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질 무렵, 다낭
봄의 꽃, 단풍의 가을, 시린 겨울의 눈송이 그리고 뜨거운 여름은 바다라서. 그 계절이 제철인 베트남이므로 등줄기를 할퀴는 더위와, 덕분에 더 진득해진 쌀국수의 국물은 이미 예상했던 맛. 이맘때쯤 어느 베트남의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다낭일 텐데, 달뜬 저녁 불꽃은 의외였다. 피어났다 흩어졌다, 민들레처럼.
불 튀는 밤, 다낭 국제불꽃축제
쩐 흥 다오(Tran Hung Dao)는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는 베트남의 영웅이다. 소수 병력으로 13세기 당시 있었던 몽골의 침략을 막아냈다.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다낭엔 그의 이름을 빌린 길목이 있다. 그곳이 바로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는 ‘다낭 국제불꽃축제(DIFF, Danang International Firework Festival)’의 관람명소다. 그리 넓지 않은 길목에 꽉 들어찬 여행자들의 무게는 쩐 흥 다오에게 버거워 보였다. 사방이 사람이고, 물러날 수도 없다.
올해 다낭 국제불꽃축제는 베트남, 중국, 러시아, 브라질, 영국, 벨기에, 핀란드, 이탈리아 등 8개의 팀이 참가해 ‘강물의 이야기(Stories by the Rivers)’를 주제로 경합을 펼쳤다. 결국 한강(Song Han)에 마지막 불꽃을 피워낼 팀은 핀란드와 영국. 7월6일 열린 결승전에서 화끈하게 불붙었다. 축제 기간 동안은 약 8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이 마련된다. 좌석은 30만동에서 최대 200만동까지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관람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있으니, 퇴근길이 떠오른다. 늦은 저녁, 붐비는 서울 광화문역의 생기로운 발걸음, 한시라도 빠르게 벗어나고 싶어 떠는 부산스러움. 웬걸, 바로 그거다. 폭죽이 어두운 하늘을 가른다. 말라 있던 입을 ‘쩍’ 벌리며 뱉은 찰나의 탄성, 하늘만큼 검었던 이들의 동공에 불꽃 핀 다낭을 칠한다. 이윽고 들려오는 옆 좌석 아이의 감탄, 그 탄성을 듣곤 한숨을 푹 쉬었으니 ‘내게 남은 순수함은 사라졌구나’ 싶어서 샘을 부렸다. ‘저게 다 얼마야?’ 참았어야 했는데, 뱉어 버렸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해 보면 폭죽의 가격은 물론 크기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대체로 비싸다. 서울 불꽃축제의 경우 폭죽가격과 한강 바지선 임대료만 25억을 지불했단다. 500m를 솟구쳐 400m 크기의 불꽃을 만드는 대형 폭죽 같은 경우는 한 발 가격이 자그마치 3,500만원에 달한다. 지금 내 눈앞에서 황홀하게 전사하는 불꽃을 그저 아름다운 불꽃으로 보기 위해선 때가 묻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저 아이의 순수함을 닮아야 하는데. 힐끔, 아이를 따라 짧은 목을 길게 뺐다. 불꽃에 닿아 보고자 하늘에 손도 뻗었다. 그리곤 홀로 자조를 느꼈으니 아이는 불꽃을 보며 피어나는 꽃 같다는데, 내겐 흩어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느껴진다. 활짝 피었다가, 흩어졌다. 아름다운 것은 마찬가지니 그저 웃음 지을 수밖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7월의 다낭, 핀란드와 영국의 불꽃 튀는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영국의 불꽃은 화려했고, 핀란드의 불꽃은 조화로웠다. 결과는 역시 조화로운 것이 아름다웠다.
Food
응온(Ngon, 맛있다) 소리 절로 나오는 음식들. 실패할 수 없는 다낭의 맛, 3곳을 모아 봤다.
