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캘리포니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캘리포니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캘리포니아는 끝이 어딘지 모를 깊은 선물 보따리다. 하나씩 꺼내고 또 꺼내도 계속해서 새로움만 뽑히니까. 여행자는 그저 원하는 것을 꿈꾸기만 하면 족하다. 

Anaheim 애너하임

애너하임 말고 에일-하임!

 
디즈니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애너하임이지만 조금만 더 이곳에 관심을 갖는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스포츠, 미식, 문화, 예술 중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게 바로 크래프트 맥주다. 애너하임에는 특색 있는 브루어리들이 많은데, 그 역사는 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9년 오렌지 카운티가 설립되기 전인 1850년대 많은 독일 이민자들이 정착해 지금까지 그들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특히 맥주에서 꽃을 피웠다. 수많은 브루어리들 중 애너하임 브루어리(Anaheim Brewery), 언성 브루잉 컴퍼니(Unsung Brewing Company), 브루어리 테레(Bruery Terreux) 등이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들이다.


애너하임 브루어리는 어느덧 8년이란 시간 동안 애너하임을 지켜 이제는 동네 사랑방이 됐다. 브루마스터인 그렉 게로바크(Greg Gerovac)는 2006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2011년 독일 스타일의 맥주인 바이젠복 등을 앞세워 브루어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바이젠복의 경우 밀 맥주 특유의 시원함과 상큼함, 꽃향기가 가득해 마니아도 여럿이다. 라거의 청량함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더운 여름밤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또 테마가 독일인 만큼 9~10월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는 이곳도 축제 분위기로 가득 채워지는데, 그렉은 애너하임 브루어리가 지역 구성원들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유쾌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금 더 힙하고 미국다운 분위기를 찾는다면 언성 브루잉이 딱이다. 언성 브루잉은 식문화 복합공간 메이크(MAKE)에 입점한 크래프트 비어 전문점으로, 브루 마스터가 히어로 캐릭터를 좋아해 각종 피규어가 매장을 채우고 있다. 공용 테이블과 바로 이루어진 장소는 옆 사람과 금세 친구가 되게끔 편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그 매개체는 역시 맥주다. 가장 인기 있는 멕시칸 스타일 라거 루미나부터 레드에일의 프로펠러 헤드, 커피처럼 진한 향의 밥스포터, 블루베리의 새콤함이 매력적인 싸이오닉 등이 사랑받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익숙하지 않은 그런 독특함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라면 단연 브루어리 테레를 권한다. 2008년 브루어리 대표 패트릭 루(Patrick Rue)는 자신의 성인 루와 브루어리를 합쳐 더 브루어리(The Bruery)를 시작했고, 테레는 사워 비어와 에일에 초점을 맞춘 2번째 테이스팅 룸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사워 비어는 애너하임이 자랑하는 창조적인 맥주다. 새콤하면서 시큼한 맛으로 시작하는데, 맥주를 넘기고 난 뒤에는 초콜릿, 코코넛, 과일 등의 달콤한 향이 입 안을 감싼다. 특히 임페리얼 캐비닛(Imperial Cabinet), 더 베이커리(The Bakery), 고제스 아 레드(Goses are red), 윗 더 펑크(Wit the Funk) 등이 추천 맥주이지만 테레에서 만나는 맥주들은 대부분 각각의 캐릭터가 확실해 한 가지 종류만을 꼽기가 어렵다. 일반 맥주보다 용량이 많은 750ml 병에 멋진 라벨이 붙어 있는 스페셜티 맥주들을 천천히 고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각양각색의 크래프트 비어로 애너하임의 흥을 느꼈다면 헌팅턴 비치로 이동해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가를 거닐어 보자. 헌팅턴 비치는 미국에서도 서퍼들의 천국으로 유명한 곳인데 일년 내내 화창한 날씨를 자랑한다. 또 헌팅턴 비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해변을 풍성하게 만든다. 오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어느 시간에 와도 각각의 멋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일몰이 가장 특별하다. 일렁이는 파도와 은은한 주황빛의 조화는 연인의 키스를 부를 만큼 황홀한 시간을 선사한다. 해변 근처에 있는 메인 스트리트에는 야외 테이블과 데크가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으니 저녁 만찬을 즐겨도 좋다.

