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처럼 잔잔한 하루의 쉼
춘천
가을이 찾아온 춘천은 고요하다. 북한강과 소양강은 흐린 하늘 아래에서 더없이 깊게 일렁이고, 물길을 둘러싼 단조로운 산맥은 끝없이 여행자의 곁을 지킨다. 고됐던 한 주의 휴식을 완벽하게 누리기 위해 춘천에서 하루 머물렀다. 가평과 춘천, MT의 성지라 불리는 이곳은 봄과 여름이 되면 젊음의 열기로 소란하고 뜨겁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청춘들의 설렘이 넘실대기 때문.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면 그제야 도시는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야말로 잔잔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여행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호반의 도시라는 수식어답게 춘천 중앙으로 북한강과 소양강이 가로지른다. 주변은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어디서나 물을 만날 수 있으니 이곳에 머무는 여행자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광활한 풍경보다는 '드넓다' 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는 이곳 춘천에서 강물을 따라 오르고, 자연 속을 거닐며 일상의 쉼표를 찍어본다.
유럽 산책, 제이드가든
제이드가든의 주소는 춘천으로 되어 있지만 지도로 보면 가평이 훨씬 가깝다.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서울에서 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제이드가든의 입구는 북유럽 어느 숲속에 숨어 있을 법한 오래된 성이다. 붉은 벽돌에 넝쿨이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은 건물을 통과하면 정원이 시작된다. 유럽식 정원을 표방한 만큼 내부는 정갈하다. 산책로는 왼쪽, 오른쪽, 중앙 어디로 가도 이어진다. 다만 각각의 위치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나무, 풍경이 다르다보니 욕심내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다. 오른쪽 나무데크 아래에는 맑은 개울물이 흐른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와 낙엽이 곳곳에 퍼져있다. 몇 사람은 개울물 속에 떨어진 밤송이를 줍고 있다.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초반까지 이어지던 유럽식 정원이 끝나면 고산시대 식물과 이끼 숲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언덕 위로 계속 올라가면 화악산의 경치도 보인다. 하나의 정원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다양하니 제이드가든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밖에 없다.
물레길 따라 흘러가는 카누
북한강의 중도 근처에 나무 카누를 탈 수 있는 '춘천중도물레길 선착장'이 있다. 물레길이란 한국의 아름다운 호수나 강에서 카누와 요트 등의 수상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물길을 말한다. 이곳은 물레길 중 유일하게 섬과 섬 사이의 물길을 따라가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카누를 타기 전 안전 교육과 패들링 교육을 받은 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탑승 순서를 기다린다. 보통 방향 조절과 앞으로 나아기는 속도 때문에 힘이 센 사람이 뒷자리에 앉는다. 카누에 앉을 때 최대한 몸을 숙이고 다리를 벌려야 중심이 잘 잡히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물에 둥둥 떠있는 얇은 몸체의 카누는 약한 파동에도 쉽게 흔들린다. 겁을 먹고 몸에 힘을 주면 카누가 더 흔들려 초반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풍경을 즐기기 전에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데 급급해진다. 그러다 문득 지친몸을 쉬려 노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면 그제야 그 유명한 중도 물레길의 아름다운 경치가 보인다. 북한강과 어우러지는 경치는 마치 한 장의 수묵화처럼 짙고 우아하다. 물가에 자라고 있는 수생식물과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단조로운 산맥의 선, 먹으로 찍어 누른 듯한 산의 조화가 아름답다. 맑은 날의 물레길이 새삼 궁금해지는 시간, 선착장으로 돌아오며 다음을 기약해본다.
강 건너 청평사 가는 길
청평사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육로를 통해서, 다른 하나는 배를 타고 소양강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이다. 두 가지 중 이왕이면 배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100명 내외의 탑승객만 수용 가능한 작은 배지만 소양강을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풍경이 보는 이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출발 후 10분이면 선착장에 닿는다. 육지로 올라가면 파전 굽는 냄새가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한다. 막걸리 한 사발씩 들고 가라는 말이 그렇게나 달콤할 수가 없다. 신선한 바람, 산과 물까지 다 있으니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환경이지만 애써 지나친다. 15분 정도 걸어가면 드디어 청평사 입구.
청평사로 오르는 길 내내 우거진 나무가 하늘을 가려주고,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쉼 없이 흐른다. 청평사까지는 감사하게도 기는 길에 볼 것들이 많다. 절 근처에는 으레 있는 돌탑이 마중을 하듯 드문드문 서 있고, 청평사 공주설화의 주인공인 공주와 상사뱀 동상도 있다. 그보다 더 위로 올라가면 공주가 하룻밤 머물렀다 공주굴과 작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구송폭포, 거북바위 등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풍경을 다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청평사의 전각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 막 시작된 청평사의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한가득 피어있다. 활짝 열린 회전문 너머로 대웅전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문 안으로 들어서면 누군가의 염원이 가득 담긴 붉은 등이 천장마다 매달려 있다. 오봉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등과 그 뒤로 보이는 산세의 짙은 색감이 그림같다.
