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사이판의 재발견

사이판의 재발견

 

섬을 강타했던 태풍의 피해를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고 있는 사이판. 섬 유일의 아트 축제와 로컬 맛집을 찾아다니는 동안 청정 여행지 이외의 또 다른 사이판의 매력을 발견했다.

끊이지 않는 바다 예찬

 

“이렇게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라니!” 호텔 조식을 먹고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사이판에서 맞는 첫날 아침이었다. 선글라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눈부신 하늘과 새파란 남태평양 바다, 그 위에 하얀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떠 있는 구름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4월의 미세먼지를 뚫고 와서인지, 사이판의 하늘과 바다는 더욱 쾌청하게 느껴졌다. 날씨와 풍경에 대한 감탄은 사이판에 있는 내내 이어졌다. 관광지와 역사적 장소가 모여 있는 사이판 북부로 먼저 차를 몰았다. 매독곶 남쪽 끝에 자리한 버드 아일랜드를 보기 위해 전망대에 섰을 때 굽이진 해안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떠 있는 버드 아일랜드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이 ‘새섬’으로 돌아오는 새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장관을 이룬다고 했다. 자살절벽과 만세절벽에서도 ‘파란 바다와 하늘’에 대한 감탄사는 끊이지 않았다. 만세절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패전을 앞둔 일본군과 민간인 1,000여 명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던 곳이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뒤로한 채, 수평선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어느 곳을 가도, 파란색 천지였다. 깨끗한 공기와 자연을 찾아 요즘은 사람들이 북유럽으로 간다더니, 이렇게 가까운 동남아 거리에 청정 여행지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 사이판이 이렇게 맑았나, 15년 전 기억을 뒤적였다.

같은 바람으로, 모두의 축제

사이판은 지난 10월 태풍 ‘위투(Yutu)’의 피해를 크게 봤다. 많은 집과 호텔이 부서졌고, 집터를 잃은 사람들이 본국으로 떠났다. 사이판 북부와 남부의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다닐 때는 태풍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연은 6개월 전의 상처를 잘 극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가라판 시내와 도로에는 아직도 복구하지 못한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었다. 유리창이 다 깨진 채 방치된 건물도 많았고, 여전히 텐트에서 사는 주민들도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은 ‘태풍 때문에’였다.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떠났고, 태풍 때문에 꽃도 피지 않았다. 
 

매년 4월에서 6월은 원래 사이판에 플레임트리(Flame Tree) 꽃이 만발하는 때다. 마리아나 제도 전역에 피는 꽃으로 만개한 모습이 마치 타오르는 불꽃 같다고 해서 ‘불꽃나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벚꽃축제처럼 사이판에서는 4월에 플레임트리 축제가 열린다. 사이판에서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한 아트 페스티벌이다. 그런데 올해는 태풍 때문에 꽃이 귀했다. 어디에서도 활짝 핀 불꽃나무를 보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다시 나무가 붉은 색을 토해 내려면 1~2년은 더 걸릴 거라고 했다. 그래도 축제는 열렸다.

 

 지난 4월11~14일 사이판 시빅 센터 해변공원(Civic Center Beach Park)에서 38회째를 맞았다. 플레임트리 아트 페스티벌은 미크로네시아, 북마리아나의 차모로족, 캐롤리니언 등 여러 섬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 아트 축제다. 올해는 태풍 이후 재건된 마리아나 지역사회를 기념하고자 한중일 연합 콘서트도 함께 열렸다. 한국에서는 슈퍼스타K 우승자 허각과 울랄라 세션이 초대됐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명 가수들이 축하공연을 펼쳤다. 축제 기간에는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쪽 해변가에는 푸드 존이, 왼쪽 편에는 지역 작가들의 부스 존이 설치됐다. 플루메리아 꽃과 나무로 만든 전통 수공예품과 액세서리, 사이판에서 인삼처럼 쓰이는 노니 제품, 카누 제작 시연을 하는 부스 등을 돌며 쇼핑도 하고, 지역 예술가들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메인 공연이 있었던 밤에는 사이판 주민 대부분이 나온 것처럼 현지인들이 몰렸다. 축제 주최 측은 태풍의 여파로 부스 참여도 예년에 비해 적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부스도 110여 개를 넘겼다고 했다. 태풍 이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길 원하는 사이판 사람들의 희망과 노력이 모인 축제였다.

