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뒤셀도르프&함부르크 도시 탐방기

독일 뒤셀도르프 & 함부르크
도시 탐방과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쇼핑기

패션과 결부시키기 어렵다고 치부했던 독일의 새로운 면모를 경험했다. 뒤셀도르프에서는 라인강가에 앉아 멋쟁이들을 구경하며 알트비어를 마시고, 소문난 부자 도시 함부르크에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화하는 항구도시의 거친 매력에 흠뻑 취했다. 두 도시에서는 모두 반나절씩 아웃렛에 찾아가 지갑을 실컷 열며 후회 없는 쇼핑까지 만끽했다.

McArthurGlen Designer Outlet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이곳에서 쇼핑해야 하는
이유 6가지
 

1. 30~70퍼센트 할인

365일 변함없는 30~70퍼센트의 할인율은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에서 쇼핑해야 할 가장 큰 이유. 9개국 24개 지점 어느 곳을 방문해도 동일하다. 더불어 여름·겨울 정기세일과 크리스마스 세일 등 추가 이벤트가 있을 때면 기존 아웃렛 가격에서 더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다. 매장에 따라 상품에 리본이나 스티커 등을 붙여두고 자체 세일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니 관심을 기울일 것. 한편, 15인 이상 단체로 방문할 경우 인터넷으로 미리 문의하면 10퍼센트 추가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패션 패스포트'를 제공한다. 이미 할인율이 크게 적용된 제품이나 일부 명품 브랜드 매장을 제외하고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2. 텍스 프리

유럽 이외의 국가에 거주한다면 텍스 프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에서 구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세금을 환급 받아 더욱 알뜰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최소 구매 금액과 최대 환급 금액 등의 규정은 같은 유럽 내에서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네덜란드의 경우 같은 날 한 매장에서 50유로 이상 구매했을 때, 독일의 경우 25유로만 구매해도 텍스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최소 구매 금액이 낮은 편이라 이득이 큰 편. 매장 직원이 준비해주는 영수증과 관련 서류를 챙겨서 귀국 시 공항 세관에서 도장을 받은 후 텍스 리펀드 창구에서 현금 혹은 신용카드로 돌려받으면 된다.

3. 다양한 편의시설과 서비스

쇼핑객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자유여행자도 가까운 도시에서 아웃렛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은 쾰른과 뒤셀도르프를,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은 함부르크를 연결한다. 유료로 운영되며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편리하다. 아웃렛에서는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제품 검색과 가격 비교, 쇼핑 중 지인에게 의견을 묻는 수준에서 쓸만하다. 참고로 인터넷 연결은 상점 내부보다 광장이나 벤치에서 유연하다. 이 밖에도 아웃렛 고객서비스센터에는 우산 대여, 휴대폰 충전, 쇼핑백 보관 등 세심한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4. 미식 천국

먹고 마실 수 있는 시설을 다채롭게 갖췄다. 간단히 즐길 수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점부터 레스토랑, 카페 디저트 가게까지, 배도 채우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있다. 지점에 따라 브랜드는 다르지만 맛있기로 유명한 젤라토 가게가 반드시 있는 것도 특징.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에는 식음료 시설이 26개가 있으며 이탈리아 정통 피자를 파는 카페 피제리아 스타카토와 아시안 음식을 선보이는 와가마마가 인기다.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의 식음료 시설은 6개. 추천 식당은 해산물 위주의 메뉴가 돋보이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노르드시, 갓 튀긴 피시앤칩스와 프라이드 쉬림프가 맛있다.

