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메테오라] 신과 가장 가까운 거리

M E T E O R A

어떤 간절함, 메테오라

일생동안 오로지 신을 위해 살았고 또 살고 있는 사람들.

신들의 나라인 그리스에서도 메테오라는 가장 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성지라는 일반적인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이 만들어 낸 걸작 중의 걸작이자 하늘에 닿기만을 바랐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보이는 곳, 메테오라

 

  메테오라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있다'라는 의미이다. 그리스 북쪽 테살리아 지방 칼람바카 마을의 평지 위에 기묘하게 박혀있는 운석들 무리의 꼭대기, 깍아지른 수직 절벽 끝에 위태롭게 수도원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사람들은 이곳을 '하늘의 기둥'이라고도 불렀다.

그리스 정교회 수도사들은 11세기부터 세상과 극도로 단절된 이곳으로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했으며 오로지 신과 함께 그리고 신을 위해 평생을 보내고 마감했다. 수도원들은 14세기부터 하나 둘씩 지어졌고 많을 때는 24개의 수도원이 있었지만 그동안 불안정한 지반 때문에 대부분 무너져왔고 현재는 다섯개의 수도원과 한 개의 수녀원만이 남아있다. 

 

'메테오라는 땅 위와 하늘 아래에서 인간과 신이 극적으로 만나는 곳이다.' 

  어두운 새벽, 아테네 거리에 나섰다. 메테오라까지 버스로 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지만 그리스의 지리적인 감각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수가 가장 적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테네의 중앙역인 라리사Lalisa역은 생각보다 작았다. 새벽부터 어디론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한 무리의 학생들로 대합실이 북적거렸지만 기차역의 미덕이란 또 이런 번잡함 속에 있는 것도 같았다. 아직 어스름한 아테네역, 사람들은 길에서 서성이며 커피를 마셨고 유독 담배를 많이 피웠다. 들은 바로는 아테네로 돌아오는 교통편을 미리 준비하라고 했으나 시간을 확정해서 여행하는 것만큼 의외로 부담스러운 여행이 없다. 기차는 알고 있던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왔다. 다소 이른 시간이고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객차 내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테네를 떠나자마자 대평원이 나타났고 꽤 오랜 기간동안 척박한 벌판이 이어졌다. 멀리 산 정상에는 벌써부터 눈이 희끗거렸고 그것은 마치 그리스식 샐러드에 뿌려진 페타 치즈처럼도 보였다.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메테오라로 올라가는 거점 마을인 칼람바카에 내렸다. 칼람바카는 터키어로 '칼렘'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는데, '좋은 전망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작은 마을로 들어오기 전부터 보이던 바위산, 그러나 바위가 아닌 수십억 년 전, 먼 은하로부터 떨어진 커다란 운석들의 묘한 자태와 풍경은 충분히 경이적인 감탄을 불러일으켰다역 앞으로 나왔다. 다소 쌀쌀한 기운이 있는 그리스의 북쪽지대 칼람바카, 아직 겨울의 바깥에 있는 시기였지만 공기 중에는 이미 차가운 입자가 떠다니고 있었다. 역 앞에서 택시 투어의 호객을 하는 사내들은 다소 어색한 듯 서로 등을 떠밀며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과 나 사이에 그저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는 주저함이 이어졌고 독일에서 수 년 동안 일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미카라는 이름의 청년과 60유로에 네 곳의 수도원을 세 시간 안에 도는 투어를 하기로 했다. 다른 택시 기사들은 조용히 손을 흔들어 우리를 배웅했다.

'그것은 메테오라로 오르는 순례자에 대한 정중한 배웅이었다.'

 

Agios Nikolaos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는 카스트라키 마을에 있는 수도원으로 메테오라 순례에 오르다보면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85m의 직각 바위 위에 있는 이곳은 오랫동안 외부 세계와 극도로 단절된 생활을 하며 깊숙이 은둔을 자처해 왔다. 오로지 신을 위해서라면 부족한 생활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자와 소식은 땅 아래로 연결된 도르래를 통해 받아왔다. 도르래는 이곳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이었던 셈으로 수도사들은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는 사명감으로 평생을 이곳에서 신께 귀의하며 보냈다.

