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강릉] 바람의 향기 그.대.로

G A N G N E U N G

솔향,  강 릉


이토록 몰랐던 강릉이라니.

강릉행을 결정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정동진 일출로 시작해 기차 여행으로 끝이 나던 것은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저마다의 향기를 담아내는 카페들과 여유로운 갤러리와 뮤지엄들은 여행자를 설레게 만들었다. 도로 위 이정표에 강릉이라는 이름이 보이기 시작하자 먼 거리를 달려온 피곤함이 파도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꽃을 바친다는 뜻을 가진 아름다운 해안도로 '헌화로'를 지나며 시리도록 파란 동해바다를 먼저 만났다. 이곳에서 겨울과의 더깊은 조우가 가능하리란 예상은 다행히도 빗나가지 않았다.


외로우니까, 커피 한 잔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지만 비릿함 대신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곳. 바로 안목해변이다. 바다와 가까운 거리에 횟집 대신 카페가 문을 열고 있는 이곳이 커피거리라 불린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 큰 규모의 도시가 아닌 강릉에 300개가 넘는 카페들이 문을 열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 유별나게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 외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커피거리 이전에 이곳을 지키고 있던 수많은 자판기 카페는 '길거리 카페'로 불렸다. 카페가 흔치 않던 시절, 자판기 커피 한 잔에 추운 몸과 마음을 녹였던 시간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해변을 향해 문을 낸 카페들의 등장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바리스타 1세대로 불리는 박이추 선생이 강릉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자판기 커피와는 전혀 다른 커피를 향기와 함께 음미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커피거리에 도착하자 구름을 가득 안은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눈여겨 봐두었던 카페의 문을 열자 거리의 서늘함은 따스한 커피 향에 밀려 저만큼 멀어졌다.

TERAROSA COFFEE

테라로사 커피공장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외진 곳에 대기석까지 갖춘 테라로사 커피공장이 있다. 좋은 원두를 구하기위해 과테말라와 에티오피아와 같이 먼 곳에 있는 농장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공장이었지만 이곳의 커피를 맛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커피와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카페이다. 테라로사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들을 구매할 수 있고 핸드 드립 커피와 갓 구운 빵도 맛볼 수 있다. 

<A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25 T033-648-2760>

KIKRUS COFFEE

키크러스

  높은 천장과 시원한 통유리가 눈길을 끄는 키크러스 카페. 매일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홈메이드 스타일로 신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는 물론 매장에서 직접 구워낸 쿠키와 빵 그리고 달콤한 케이크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2층에는 10명이 넘는 인원도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넉넉한 좌석도 준비되어 있다. 키크러스의 마스코트인 '키키'는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여운 강아지 모양의 디저트. 모양과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A강원도 강릉시 창해로 14번길 48-1 T033-653-6004>

BOSSANOVA COFFEE

보사노바

  안목해변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카페 보사노바가 정답입니다. 탁 트인 옥상에도 좌석을 놓아 해변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옥상카페가 운영 중이기 때문. 또한 좌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여느 카페와는 달리 편안함을 느껴볼 수 있다.

<A강원도 강릉시 창해로 14번길 28 T033-653-0038>

SANTORINI COFFEE

산토리니

  그리스 풍의 외관이 돋보이는 산토리니는 특화된 스페셜 티커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카페거리의 대표 카페. 스페셜 티와 스페셜 티 브랜드 커피를 맛볼 수 있고 케냐와 쿠바 등지에서 들여온 신선한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핸드 드립 외에도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과 젤라또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 카페거리 초입을 지키고 있어 찾기도 쉽다.

<A강원도 강릉시 경강로 2667 T033-653-0931>

PINOCCHIO

피노키오 미술관

  피노키오와 마리오네트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어느 수집가의 방을 구경하는 느낌이 드는 공간으로 관람을 위한 미술관의 정형화된 구조를 탈피했다. 

  마리오네트란 등, 다리, 손 등 아홉 군데에 줄을 매달아 인형극에 사용하는 인형을 말하는 것으로 줄을 많이 달수록 섬세한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마리오네트를 만든 작가들의 작품과 유럽 각국에서 수집한 개성 있는 마리오네트들이 자유롭게 설치되어 있다.