5. 아웃렛 자체가 여행지

독일을 포함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유명 도시와 캐나타 밴쿠버 공항 근처에 총 24개의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이 있다. 우리가 여행지로 즐겨 찾는 도시에서 대부분 차로 20~50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반나절만 투자해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쇼핑센터가 아닌, 현지 특색을 그대로 반영한 건축물과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골목의 상점들을 들락날락하며 쇼핑하는 것 자체가 여행과 다름없다. 광장에 멋진 조형물과 분수대, 편안한 벤치가 있고, 음악 공연도 종종 열리는 터라 쇼핑하는 기쁨 이상으로 아웃렛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6. 어린이, 개와 함께 하는 쇼핑

쇼핑은 가족과 함께 즐겨야 제대로가 아닐까. 모든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에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부모 또한 쇼핑이 한결 수월하다. 미끄럽틀, 시소, 구름다리 등을 갖춘 놀이터가 있고, 지점에 따라 회전목마나 관람차가 있는 곳도 있다. 여름이면 분수대는 아이들의 수영장이다. 단, 안전 요원이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모든 매장을 개와 함께 함께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 실제로 개와 함께 쇼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웃렛 곳곳에 깨끗한 물을 담은 그릇이 놓여있는 '도그 드링킹 스테이션'이 있다.

Roermond Designer Outlet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

독일로 쇼핑 투어를 떠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네덜란드의 루르몬트다. 루르몬트는 독일 서부의 뒤셀도르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로 뒤셀도르프에서 차로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이 독일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만큼 지척이다. 반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2시간이나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뒤셀드르프와 쾰른을 찾는 여행자들이 국경을 넘어 루르몬트까지 다녀오는 일정을 잡곤 한다. 네덜란드 남동부의 루르몬트는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로 뫼즈, 루르, 스왈름 세 강이 가로지르는 곳에 터를 잡아 운하와 석조 다리가 어우러지는 풍광이 암스테르담에 버금가는 운치와 낭만으로 넘쳐난다. 15세기의 성 크리스토퍼 성당과 1700년대의 시청사 슈타트하우스 등 역사적으로 주요한 장소를 빼놓지 않고, 동네 주택가 좁은 골목들까지 여유롭게 들러보는데 1시간이면 거뜬한 아담한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와 독일 할 것 없이 인지도가 높은 건, 바로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딱 하나 때문이다.

도시 중심가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의 입구가 나오고 붉은 벽돌의 성문을 통과하면 수많은 브랜드 상점이 자리를 꿰찬 골목들이 갈래갈래 퍼진다. 지루한 쇼핑센터가 아니라 지역의 특색과 건축방식을 그대로 옮겨온 데다가 정원처럼 잘 꾸며진 조경이 싱그럽다. 저마다 다른 색깔과 스타일로 지은 건물에 자리 잡은 부티크를 따라 가지런히 심어진 가로수가 그늘을 만들고, 알록달록 꽃밭도 여기저기 보인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광장에 회전목마와 놀이터가 있고, 거대한 체스판까지 있어서 여기가 아웃렛인지 공원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에 철 지난 제품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이번 시즌에 출시되어 시내 부티크에서 똑같이 판매하는 제품들도 진열된다.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의 수는 무려 186개. 일단 아웃렛 지도를 보면서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체크하고 동선을 짠 후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다. 평소 선호했던 럭셔리 명품 브랜드가 있다면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은 절호의 찬스다. 감히 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느 때보다 훨씬 스트레스 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어서다.

최고 인기 브랜드는 단연 구찌. 오후가 되면 문밖으로 대기 줄까지 늘어서니 아침 일찍 서둘러 방문하길 권한다.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할인된 아웃렛 가격에 더불어 텍스 리펀드까지 받으면 소위 항공권 비용도 뽑을 수 있으니 말이다. 프라다, 버버리, 베르사체, 아르마니, 휴고보스, 돌체앤가바나,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해 게스,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리바이스, 랄프로렌, 마이클 코어스, 코치 등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한 가득이다. 패션 브랜드 말고도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콜롬비아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와 화장품, 란제리, 아동복, 신발, 액세서리 등 없는 종류가 없으니 쇼핑의 범위를 넓게 두자. 혼수를 마련해가도 괜찮은 브랜드도 여럿 있다. 르크루제의 주물 냄비, 빌로이앤로쉬의 그릇 세트, 더블유엠에프의 압력밥솥, 쯔빌링의 쌍둥이칼은 꼭 눈여겨봐야 할 품목. 한국에서 직구로 사더라도 비싼 주방용품들을 착한 아웃렛 가격으로 득템할 수 있는 기회다.