1. 보양 비빔국수 벱짱 Bep Tran
‘베트남 국수는 국물이지’라는 말, 공감한다. 하지만 다낭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통의 ‘쌀국수’는 소나 닭을 넣고 펄펄 우려낸 국물에 고수를 가득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낭에 왔다면 조금 다른 국수를 제안한다. ‘미꽝(Mi Quang)’이다. 미꽝은 ‘베트남 중부 꽝남 지역의 국수’라는 뜻이다. 넓적한 국수와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등 자작하게 끓여 낸 노란 국물에 비벼 먹는데 한마디로 비빔국수인 셈이다. 다낭 전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보양의 느낌을 따라 찾아갈 필요가 충분하다. ‘벱짱’의 ‘미꽝’을 추천한다. 다낭 현지인들조차 미꽝이 맛있는 집이라고 손꼽는다. 벱짱의 미꽝은 특별하다. 닭과 새우, 뱀장어 등을 넣어 푹 끓여 낸다. 아, 개구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이 좋은 재료들을 모두 푹 끓여 내면 잘 끓인 닭 육수 맛이 난다. 물론, 기름이 많아 조금 무겁지만 노란 계란 면에 비비기에는 딱 좋은 기름기다. 미꽝의 ‘미’는 계란국수를 뜻한다. 반대로 ‘퍼’는 쌀국수를 뜻한다. 이외에도 베트남식 떡갈비인 ‘넴루이(Nem Lui)’, ‘짜조(Cha Gio)’ 등 다양한 현지식이 준비되어 있다. 주의사항, 미꽝 소스를 절대 옷에 흘리지 말 것.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흰 티에 핀 노란 미꽝 꽃은 질 줄을 모른다.
26 Le Hong Phong, Phuoc Ninh, Hai Chau, Da Nang 550000 / 매일 06:20~22:15 +84 766 771 772
2. 점수 따세요 라 메종 델리 La Maison Deli
‘뭐해’라는 질문에 ‘베트남이야, 밥 먹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답장은 ‘쌀국수?’ 물론 쌀국수 좋아한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오토바이 행렬을 바라보며, 목욕탕 의자에 앉아 먹는 쌀국수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렇다고 다낭에서 쌀국수만 먹을 일은 또 아니니까. 만약 부모님, 혹은 여자친구 등등 잘 보이고 싶은 사람과 다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라 메종 델리’를 추천한다. 다낭 대성당 앞쪽에서 택시를 타면 4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내부는 프랑스풍 인테리어에 베트남이 잘 녹아 들었다. 분위기가 좋고 깔끔하다. 코코넛 볶음밥, 코코넛 새우튀김, 반쎄오 등 베트남의 특색이 담긴 요리와 립 스테이크, 닭 안심 스테이크 등 웨스턴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반 쪼이(Banh Troi)’를 주문하는 센스. 달달한 코코넛 밀크에 빠진 경단을 건져 먹는 베트남식 디저트다. 경단 안에 녹두가 가득 들어 있어 쫀득하기보단 포슬포슬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소중한 이에게 점수 따기 좋다.
Lo A1,2,3 duong, 2 Thang 9, Hoa Thuan Dong, Hai Chau, Da Nang 550000 / lamaisondeli.vn 매일 06:30~22:00
3. 아마도 지중해 바네사 비치클럽 Vanessa Beach Club
맛도 맛인데, 그래도 휴양지에선 맛보다 분위기가 중요할 때도 있는 법. 그렇다고 이곳이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네사 비치클럽에는 ‘다낭’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이 있다. 테이블 앞으로 ‘코코베이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가 펼쳐진다. 수영장도 있고, 파라솔도 있다. 칵테일과 맥주도 가득하다. 바네사는 ‘메디테레이니언 퀴진(Mediterranean Cuisine)’을 지향한다. 메디테레이니언 퀴진은 지중해의 건강한 식재료를 담아내며 많은 미식가가 최고로 손꼽는 퀴진이다. 추천 메뉴로는 시저샐러드를 시작으로 신선한 토마토소스가 가득 올라간 피자, 잘 구워낸 바라문디 스테이크가 있다. 특히 바라문디 스테이크는 가벼운 크림소스와 알감자를 곁들이면 다낭 바다도 지중해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와인을 곁들인다는 전제로. 단점을 꼽자면 대부분 야외좌석이기 때문에 에어컨이 없다. 장점은 더위 덕분에 빠르게 취할 수 있다. 땀이 흐른다.