 

  특히 이곳은 프레스코 풍의 성화가 있어 다른 수도원들과 경로가 다름에도 많은 방문자들이 우선적으로 찾는 곳이기도 하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은 마치 수도사들을 온 몸으로 호위하는 듯 메테오라를 지키고 있어 간절함은 바위에도 있어 보인다.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경건함은 어느 수도원과 비교할 수 없이 엄숙하다. 돌산을 통해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맑은 흙냄새가 순례자를 인도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 

<여름 4/1~10/31 09:00~15:30, 겨울 11/1~3/31 09:00~15:30. 금요일 휴관>

 

Agios Stefanos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이 수녀원은 다른 곳처럼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닌 돌다리를 건너 들어가기 때문에 그나마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수녀원이므로 기본적인 공간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이나 입장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지만,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칼람바카의 전경은 아기오스 니콜라오스에서 보았던 것과는 좀 더 다른 그림을 펼친다.

 

  절벽 바로 아래로 이어지는 전망대로 가면 저 아래 테살리아 평원을 지나 멀린 핀두스 산맥으로 시계는 아득하게 퍼져간다. 날이 좋을 경우 멀리 올림푸스산까지 보일 정도로 칼람바카를 드넒게 담고 있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빛을 받아 조용히 명상하고 또 각자의 기도를 드리며 이 엄숙하되 순수한 공간을 조심스럽게 채운다. 빛마저 계시처럼 느껴지는 곳. 바람마저 주문처럼 들리는 곳. 아기오스 스테파노스는 메테오라와 가장 정서적으로 닮은 곳이다.

<여름 4/1~10/31 09:00~13:30_15:30~17:30, 겨울 11/1~3/31 09:00~13:00_15:00~17:00. 월요일 휴관>


 

Varlaam

바를람

  14세기 바를람이라는 수도사가 절벽 위에 작은 예배당을 지은 것이 이 수도원의 시초로, 바를람 수도사는 생을 마칠 때까지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메테오라를 사진으로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수도원이며 종종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로 꼽히곤 한다. 절벽을 깎아 만든 통로와 돌계단을 통해 올라가며 예배당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므로 수도사의 경건한 지시에 따라 눈으로만 담아야 한다. 각별한 주의와 배려, 청빈하고 절제된 공간에는 의사소통을 스스로 손과 고개로만 진행하게 하는 고결함이 숨겨져 있다. 이 수도원의 바위에서 해양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되어 먼 과거에는 이곳이 바다 밑에 있었던 지역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여름 4/1~10/31 09:00~16:00, 겨울 11/1~3/31 09:00~16:00. 금요일 휴관>

 

Megalo Meteora

메갈로 메테오라

  '그레이트 메테오라'라고 불리는 곳으로 메테오라 수도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또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면으로부터 600m 높이의 바위 위에 위치해 외형만으로도 성스럽고 경외심이 느껴진다. 구름이 짙게 깔리고 안개가 깊은 날이면 메테오라 아래 지역에서는 그레이트 메테오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늘의 성인 셈. 하지만 그레이트 메테오라는 당분간 일반 대중에게는 오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간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수도사들 본연의 삶이 조금씩 희석되고 퇴화됐을 터. 이 엄중한 바위에 떠있는 신을 위한 공중 정원 앞에서 마땅히 출입이 제한되어야 하는 점은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은 외부와의 연결을 돌계단과 케이블로 하지만 예전에는 밑에서 올려주는 그물과 공중에 떠있는 나무 사다리만이 이곳과 세상을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길이었다. 내부에는 수도원에서 일생동안 살다간 수도사들의 유골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평생토록 기도를 하며 하늘에 오르기를 갈망했던 그들의 절박함.

그 믿음의 증거는 이곳에 머무는 바람처럼 이곳에 남아있다.

<여름 4/1~10/31 09:00~17:00, 화요일 휴관. 겨울 11/1~3/31 09:00~16:00. 화-수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