Dusseldorf
알고보면 독일 패션 중심지

1850년, 뒤셀도르프 합창단과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초청받아 왔던 슈만은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는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작고, 산기슭에 있는 심장 같은 도시다.' 2018년, 나의 감상도 전혀 다르지 않다. 독일 최대 공업지대 루르지방의 중심지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뒤셀도르프는 의외로 작다는 느낌이 짙다. “19세기 중반 라인강을 따라 일어난 산업화 덕분에 급격히 발전했어요.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그게 독이 되었죠. 연합군의 표적이 되어 도시의 90퍼센트 이상이 폐허가 되어 버렸거든요.” 구시가지를 10분 만에 휙 둘러보고 떠나려는 가이드 크리스티안의 팔을 붙잡자 그녀가 해준 설명이다. 광장 마크플라츠에 있는 1573년에 건설한 시청사는 멀쩡히 잘 보존되어 있으나 구시가지 알트슈타트의 규모는 소박한 편. 광장 한가운데 요한 빌헬름 2세의 동상을 잠시 쳐다보는 것으로 투어를 재빨리 끝내고 달려간 곳은 의외로 쇼핑 거리였다. 쾨니히스알레, 시민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쾨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독일 사람들은 패션하면 뒤셀도르프를 떠올리곤 해요.' 처음엔 가이드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구글에 뒤셀도르프와 패션, 두 단어를 검색하자 '뒤셀도르프, 패션의 진주'라는 표현이 튀어나왔다. 독일에서 가장 우아한 쇼핑 도시이자 유럽 패션 시장에서 앞서가는 선구라고 했다. 패션 산업의 바이어들이 모여들고, 주문이 성사되는 도시. 800개 이상의 브랜드 쇼룸이 있고, 다음 시즌의 동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트레이드 페어가 1년에 50번 이상 열리는 도시라니. 크리스티안의 부연 설명을 듣자 품고 있던 편견이 머쓱해졌다. 독일 최초의 백화점 카우프호프 역시 다른 곳도 아닌 이곳에서 문을 열었단다. 쾨니히스알레는 시민들의 입에서 자랑처럼 오르내리는 곳이다. 그라프 아돌프 플라츠에서 북쪽으로 곧게 뻗은 대로 위에 유럽의 일류 럭셔리 브랜드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쇼핑가. 600미터의 수로를 중심에 두고, 거대한 가로수길 양쪽으로 조성된 이 길을 나폴레옹이 정비했다고 알려진 후 ‘작은 파리’로 칭송받는다. “쾨니히스알레는 뒤셀도르프에 있는 여러 쇼핑지 중 하나일 뿐이에요.”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쇼핑에 대한 자부심이 꽤나 크다.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건설한 6층짜리 쇼핑몰 쾨 보겐이라든지 200개 이상의 상점들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선 샤도브슈트라세 등 쇼핑으로 이름난 건물이며 동네가 많다. 패션의 중심지여서일까, 아니면 쇼핑을 워낙 많이 해서일까. 거리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세련된 옷차림이나 스타일에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오랜 알트비어의 고장

뒤셀도르프에 간다고 하면 독일 사람들은 알트비어 마시고 오라는 말부터 꺼낸다. 고동색에 가깝게 어두우며, 홉 향이 강한 쌉싸래한 맛의 맥주. 황금빛의 라거 맥주가 탄생하기 전에 존재했던 상면발효방식으로 빚은 알트비어는 19세기 초 뒤셀도르프의 양조장에서 처음 만들어졌단다. 지금도 당시 그대로의 레시피를 따라 알트비어를 생산하는 소규모 양조장 5개가 남아 있다. 구시가지는 대낮부터 길거리 곳곳 알트비어 맥주판을 벌이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알슈타트에는 골목마다 술집이 얼마나 많이 숨어있는지 몰라요. 이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긴 바’라고 불린답니다.” 뒤셀도르프의 손꼽히는 자랑거리인지라 가이드도 다소 격양된 목소리였다. 브라우어라이 임 퓌센은 알슈타트에서도 소문난 브루어리. 1848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알코올 도수 4.8도의 알트비어를 직접 빚는 양조장이자 돼지 다리를 통째로 로스팅한 슈바인학센과 같은 독일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맥주는 특이하게 손가락으로 들 만한 250밀리리터짜리 조그마한 잔에 따라준다. 덩치 큰 독일 아저씨들은 여지없이 원샷. 잔을 뒤집어 놓거나 컵 받침을 잔 위에 올려 두지 않으면 계속해서 맥주를 가져다주는데, 웨이터가 나만 지켜보고 있었나 의심이 들게 테이블 위에 순식간에 새 맥주가 올려진다. 몇 잔을 마시는 줄도 모르고 술이 술술 넘어간다.