기억나요? 우리의 만화동산

 
1980년대부터 1990년 중반 태생의 아이들은 일요일 오전 7시50분이면 자연스레 눈을 떴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빠르게 TV 리모컨을 쟁취해 KBS2에 채널을 고정시켜야 하니까. 그들에게 디즈니 만화동산은 일요일을 기다리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미키마우스, 알라딘, 곰돌이 푸, 인어공주, 구피와 친구들, 티몬과 품바 등 우리에겐 저마다의 인생 디즈니 캐릭터도 있다. 또 최근에는 디즈니 만화를 실사화한 영화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등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디즈니는 전 세대에게 익숙한 문화 콘텐츠로 또 한 번 자리매김했다. 이런 디즈니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세계 곳곳에 있는데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가 그 원조 격. 1955년 오픈한 디즈니랜드에 들어서면 영화 오프닝에 불꽃놀이와 함께 나오던 디즈니 성이 여행자를 마주한다.

 그곳을 통과하는 순간 TV 앞을 지키던 순수한 소년, 소녀로 돌아간다. 게다가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올해 5월31일 ‘스타워즈 : 갤럭시 엣지’가 추가되며 전 세계 스타워즈와 디즈니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만6,655㎡(약 1만7,100평)에 달하는 대규모 공간을 영화에서 나오는 혹성 바투(Batuu)에 위치한 도시 블랙 스파이어 아웃포스트로 꾸몄다. 우주 도시다운 색다른 비주얼은 물론 사운드, 음식 등 오감을 통해 스타워즈를 느낄 수 있도록 재현했다. 영화 속에 접속한 것처럼 곳곳을 누빌 수 있고, 현재 한 가지만 오픈한 어트랙션도 경험할 수 있다. 어트랙션 ‘밀레니엄 팔콘 : 스머글러스 런’은 영화에서 등장했던 은하계 최고의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에 탑승해 우주를 누비는 어트랙션이다. 또 다른 어트랙션 ‘라이즈 오브 레지스탕스’는 올해 말 추가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애너하임에 짙은 어둠이 깔리면 시작되는 불꽃놀이와 미키 마우스의 판타스믹 쇼는 디즈니랜드가 선사하는 꿈의 무대이니 놓치지 말자.

 Chico 치코 & Oroville 오로빌

구석구석 로드트립

캘리포니아 여행을 하면서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빼면 어디 가지?’라는 물음이 떠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캘리포아니주의 주도인 새크라멘토 위쪽 북부 캘리포니아에도 보석 같은 곳들이 많다. 치코(Chico)와 같은 소도시를 비롯해 마운트 샤스타, 라센 볼카닉 국립공원 등의 대자연이 기다리고 있다. 치코는 새크라멘토 국제공항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이며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미국의 옛 모습을 간직한 건축물과 크래프트 비어, 목요장터 등 소소하지만 지역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치코 여행의 중심은 단연 시티 플라자다. 1860년대 치코에 처음 거주하게 된 사람들에게 도시 광장은 지역 사회의 응집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역할을 오래 수행해 온 시티 플라자는 현재도 예술 공연, 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도시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4월부터 9월까지 저녁 6~9시에는 시티 플라자가 있는 치코 다운타운에서 ‘써스데이 나이트 마켓(Thursday Night Market)’이 열린다. 과일, 채소, 꿀, 각종 음식, 의류, 잡화,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헤나, 별자리 운세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써스데이 나이트 마켓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여유로운 테이블 배치로 치코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든 느낌을 준다. 치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로컬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자에겐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분수대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 공들인 연극을 선보이는 학생들이 내뿜는 밝은 에너지도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수준급의 버스킹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으니 너무 일찍 마켓을 떠나지 말자.

 애너하임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충분히 즐겼지만 치코도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시에라 네바다 브루잉 컴퍼니(Sierra Nevada Brewing Company)가 이곳에 있으니 말이다. 창립자 켄 그로스만은 홈브루잉으로 수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2년 뒤 본격적으로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 지금까지도 시에라 네바다의 대표 맥주인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을 양조했고 미국 전역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치코에는 시에라 네바다 탭룸 &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19가지 생맥주를 시음할 수 있고 로컬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또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시에라 네바다의 맥주를 구매해야 하는데 헤이지 IPA, 오크통에 숙성한 배럴 에이지드 시리즈, 엑스트라 IPA 토페도(Torpedo), 아메리칸 스타일 흑맥주 포터(Porter) 등이 추천 맥주다. 사실 어떤 것을 구매해도 실패하지 않는다.

 새크라멘토와 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로빌(Oroville) 지역에서는 물과 관련한 다양한 관광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카야킹, 패들링, 보트, 하이킹 등 수상과 지상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한 포어베이 아쿠아틱 센터(Forebay Aquatic Center)가 대표적이다. 테르말리토 포어베이강에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며 주변을 감싸는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자연 풍경을 보면 고요한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또한 낮은 경사의 들판을 걸으며 좀 더 높은 곳에서 강과 주변 산악 지대를 감상해도 좋다. 근처 페더 리버 피시 해처리(Feather River Fish Hatchery)에서는 연어 부화 과정 같은 교육적인 관광이 가능하고, 근처 호수의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이 많다.  