EDITOR'S CHOICE 4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했다면, 당연히 맛있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춘천의 먹거리 앞에서 망설이는 여행자들을 위해 에디터가 추천하는 MUST TO EAT 4.
춘천 스테디셀러 푸드, 철판닭갈비
춘천 하면 으레 생각하는 음식 1위는 당연히 닭갈비. 닭갈비는 석쇠에 굽는 숯불닭갈비와 각종 야채와 양념을 버무려 철판에서 볶는 철판닭갈비가 있다. 이중 '춘천의 닭갈비'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철판 닭갈비다. 다른 육류 요리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보니 옛날부터 대학생들에게 식사로 또는 술안주로 인기였다. 야채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양념이 잘 밴 닭고기를 먹고, 마지막으로 남은 재료에 볶음밥을 먹으면 완벽한 식사가 된다.
점심은 가볍게 막국수
메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면에 김칫국물 또는 육수를 말아 먹는 막국수는 강원도의 향토 음식이다. 유달리 독특한 맛을 내는 건 아니지만, 점심에 비교적 간단한 식사로 이보다 좋은 음식은 없다. 식당마다 양념과 육수 맛이 다르고, 강원도 특유의 음식답게 간이 세지 않아 삼삼한 편이다. 조금 더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감자전, 파전 혹은 보쌈과 막걸리 한 잔은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최초의 커피 이디오피아집
에디오피아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원두커피 카페 이디오피아집. 1968년 한국을 찾은 에디오피아 황제가 이곳을 '이디오피아집'이라고 칭하고, 에디오피아 원두와 황실 문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카페 안은 커피 콩 볶는 그윽한 향기로 가득하다. 머신으로 내린 커피 음료와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1인 1음료가 기본이다. 특히 핸드드립 커피는 한 잔에 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부담스러운 편이지만, 진하면서도 부드럽고 끝맛이 깔끔하다.
밤이 아쉽다면 강남 1984로
맥주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늦은 밤에도 환히 빛나는 '강남1984'로 가자. 오래전 '강남장'이라는 여관이었던 건물을 카페&펍으로 개조한 곳. 건물에는 두 가지 간판이 모두 걸려 있으며 1층은 카페, 2층부터 4층까지는 펍으로 운영한다. 루프탑에서는 밤이 내린 춘천 시내를 조망하며 술을 마실 수 있다. 다만, 요즘처럼 신선한 날씨에는 워낙 인기가 좋아 빈자리를 찾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럴 땐 실내에 자리를 잡자. 앤티크 가구로 꾸민 내부는 테이블마다 다른 감성을 뽐낸다.
휴식 여행의 마침표
헤이, 춘천
북유럽 감성이 넘쳐나는 호텔이 춘천에 숨어있다. 여가시간을 제대로 즐기고, 또 쉬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지난 여름 '헤이, 춘천'이 문을 열었다. 헤이, 춘천은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새롭게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어 여가와 휴식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1층의 넓은 창 안으로 보이는 따뜻한 분위기의 로비는 헤이, 춘천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호텔은 봄이 먼저 찾아오는 곳을 의미하는 '춘'관과 유유히 흐르는 공지천이 바라보는 '천'관 두 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도심뷰와 강변뷰를 즐길 수 있으며, 객실은 트윈, 더블, 디럭스더블, 트리플, 패밀리 등 총 5가지 타입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북유럽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클래식한 감성을 선사한다.
러시아산 최상급 자작나무와 프랑스산 백참나무 등을 사용하여 만든 가구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신발을 벗고 객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점은 분명 헤이, 춘천만의 즐거움. 1박 2일 가벼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해 모든 어메니티도 준비되어 있다. 그야말로 하룻밤 머물기 완벽한 공간이 아닐까. 또한 야놀자에서 새롭게 론칭한 레저·액티비티와 소셜 액티비티 서비스를 헤이, 춘천에서 누릴 수 있게 준비했다. 호텔에서 자체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는 '춘천 로컬 가이드맵'과 로비에 구비된 레저큐 키오스크의 '북한강 레인보우 투어패스'를 구매해 춘천의 숨은 로컬 공간과 레저 액티비티 상품을 즐길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소정의 참가요금만 지불하면 현장에서 바로 참여가 가능한 실내 클래스 등 단순히 휴식 공간이 아닌 여가와 경험의 공간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