Hoa Hai, Ngu Hanh Son, Da Nang 매일 08:00~10:30, 11:00~23:00
Hotel
대신 골라드립니다, 다낭 호텔 4
1. 연인과 함께
그랜드 머큐어 다낭 Grand Mercure Danang
아무래도 ‘그랜드 머큐어 다낭’은 가족보단 연인 쪽이다. 늦은 밤, 맥주 한잔하며 내려본 한강의 야경에 괜히 두근거리더라. 그랜드 머큐어 다낭은 베트남 스타일과 프렌치 시크 무드가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룸은 총 5개의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슈페리어 룸은 모던하며 넓은 창에 다낭의 전경이 가득 찬다. 딜럭스 스위트룸은 별도의 거실, 42인치 LCD TV를 갖추고 있다. 스위트룸에 투숙할 경우 ‘프리빌리지 클럽’과 ‘프라이빗 조식’, 칵테일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랜드 머큐어 다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위치다. 공항에서 차로 5분 정도 소요되며 롯데마트, 아시아 파크와도 접근성이 좋다. 1층에 위치한 메인 레스토랑, 라 리브 고슈(LA RIVE GAUCHE)에서 즐기는 조식도 근사하다. 달콤한 코코넛 커피는 조식 중 필수항목이다.
Zone of the Villas of Green Island, Lot A1, Da Nang, 084511 +84 236 3797 777
2. 사진 맛집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 Sheraton Grand Danang Resort
휴양과 여행, 한 번에 둘을 잡으려면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가 좋겠다. 우아하다. 로비가 너무 백옥 같은 나머지 거대한 샹들리에 밑까진 깨금발로 걸었다.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는 총 258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타입은 총 11개, 가장 기본인 ‘딜럭스 베이뷰 룸’부터 ‘풀 딜럭스’, ‘패밀리 스위트’, ‘프레지덴셜룸’까지 다양하다. 메인 풀은 리조트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피니티 풀 형태다. 이곳에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치명적인 미소와 포즈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다낭의 대표적인 사진 맛집이다.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는 아름다운 논누억 비치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호이안과 다낭 사이에 있어 관광을 즐기기에 탁월하다. 객실에 따라 다르지만, 철, 땅, 물, 나무, 불의 5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오행산도 객실에서 조망할 수 있다. 갑자기 특별한 기운이 느껴질지도.
35 Truong Sa, Street, Ngu Hanh Son, Da Nang 550000, Vietnam +84 236 3988 999
3. 자연이세요?
다낭 나만 리트리트(Naman Retreat)
나만 리트리트는 베트남의 유명 건축가인 ‘보 트롱 니야(Vo Trong Nghia)’가 디자인을 맡았다. 풀빌라 소개에 건축가 자랑이 웬 말이냐 싶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는 분명 선택의 고려 대상이니까. 베트남 전통 천연 재료인 대나무를 이용해 자연과 현대의 모던함이 어우러진 녹색 무드를 자아낸다. 봄과 여름 사이, 그 미묘한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활력이 솟는다. 잘 정제된 선과 조경이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내부는 우드 톤으로 꾸며져 있다. 1박당 1회씩 무료 제공되는 스파도 매력적이다. 메인 풀은 해변을 바라보며 위치한 인피니티 풀이다. 그 뒤쪽에 위치한 메인 레스토랑 ‘헤이헤이’에서는 대나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베트남만의 문화적 특성을 느껴볼 수 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풀빌라에 붙어 있는 수영장이 약간 작은 편. 하지만 몸을 담그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충분하다.
Truong Sa, Road, Da Nang 550000, Vietnam
4. 고풍스러운
호텔 로열 호이안 M갤러리 Hotel Royal Hoi An M Gallery
다낭 여행에서 호이안을 빼놓을 수 없다. 공항에서 해안을 따라 1시간쯤 달리면 호이안이 등장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호이안 올드타운’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호이안에서 머물 이유는 충분히 마련한 셈이다. ‘로열 호이안 M갤러리’는 과거 중국과 일본,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던 호이안의 역사를 디자인으로 담았다. 모든 곳이 예술적이다. 로비에는 호이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랑스 사진작가 레안(Rehan)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는 고풍스러운 중세 분위기가 가득하다. 리버 뷰 객실에서는 투본강이 흐른다. 늦은 저녁 루프톱에 올라, 붉게 물드는 호이안을 내려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물론 가벼운 스낵과 열대 과일이 들어간 칵테일을 곁들여야 한다. 매주 금, 토요일에는 각국의 DJ를 초청해 공연을 펼치니, 파티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늦은 밤, 자전거를 빌려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나섰다. 투숙객이라면 로비에서 무료로 대여가 가능하다. 페달을 힘껏 밟으면 올드타운까지 5분이 소요된다.
39 Dap Duy Tu, Phuong Cam Pho, Hoi An, Quang Nam 560000 +84 235 3950 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