AIRLINE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인천-사이판 구간을 거의 매일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저녁 8시15분 출발, 다음날 새벽 2시경 사이판에 도착한다. 제주항공이 유일하게 아침 9시30분 출발하는 주간 편을 운항하고 있다. 사이판까지 걸리는 비행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 시내 주요 호텔까지는 10~15분 정도 걸린다. 

뻔한 여행지는 없다

 

밤 늦게까지 축제를 즐기고 난 다음날은 마나가하섬에서 휴양의 시간을 보냈다.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에서 물속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야자수 숲을 보면서 여유로이. 발리로, 다낭으로, 코사무이로도 다녀 봤지만, 이런 바다는 없었다. ‘흔한 여행지’라는 사이판의 편견을 깨기라도 하듯, 이곳 마나가하섬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사이판에서 배로 15분, 섬에 내리면 바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한 물결과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바다색을 바라보다 보면 ‘이런 게 천국이지’ 하는 마음마저 든다. 마나가하섬과 함께 사이판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헬기투어였다. 사진 한 번 잘 찍어 보겠다고 헬기 문짝까지 떼고 탔던 건 괜한 오기였다. 사방으로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경험이 15분 동안 이어졌지만 사이판섬을 남쪽에서 북쪽까지 훑고 마나가하섬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이 보석 같은 섬의 풍경에 비명이 나올 뻔했다. 파일럿의 급회전 운전 실력까지 더해져 짜릿하고 흥분되는 투어였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세상에 뻔한 여행지는 없다. 뻔하게 생각하는 마음만 있을 뿐. 눈부신 사이판이 말해 주고 있었다.

 

**사이판 로컬 맛집 BEST 5

 더 쉑 The Shack

 
태풍 ‘위투’의 직격탄을 받았던 더 쉑은 6개월 만에 다시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지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이곳은 예전의 아늑하고 자연적인 분위기로 다시 지어졌다. 현재는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열고 아침과 점심을 제공한다. 배트맨, 원더우먼 같은 이름의 과일 스무디와 하와이안 크레페, 아사히볼 등 하와이의 영향을 받은 음식들이 유명하다.
 Beach Road, Saipan 96950   theshacksaipan.com  +1 670 286 7422

 에어스트림 카페 The Airstream Cafe

 
사이판의 월드리조트 맞은 편, 마리아나 비즈니스 센터의 주차장 한 켠에 자리한 노천카페 겸 바. 태풍 이후 문을 연 사이판의 핫 스폿으로 낮에는 간단한 샐러드와 커피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는 맥주를 마시며 밴드 공연을 볼 수 있는 바로 운영된다. 사이판의 젊은이들이 결성한 다양한 음악밴드들이 밤마다 라이브 공연을 선보인다.
 1Nauru Loop, Capitol Hill, Saipan 96950  +1 670 788 0579

 서프 클럽 Surf Club

 
사이판 남부의 스테이크 맛집. 바비큐 쇼트 립과 티본 스테이크 등이 유명하다. 음식 못지않게 레스토랑에서 내다보는 해변 풍경이 멋진데, 특히 석양이 질 때의 풍경이 압권이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위한 레스토랑이다. 이른 저녁부터 사람들이 몰리므로, 미리 예약을 해 두거나 일찍 가는 것이 좋다. 
 San Isidro Ave Chalan Kanoa, Saipan 96950  +1 670 235 1122

 베어풋 바비큐 Barefoot BBQ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카노아 리조트의 해변가에 자리한 바비큐 레스토랑. 사이판의 전통 아일랜드춤과 훌라춤 등의 공연을 보며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레스토랑 앞 바다로 지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샐러드바 뷔페를 이용할 수 있고, 레몬버터를 곁들인 로브스터와 안심 스테이크, 화이트와인 등이 포함된 메인메뉴는 49달러다. 
 Beach Road Susupe, Kanoa Resort   www.kanoaresort.com/dining/barefoot-bbq  +1 670 234 6601

래더 레스토랑 The Ladder Restaurant

 
사이판 남부의 래더비치에 있는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 해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래더비치의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지며, 바다를 전망으로 한 ‘LOVE’ 조각상과 벤치 등 포토 스폿이 많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중국 여행객들도 많은데, 다양한 해산물과 바로 구워 주는 갈비와 스테이크 등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다. 뷔페 스테이션에 차려진 음식과 디저트, 아사히 생맥주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Ladder Beach, Obyan, Saipan 96950  +1 670 285 0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