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최남단,
남극의 풍경이 궁금한 당신에게
'해외여행 인구 1000만 시대'라는 문구도 이제 빛이 바랬다. 해외여행 가보지 않은 사람을 더 찾기 힘든 세상이지만 여행지는 여전히 일본과 동남아, 유럽 등으로 한정돼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라면 슬슬 염증을 느낄 법하다. 그렇다면 문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극지, 남극 여행은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매서운 추위와 하얀 빙벽을 둘러싸인 극단적인 대륙말이다. 신발끈여행사의 장영복 대표는 민간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사람이다. '처음 남극에 간 건 10년 전이에요. 물론 박영석, 허영호 대장 같은 탐험가들이 먼저 남극에 다녀왔지만 민간인으로는 제가 처음이었죠. 여행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전 세계 곳곳을 다녔지만 어느 순간 약간의 공허함을 느꼈어요. 그러다 문득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남극을 떠올렸죠. 지금까지 총 네 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큰 감동을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결국 한국 최초로 남극 여행 상품을 만들었죠. 아마 지금도 한국엔 저희밖에 없을 거에요. 수지가 안맞는 상품이거든요.' 남극에선 어떤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새하얀 눈밭만 끝없이 펼쳐지다 가끔 펭귄이나 몇 마리 볼 수 있는 지루한 곳은 아닐까.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건 다른 듯하다. 고래와 물개, 펭귄같은 희귀 동물의 퍼레이드,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빙하의 스케일,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은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예전에 인도네시아 브로모 화산에 간 적이 있어요. 혹시 외계의 행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죠. 남극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한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여기도 우리가 사는 지구구나, 하는 경외심이 생겨요. 적어도 남극에 실망한 사람은 아직 못 봤어요.'
남극 여행 상품 중에는 유니언 글래시어 캠프에서 남극점까지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가혹한 코스가 있다. 40일이나 걸리는 강행군이지만, 성취감도 그만큼 크다.
킹 조지 섬의 풍경. 남극을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곳만 들르는 것도 괜찮다.
제트기를 타고 곧장 남극점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 굳이 여행사를 낄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남극은 극지다. 가는 길이 복잡하고, 현지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한 번쯤은 먼저 다녀온 선구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낫다.
한 해 남극을 방문하는 인구는 2만 명 정도다. 미국과 유럽이 가장 많고, 호주나 일본만 해도 연간 1000명 정도가 남극을 방문한다. 여행 문화가 성숙한 국가일수록 이런 극지, 생경한 풍경에 대한 욕망이 크다는 증거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훨씬 적은 숫자인 20~30명 정도가 남극을 방문한다. 그건 우리의 여행이 아직 휴양의 개념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여행 가서 무엇을 할까'보다는 '어디로 갈까'에 좀 더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인구 대비로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해외여행객이 많아요. 그런데 다들 유럽이나 일본, 홍콩 등지로 가죠. 여행자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건 좀 아쉬는 부분이에요. 여행이 일상화된 유럽 같은 경우 여행 트렌드가 성취감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지금 한국에서 남극으로 떠나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느정도 있고, 부도 어느 정도 축적한 사람들이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 어지간한 곳엔 다 가본 이들이 독특한 경험을 위해 남극을 찾는다. 남극으로 떠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비행기를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한 후 크루즈를 타고 남극의 언저리라 할 수 있는 킹조지 섬을 둘러보고 오는 코스가 있다. 남극 대륙의 핵심으로 들어가진 않지만 당신이 남극에 기대하는 모든 것(빙하와 고래, 펭귄, 바다표범 등)을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코스다. 두번째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제트여객기를 타고 곧장 남극대륙 한복판에 있는 유니언 글래시어 캠프(Union Glacier Camp)로 가서 남극점에 있는 아문센스콧 연구소로 향하는 코스다. 마지막은 유니언 글래시어 캠프에서 남극점까지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코스다. 역사 속 위대한 탐험가들이 개척한 그 길을 직접 스키를 타고 가며 빙하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비용은 최소 1000만 원부터 많게는 7000만 원까지 든다. 가는 길이 멀기에 일정 역시 최소 10일은 잡아야 한다.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장 대표는 말했다. '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큰 차이를 못 느꼈어요. 도시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놓은 풍경이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오지라고 부르는 곳은 신이 만든 곳이지요. 처음에는 인간이 만든 작품에 호기심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의 작품에 더 관심이 가죠. 그런 의미에서 남극은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곳이에요. 태초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니까. 언젠가 이런 슬로건을 본 적 있다. 'This is your planet'. 우리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 우연히 태어났지만, 이곳을 온전히 즐기는 건 우리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지금 꽤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대한 유라시아의 내륙도, 태양빛이 작렬하는 아프리카도, 세찬 바람이 부는 남아메리카도 의지만 있다면 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끝, 남극으로의 여행도 아마 상상 이상으로 근사한 경험일 것이다.
기사제공 노블레스닷컴
사진 제공 신발끈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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