알트슈타트가 전통의 맛이라면 메디언 하펜은 오늘의 맛을 보여준다.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퇴근 후 한잔하러 향하는 곳. 최근 레스토랑 수가 두 배나 늘었단다. 메디언 하펜은 버려진 라인강의 항구를 새롭게 뒤바꾼 오피스 밀집 지역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파독 광부가 되어 처음 발을 디딘 곳이 바로 뒤셀도르프 공항이 아니었던가. “예전엔 이 지역이 철강 산업으로 명성을 날렸죠. 산업이 쇠퇴하면서 항구는 버려졌고요. 1989년부터 새로운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확 바뀐 겁니다.” 가이드의 말처럼 이제는 모던한 건축물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라인강변은 마치 미래도시에 도착한 듯 날카롭고 시크하다. 클로드바스코니와 데이비드 차퍼필드 같은 건축 분야 거장들의 작품이 많아 건축 전시관 수준. 세련된 현대 도시, 뒤셀도르프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주인공들이다. 그중의 랜드마크는 단연 TV 타워 옆에 있는 노이어 졸로프다. 미국 출신의 건축가 프랭크 오 게리의 작품으로, 꺾이고 비틀어지고 흐물흐물 거리는 듯한 비대칭적인 3개 빌딩으로 이뤄져 있다. 형태뿐 아니라 마감재 역시 흰색 플라스터, 붉은 벽돌,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차별화시켜 포토제닉하다. 뒤셀도르프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았지만, 라인강변을 걸으며 느끼는 정취만으로 이 도시의 정서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싱그러운 그린 시티

도시의 20퍼센트가 녹지다. 독일 최초의 공원 타이틀 또한 1769년에 지은 뒤셀도르프의 호프가르텐이 갖고 있다. 낭만을 좇는 이들은 도심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벤라트 궁전Benrath Schloss에서 시간을 보낸다. 18세기의 선제후 칼 테오도르가 여름 별장으로 지은 로코코 스타일의 핑크빛 성. 화려한 가구와 벽지, 예술작품으로 치장된 방에 들어서면 호화로웠던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눈앞에 그려진다. 프랑스 건축가 니콜라스 데 피가게가 설계한 건 궁전만이 아니다. 60헥타르의 너른 부지에 정원, 분수, 공원까지 전부 디자인해 선제후 부부를 위한 완벽한 공간을 완성했다. 로컬식 초록빛 휴식을 살짝 맛보니 욕심이 났다.

도시 남쪽으로 20킬로미터를 달려 존스를 찾아갔다. 이름조차 생소한 곳, 사전지식은 전무했다. 페리에 올라 라인강을 건너는 5분 동안 들은 이야기라곤 쾰른과 뒤셀도르프 사이에 위치하는 중세시대의 마을이고, 총인구가 5천여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뿐. 드넓은 목초지와 포플러 나무 가득한 길을 지나쳐 도착한 성문 앞에서 하마터면 라푼젤에게 머리를 내려달라고 외칠 뻔했다. 동화책에서나 존재할 법한, 로맨틱한 풍경으로 미소 짓게 만드는 요새 마을이었으므로. “14세기, 배를 타고 라인강을 지나는 상인들에게 통행료 징수소로써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건설했어요. 외부로부터 부를 보호하기 위해 요새 안에 숨는 것을 택한 것이죠.” 