<A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T033-644-9411>

MUSEUM OF COFFEE

커피 박물관

  전 서계의 희귀한 커피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커피 박물관은 커피 거리와 함께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세계 각국의 독특한 커피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고 커피나무 재배에서부터 한 잔의 커피가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커피나무 묘목 심기, 터키쉬 커피 만들기와 같은 워크숍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A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806-5 T033-645-0592>

MUSEUM OF MOVIE

영화박물관

  박물관의 설립자인 손성목 관장이 55년간 세계 30여 개국을 방문해 직접 수집한 소장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영화박물관에는 영사기, 촬영기, 영화관련 부속자료 등 희귀품들이 많다. 특히 변화하는 박물관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30%이상의 전시품들을 교체, 전시하고 있어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1층에 마련된 음악 감상실에서는 주옥같은 영화음악들을 해당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극장용 음향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풍성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영화의 시작을 알렸던 에디슨 영사기인 '키네토스코프'는 박물관의 자랑거리이다.

<A강원도 강릉시 경포로 371번길 T033-655-1130>

   

MUSEUM OF REAL SOUND

참소리 축음기박물관

  1982년 '참소리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곳은 1992년 박물관으로 정식 개관하며 또 하나의 특화된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어린 시절 선물 받은 콜롬비아 축음기가 인연이 되어 평생을 축음기 수집가로 살아온 관장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더욱 의미가 있는 전시품들이 많다.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이라는 이름답게 뮤직박스, 축음기, 라디오, TV 등 2,500여 점에 이르는 축음기 시대의 물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동해부터 경포호수까지 내다볼 수 있는 옥상 전망대의 경관도 무척 아름답다.

<A강원도 강릉시 저동 36 T033-655-1130>


 

'새해 처음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며 찾아오는 

 엄청난 인파 속에 언젠가 나도 섞여 있었다.

 그때는 정동진이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 줄 미처 몰랐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보다 더 많은 인파에 가려진 바다는 

 파도 소리만으로 귓가를 맴돌았다.'

 

언제나 그리운 바다, 정동진

  바다를 끼고 달려가는 철도 노선은 많지만 정동진역처럼 해안가와 인접해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여전히 정동진을 떠올리면 첫사랑처럼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정말로 첫사랑과 이곳에 다녀간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는 여전히 정동진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단지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등장했을 뿐인데 이름없던 한가로운 어촌 마을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곳으로 남았다. 아마도 드라마 촬영장소가 관광지로 유명해진 것은 정동진이 처음일 것이다. 그 후 수많은 사람들이 정동진을 찾아왔다. 연인과 함께 온 이들도 있었고, 헤어진 후 홀로 온 이들도 있었다. 새해 처음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며 찾아오는 엄청난 인파 속에 언젠가 나도 섞여 있었다. 그때는 정동진이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줄 미처 몰랐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보다 더 많은 인파에 가려진 바다는 파도 소리만으로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정동진에서 비로소 겨울바다의 잔잔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정동진 역 주변을 거니는 몇명의 사람들조차 그림 속 정물처럼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10년 만이었다.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대학생 무리 속에 지난 시절의 내가 있었다. 그래서 이토록 늘 이곳이 그리웠던 것일까. 다시 10년이 흐르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 날을 위해 정동진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었다.

 

오랜만에

시 찾은 정동진에서

비로소

겨울바다의 잔잔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꿈 수집가, 하슬라 아트월드

  카페거리를 지나 율곡로를 달리다 보면 호젓한 산 속에 하슬라 아트월드가 있다. '하슬라' 외래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릉의 옛 이름이라는 말에 새삼 다시 불러보게 되는 이름이다. 누가 이렇게 예쁜 이름을 붙여주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율곡로를 달렸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산길을 오르자 거짓말처럼 아트월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외공원에서 바라본 동해는 어쩐지 겨울바다처럼 차갑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해안절벽 위에 예술가들의 독특한 작품들이 자연에 기대어 쉬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 


 

  하슬라의 의미가 '해맑음'이라 했던 이유를 아트월드 야외공원에서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었다. 동해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마치 바다 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회화부터 공예, 조각까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들을 자연과 함께 감살 할 수있다. 정동진과 커피거리, 그리고 이름조차 로맨틱한 하슬라 아트월드가 있어 강릉의 해안도로는 겨울이면 더욱 달리고픈 낭만가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