Shasta Cascade 샤스타 캐스캐이드

찬란한 자연의 보고


미국 로드트립은 장거리 운전이 필수다. 따라서 중간 중간 쉬어 가는 도시를 선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샤스타산과 샤스타 호수, 래슨 화산 국립공원 등이 있는 샤스타 캐스캐이드(Shasta Cascade) 지역 방문을 위해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은 레딩(Redding)이다. 레딩은 북부 캘리포니아의 보석이란 별칭으로 불리는데 2004년 터틀 베이에 건설된 선다이얼 브릿지(Sundial Bridge)와 터틀 베이 학습공원이 유명하다.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디자인한 선다이얼 브릿지는 레딩의 심장인 새크라멘토 강을 가로지르는 곳에 조성돼 있으며, 독특한 외관은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형상화했다. 교각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해시계 중 하나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만 기록할 수 있는데, 실제로 6월20일과 21일만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또한 선다이얼 브릿지를 중심으로 호수 트레일도 조성돼 있어 새크라멘토강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니 유리 데크로 만들어진 선다이얼 브릿지를 넘어가 꼭 체험해 보자. 터틀 베이 학습공원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개척자들의 역사, 야생 동식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전시관은 레딩 지역의 자연에 대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다양한 생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샤스타 캐스캐이드 지역의 본격적인 여행은 북부 캘리포니아의 랜드마크 샤스타산(Shasta Mountain)에서 시작한다.

 

 샤스타산은 높이 4,322m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화산이며, 산에 가까워질수록 푸른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눈 덮인 봉우리가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786년 마지막으로 분출했던 화산인데, 지금은 등산 및 스키 마니아들에게 꿈같은 장소다. 물론 여행자들이 자가용을 이용해서 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10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눈 덮인 샤스타산을 감상할 수 있어 한국이 여름으로 향하는 6월까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다. 정상에 올라가지 않고도 샤스타산 주변 야생화 지대와 시원한 숲속의 등산로를 통해 색다른 경험이 가능한데 숲에 앉아 명상을 하거나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강에서 졸졸졸 흐르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또 산 남쪽의 맥클라우드강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등산로에서 세 개의 폭포도 만날 수 있다. 사실 폭포는 샤스타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맥아더-버니 폭포 주립공원(McArthur-Burney Falls Memorial State Park)의 버니 폭포가 캘리포니아에서 으뜸이다. 약 40m에 달하는 버니 폭포는 쉴 새 없이 수많은 물을 쏟아 내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촉촉한 물방울이 여행자를 적신다. 폭포를 만나기 위해서 조금만 걸으면 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끼가 무성한 절벽을 따라 흐르는 폭포수는 자연의 웅장함을 몸소 체험하는 데 제격이다.

 
샤스타산을 충분히 둘러봤다면 디너 크루즈로 여행의 방점을 찍어 보자. 샤스타 호수(Shasta Lake)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로 디너 크루즈뿐만 아니라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뱃놀이, 수상스키, 캠핑, 낚시를 체험할 수 있고, 하우스 보트도 인기가 많다. 하우스 보트 데크에서 시원한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뒤, 샤스타산의 정상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숙박이 여의치 않다면 디너 크루즈가 좋은 대안이다. 샤스타 호수를 유유히 떠다니는 크루즈 안에서 스테이크, 샐러드, 해산물 요리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와 와인 등을 가져와 음식에 곁들일 수 있다. 2시간 동안 충분히 샤스타 호수를 곁에 두고 만찬을 즐기면서 캘리포니아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여전히 숨 쉬는 화산


래슨 화산 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이 샤스타 캐스캐이드(Shasta Cascade) 여행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1821년 에스파냐 장교 루이스 아르게요가 유럽인으로는 최초로 발견했고, 지명은 정착민을 이끌고 온 탐험가 피터 래슨(Peter Lassen)에서 유래한다. 래슨 피크는 1914년과 1915년 크게 폭발했고 1921년까지 소규모로 폭발한 기록을 가진 활화산이다. 이후 1972년 국립야생보호구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등산, 캠핑, 하이킹, 스키 등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한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엄한 경치와 함께 10월부터 다음해 6월 초까지는 눈에 덮여 있으며, 7~9월은 대체로 맑고 온난하다. 또 정상 주변의 암석에는 ‘불카누스의 눈(Vulcan’s eye)’이라고 불리는 기이한 형태의 문양이 있으니 이를 찾아 보는 재미도 있다. 이외에도 래슨 피크를 감상하기 좋고 에메랄드 물빛을 자랑하는 헬렌 호수, 유황 냄새 가득한 온천지역도 만날 수 있는 등 국립공원 안에서 다양한 계절을 마주할 수 있다.