화재와 홍수, 흑사병으로 주민들이 목숨을 잃은 적은 있어도 함락된 적은 없을 만큼 견고함을 자랑하는 요새라며 주민 한분이 흐뭇한 표정으로 두꺼운 성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북으로 300미터, 동서로 250미터. 사다리꼴 형태의 요새 안에 존재하는 마을의 크기. 그 안에 몸을 웅크리고 꼭꼭 숨은 존스는 변한 것이 거의 없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600년 이상의 시간을 머금은, 오래 묵은 공기에 빠져든다. 1829년까지 시장 역할을 톡톡히 했던 광장, 네 귀퉁이마다 우뚝 서 있는 탑, 직접 올라가볼 수 있는 성벽 길, 수백 년도 더 된 낡은 풍차, 50마리의 돼지를 놓고 싸웠던 일화가 깃든 돼지 분수, 흑사병에 걸린 환자들을 격리시켰던 어둠의 공간, 그리고 범죄자들을 고문했던 지하감옥의 뒷이야기까지 고스란히, 여전히 마을을 보호해주는 단단한 옛 성벽 안에 존재한다.

Hamburg
매혹적인 부의 도시

독일 북부, 엘베강 상류에 위치한 함부르크를 수식하는 말이 많다. 베를린 다음의 제2의 도시, 세계로 향하는 관문, 독일 최대의 무역항. 신기하게 함부르크에서는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서울보다는 우리 항구도시 부산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함부르크는 ‘부자 도시’의 이미지가 아주 강렬하다. 실제로도 독일에서 부자가 많이 살기로 뮌헨과 늘 1등을 다투며 알스터 호수 주변에는 베벌리힐스처럼 고급 주택들이 빼곡하다. 오늘날의 부의 시작은 1189년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가 이 도시의 상공업에 특권을 주면서부터 따라붙었다. 세금 부과의 의무에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9세기 작은 요새로 미약하게 출발했던 함부르크의 운명이 확 뒤바뀐 것. 300년 이상 한자동맹에 속해 있으면서 무역 중계지로 발전했으며, 21세기 초에는 독일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고, 은행이 들어서는 등 황금기를 누려왔다. 현재도 함부르크는 독일 연방 조직 형태상 지방 자치주에 해당하는데,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인정받는 도시는 함부르크와 브레멘 딱 두 곳뿐이다. 몽블랑과 니베아, 독일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도 함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국제적인 해운회사, 상사, 보험회사 등 수많은 회사가 이 도시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있으니 함부르크와 끈끈한 연을 맺고 있는 부유함은 영원할 운명이지 않을까.

부유하다고 해서 무조건 섬세하거나 고상한 분위기의 도시는 아니다. 생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가운데서도 묘하게 음침한 기운도 피어오른다. 어쩌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여주인공 영희가 치유의 시간을 보내던, 무겁고 어두우며 추운 겨울의 이미지에 먼저 노출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화창한 여름날의 함부르크에서 하루를 보내고서도, 도시에서 낭만이라는 감상보다는 투박하고 실용적이며 거친 느낌에 무게가 실렸다. 크레인과 화물선이 어우러지는 항구 풍경, 창고로 쓸 요량으로 쌓은 건물들, 부를 드러내기 위해 무조건 위풍당당하게만 지었던 거대 빌딩들. 중후한 남성미가 은근하게 마음에 들었다. 이게 항구 도시 특유의 매력이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어둡지만 나름의 매혹적인 면모를 지닌. 옛 항구가 품고 있는 역사와 그 매력은 운하를 따라서 평행선을 이루는 붉은색 벽돌 창고 단지에 스며있다. 과거 커피, 차, 향신료 등의 무역품을 저장하던 공간으로 블록BLOCK 이라고 표시된 건물이 알파벳 A부터 Z까지 죽 이어진다. 

