸른 가로수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강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벤치에 저마다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난주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전해진다.

水車大觀園

물레방아 공원

  황하모친상에서 멀지않은 황하강변에 거대한 물레방아들이 돌아가고 있는 물레방아 공원이 있다. 물레방아는 황하의 물을 퍼올려 농업용수로 사용하게끔 시작한 것으로 명나라 때부터 만들어져 1952년까지 250개가 넘게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中山橋

황하 최초의 철교, 중산교

  황하모친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산교가 있다. 중산교는 1907년 독일인에 의해 지어진 철교로 황하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다리라고 하여 황하제일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100년이 넘은 철교는 옛 모습 그대로 투박하지만, 꾸밈없는 그 모습이 다리 아래로 쉬지 않고 세차게 흘러가는 황하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중국인, 하얀 모자를 쓴 회족 중국 내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그리고 외국 관광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 모여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리의 끝에서 끝을 오가며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하고, 난간에 기대어 오랜 세월 덧없이 흐르는 황하를 바라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중산교를 즐긴다. 거세게 흘러가는 황하와 그 위를 달리는 모터보트의 모습이 시원스럽다. 중산교 너머로 백탑산이 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 있는 백탑사는 원나라때 칭기즈칸의 초대를 받은 티벳의 승려가 몽고로 향하던 중 난주에서 병으로 사망하자, 승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칭기즈칸이 세운 사찰이다. 사람들은 산 정상에서 황하와 난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풍경을 보기 위해 백탑산을 오르는 수고를 마다 않는다.

五泉山

다섯 개 샘의 전설, 오천산공원

  오천산 공원 입구를 지나면 곽거병 장군의 동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기원전 2세기 초 한나라 무제의 명을 받고 곽거병 장군이 흉노 정벌 길에 올랐을 때, 난주에서 식수가 떨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장군이 타고 있던 말이 유달리 심하게 발을 굴렀고, 이를 본 장군은 말이 발을 구른 다섯 곳에 각각 칼을 꽂았는데 그 자리에서 맑은 물이 샘솟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때부터 다섯 개의 샘이 솟아난, 오천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섯 개의 샘에서는 지금도 맑은 물이 샘솟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오천산 공원을 즐기는 각양각색의 모습들도 흥미롭다. 공원의 공터에서는 오와 열을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 베드민턴과 같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항상 볼 수 있다. 연못가 근처에서는 함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흥취를 더한다. 카드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붓글씨를 쓰는 사람들도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평화로운 한때를 즐기는 난주 사람들의 풍경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실크로드 여행에 앞서, 

감숙성 박물관

  감숙성은 중국의 시조인 복희와 여와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는 만큼 수많은 역사 유물들이 출토되는 곳이다. 감숙성 박물관에는 고생물 화석과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의 유물들 그리고 ·원·명·청 시대의 도자기와 비단. 한나라 시대 죽간과 불교 예술품 등 무려 35만여 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물은 한나라 장군의 무덤에서 발굴된 '마답비연상'이다. 하늘을 나는 제비를 밟고 달릴 정도로 빠르다는 천리마의 뜻을 가진 마답비연. 피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한혈마를 본 뜬 청동상으로, 그 크기는 작지만 청동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감이 넓은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張掖市

실크로드의 주요도시, 장액시

  장액은 하서회랑의 중간지점에 있는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이다. 장액이라는 지명은 흉노를 몰아낸 한무제가 '흉노의 팔을 꺾고 중국의 팔을 펼치다'라고 했던 말에서 유래했다. 

  난주에서 장액으로 출발한 열차는 왼쪽으로 만년설이 있는 기련산맥, 오른쪽으로는 고비사막을 끼고 달린다. 한참 동안 차창 밖으로 황량한 벌판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양과 말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초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척박한 땅에 흙집을 짓고 밭을 경작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모습이 여행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한 듯 다채로운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열차는 금세 장액에 도착한다.'


大佛寺

중국 최대의 실내 와불, 대불사

  감숙성은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본 장액은 예상보다 잘 정돈된 도시였다. 대불사는 1098년 서하지역 한족화 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불교 사찰로 대불사 앞 동그란 모양의 대문을 통해서 담기는 대불사 경내의 모습이 특별하다. 이곳에서는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와불을 모시고 있다. 약 35m에 달하는 이 와불은 중국의 실내 와불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유명한 이탈리아의 여행가 마르코폴로도 이곳의 웅장함에 미료되어 장액에 1년 정도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다. 

  불당 내부의 와불은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한 눈에 담기지 않는다. 덕분에 불상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씩 훑어가며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와불의 발가락 하나의 크기가 사람만하고, 열반에 든 석가모니의 표정은 더없이 평화롭다. 불상의 전신은 금으로 덮혀 있고, 일부는 채색되어 있다. 불상의 좌우로 재가한 남자와 여자 신도의 입상이 있고 뒤편으로는 부처님의 10대 제자상이 있어 열반의 자리를 경건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본당 뒤쪽으로 34m 높이의 흙으로 된 탑이 하나 서 있는데, 이는 티벳 불교의 영향을 보여준다. 대불사는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七彩山

7가지 색, 7가지 풍경. 칠채산

  장액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칠채산을 향해 출발한지 30분여, 차창 밖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 바위산들이 등장하고 버스 곳곳에서 크고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실크로드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봤던 칠채산의 사진 한 장. 층층이 다른 색으로 물든 바위 산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행성의 모습 같았다. 7가지 색을 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칠채산. 이곳의 정식 명칭은 '장액단하국가지질공원'이다. 단하라는 단어는 붉은 노을을 뜻하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지질운동을 거친 붉은색 사암이 풍화, 퇴적, 침식을 반복하며 빨강, 연두, 하얀 빛깔을 띠는 퇴적물로 굳어진 것으로 오랜 옛날 이곳이 바다였음을 짐작케 한다.


비 내리는 날의 칠채산은 빗물을 머금어 더욱 선명해지고, 햇살 좋은 날의 칠채산은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하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펼쳐진 색색의 구릉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각각 다른 모양과 빛깔을 보여주고 오직 대자연만이 빚어낼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유려하게 여울지는 구릉을 따라 물결처럼 흐른다. 


'압도라는 단어가 이곳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마냥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에 감동마저 밀려온다. 사막의 황량하고 거친 바위산도 그림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자연은 꽃과 나무가 있어야만 아름다울 거란 생각은 편견이었음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