래슨 화산 국립공원의 여운을 이어가고, 특별한 저녁을 보내기 위해서 하이랜드 랜치 리조트(Highlands Ranch Resort)로 향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초원이 펼쳐지는 공간에 위치한 리조트로, 이곳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산장 분위기가 가득하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중년의 남성들이 바에서 술 한 잔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 모두 모인 대가족이 식사를 하는 등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라이브 음악까지 더해져 한층 더 분위기를 달군다. 미국 스타일을 한껏 경험하며 래슨 화산 국립공원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Mendocino 멘도시노 & Willits 윌리츠

정글과 해변이 빚은 원더랜드

 멘도시노 카운티의 멋진 해안가를 마주하기 전 윌리츠(Willits)의 푸르른 산림에서 힐링 타임을 가져 보자. 레드우드 숲을 달리는 유서 깊은 열차 스컹크 트레인에 탑승하면 되는데, 이 열차는 1885년부터 벌목된 레드우드 목재를 산간에서 해안까지 운송하던 것으로 이제는 관광객들과 함께 서부 해안도시 포트 브래그와 카우보이 마을 윌리츠 사이를 달리는 관광 열차로 활약하고 있다. 윌리츠에서 출발해 530m 높이의 봉우리를 거쳐 레드우드가 울창한 노요 리버 캐니언(Noyo River Canyon)으로 가는 2시간 여정과 포트 브래그에서 출발하는 1시간짜리 코스 총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열차는 경적 소리와 함께 힘차게 출발한다. 레드우드 가득한 숲을 따라 달리는 열차 안은 흥겨운 노래 소리로 채워진다. 기타를 맨 승무원이 미국 컨트리 음악을 열창하면 아이들은 흥에 겨워 몸을 흔들고,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탄다. 창밖의 웅장한 경관을 보다 보면 중간 지점인 크라울리(Crowley)에 잠시 머문다. 이곳도 스컹크 트레인의 하이라이트인데 가장 오래된 레드우드가 있고, 숲속 한복판에서 플루트 연주가 시작된다. 그 소리는 청명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으며, 마지막까지 메아리?치며 감동을 전한다. 좀 더 다이내믹하게 레드우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스컹크 2인용 레일바이크도 제격이다.

본격적인 멘도시노 여행은 멘도시노 해안 식물원(Mendocino Coast Botanical Gardens)에서 시작하자. 식물원에는 철쭉, 달리아, 푸크시아 등 다채로운 종류의 꽃과 나무가 가득하며, 양배추, 상추 등의 채소를 기르는 텃밭도 있다. 또 식물원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광활한 북태평양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일몰 감상에 좋은 선셋 포인트로 이어진다. 조류 감상에도 적합한 곳인데 150종 이상이 식물원 근처를 찾는다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한다면 쌍안경을 준비하거나 메추라기 산책 가이드를 받고 17곳의 메추라기 표지판을 따라 산책을 하면 된다.
해안 산책을 더 이어가고 싶다면 포트 브래그(Fort Bragg)로 자리를 옮기자. 사실 이곳은 군사 주둔지면서 목재 생산지라 지금처럼 평화로운 해안 마을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0년대가 돼서야 목재 공장들이 철거됐고, 이후 고래 관찰,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됐다. 근처에 높은 건물이 하나 없어 한눈에 담기 힘든 넓은 하늘과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바다표범과 수달, 검은 꼬리 사슴 등의 야생 동물도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계속되는 자연에 지쳤다면 아기자기한 멘도시노 빌리지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동화 같은 원색의 집들이 가득하고 아기자기한 카페, 기념품 숍도 있다. 또 멘도시노는 와인으로 유명하니 근처 슈퍼마켓이나 주류 숍에 들어가 멘도시노가 적혀 있는 와인 한 병을 구매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다.


멘도시노는 해안가와 숲이 조화를 이룬 곳인 만큼 특별한 숙소도 제법 많다. 리틀 리버 인(Little River Inn)과 멘도시노 그로브(Mendocino Grove)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여행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리틀 리버 인은 객실마다 구비된 데크와 벽난로가 있는 오션 뷰의 럭셔리 숙소로 모든 방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또 골프와 테니스, 파인 다이닝, 정원 산책 등 단순히 머무는 것 이상의 체험이 가능하다. 멘도시노 그로브는 자연 친화적이다. 럭셔리 글램핑을 위한 장소로 숲 속에서 캠프 파이어와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주황빛의 일몰은 캘리포니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황홀한 순간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