26헥타르에 이르는 슈파이셔슈타트는 함부르크가 경제자유구역 항구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조성된 창고단지.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벽돌 건물의 한쪽 면은 물가를 바라보고, 반대쪽은 도로에 연결되어 짐을 옮기기 쉽게 설계했다. 물론, 지금은 그 기능을 잃었다. 슈파이셔슈타트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또 하나의 지구는 콘토어하우스다. 20세기 초반의 표현주의 건축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들이 밀집한 곳으로 클링커 라고 부르는 네덜란드 식으로 단단하게 구운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즐비하다. 서로 덩치 싸움이라도 하듯 압도적으로 웅장하다. 거기에서도 1등으로 시선을 뺏는 건물이 칠레하우스다. 1922년 헨리 브라렌스 슬로먼 이라는 함부르크 출신 부자가 독일 건축가 프리처 회거에게 의뢰해 지은 10층짜리 건물. 남미 칠레에서 축적한 그의 부와 지위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건물의 끄트머리에서 바라보면 형태가 딱 배다. 측면이 안쪽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모서리는 뱃머리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 정교한 클링커로 장식된 표면에 2천 8백 개의 창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도 장관이다.

과거의 시간과 오늘의 만남

오랜 항구, 낡은 창고들이 덩그러니 남아 있던 지역에 유명 건축가들이 발을 벗고 나서, 호텔, 상점, 오피스, 주택 등을 채우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2001년부터 진행 중이다.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이름하여 하펜 시티. 완전히 뒤집어 엎는 개념은 아니고, ‘올드 앤 뉴’라고 보면 된다. 2017년 11월에 오픈한 엘프필하모니가 이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이자 새롭게 등극한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다. 위치는 하펜 시티의 서쪽 끝자락, 1960년대 코코아를 보관하던 8층짜리 벽돌 창고 위에 비대칭적인 구조의 유리 건물을 올렸다. 1천 개가 넘는 글래스 패널이 반짝반짝 빛나면 마치 함부르크를 둘러싸고 있는 물과 같고, 지붕의 형태는 찰랑찰랑하는 파도를 닮았다.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의 건축가 헤르초크 앤 드 뫼롱이 맡아 건설했다. 기존의 버려진 건축물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다는 건 다소 진부해진 콘셉트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와 음향을 자랑하는 콘서트홀과 호텔,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고, 출입구에서 8층까지 단숨에 이어지는 82미터 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항만과 시내 전경을 빙 둘러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바닷바람에 맞서 걷는 황홀한 도시 구경. 함부르크는 건물들의 높이가 거의 일정해 5개 메인 교회의 첨탑이 중간에 뾰족하게 톡 튀어나오는 스카이라인이 재미있다. TV타워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성 니콜라이 교회의 147미터짜리 첨탑은 1846년 건설된 후 제2차 세계대전 중 본당은 파괴되고 첨탑만 남아 전쟁의 비극을 전하고 있다. 엘프필하모니가 함부르크의 랜드마크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브람스와 맨델스존이 탄생한 이 도시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위상이 높다. 독일 오페라의 발상지로서 오페라에 대한 사랑도 굉장하다. 시청사 1층 로비에만 가보더라도 기둥마다 음악가들의 얼굴이 곱게 새겨져있으니 말이다.

그런 가운데, 함부르크의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빠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비틀스다. “초창기의 비틀스가 머물렀던 당시의 함부르크는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후 재건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반면에 항구도시만의 꼬리표도 있었죠. ‘향락의 도시’라는 것 말이에요. 술, 마약, 쾌락을 찾는 이들이 전부 함부르크로 모여들었답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비틀스는 1960년대 초반에 술집과 스트립 클럽이 들어찬 홍등가에서 5개월간 머물며 매주 30회의 공연을 치렀다고 한다. 존 레논은 이런 말도 남겼다. “나는 리버풀에서 태어났지만, 함부르크에서 성장했다.” 지금도 리퍼반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나이트라이프의 명소다. 술집, 스트립쇼 클럽, 성인용품점, 디스코 클럽이 즐비한 곳으로 일렉트로닉 뮤직 등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좋은 클럽도 있지만, 값싼 술값에 매일 밤 흥청망청 파티가 끊이지 않는 곳. 인드라 클럽과 케이저캘러 등 비틀스가 공연했던 클럽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팬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Neumunster Designer Outlet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
유럽 로컬 브랜드의 천국

함부르크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40분을 달리면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에 닿는다. 덴마크와 독일을 연결하는 아우토반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아오는 이들 중엔 북유럽 출신 쇼핑객이 다수다. 머리카락이며 피부가 아주 밝은 사람들인 데다가 낯선 언어가 뒤섞여 들려서인지 마치 또 하나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 듯 설렌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듯 쇼핑하는 사람들, 수영복까지 단단히 챙겨 입고 분수대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선베드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청년들. 한여름의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은 완전한 휴양지 풍경이다. 7월 말 방문 당시 ‘레이트 나잇 쇼핑’이라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마침 휴가 기간과 겹쳐서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라이브 뮤직 공연 덕에 들썩이는 분위기, 광대 아저씨가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풍선으로 인형을 만들어줬으며, 매장 안에서는 디제이가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의심할 바 없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쇼핑하기 위해 아웃렛을 돌아다니는 일이 진짜 북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을 구경하는 것처럼이나 흥겨웠다.

앞서 뒤셀도르프에서 다녀왔던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에 비하면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은 규모가 작다고 해야 한다. 입점한 브랜드의 숫자가 120개, 레스토랑도 6개다. 물론 이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명품 브랜드부터 하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까지 좀 더 세심한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루르몬트에서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에 치중했다면 노이뮌스터에서는 독일 태생의 브랜드와 유럽 로컬 브랜드를 공략하는 것이 최고의 쇼핑법. 주목해야 할 브랜드 중 대표적인 것이 아디다스다. 독일 브랜드로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에 대규모 매장을 갖췄다. 특히 신발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패션 뿐 아니라 액세서리 제품군도 다양하다. 할인율도 웃음이 날 만해서 하루 종일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팁을 하나 주자면, 사이즈가 맞는다면 고민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구매하는 게 이득이다. 또한, 본 매장 이외에도 시즌에 따라 특별 상품을 선보이는 아디다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하고, 이미 할인된 아웃렛 가격에 추가 세일을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아디다스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라면 쾌재를 부를 일. 퓨마, 나이키, 콜롬비아, 마무트,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언더 아머, 빌라봉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의 할인율도 꽤 좋다. 

다른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에서는 쇼핑하기 전에 지도를 챙겨서 먼저 방문할 브랜드를 골라 동선을 짜는 게 현명하지만, 노이뮌스터 디자이너 아웃렛에서는 그게 잘 안 통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낯선 브랜드들이 꽤 많아서다. 그러나 스카치앤소다, 콤마, 온리, 살라맨더, 할루버와 같은 유럽 브랜드들은 이름만 낯설 뿐 세련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득템하기 좋다. 개인적으로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아웃렛에서 옷 잘 입은 사람들이 어떤 쇼핑백을 들고 가는지 관찰한 다음 그 브랜드 매장에 가보는 것. 알고 보면 유럽에서 유명한 로컬 브랜드인 경우가 흔하다. 독일 태생의 샤넬 책임 디자이너였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매장과 독일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도 빼놓지 말길. 버켄스탁은 유럽에서도 워낙 인기가 있어 되도록 빨리 방문해야 한다. 사이즈에 따라 상품을 진열해 놓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낚아채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에 수입되는 평범한 샌들보다는 독특한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이 많은 편이다.

루르몬트와 마찬가지로 노이뮌스터에도 주방용품 브랜드 리스트가 화려하다. 르쿠르제, 빌로이앤로쉬, 더블유엠에프, 쯔빌링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을 놀라운 가격에 획득할 수 있다. 가격만 싼 게 아니라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들이 다양해서 요리를 좋아하는 이라면 천국이 따로 없을 테다. 리빙 브랜드 램버트와 바세티, 욕실용품 브랜드 뫼브, 천연 화장품 브랜드 크나이프 등 일상에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쇼핑하기에도 제격이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텍스 프리 쇼핑을 위한 최소 금액이 무척 낮은 편이다. 우리가 쇼핑 여행지로 즐겨 찾는 이탈리아의 경우 154.94유로, 프랑스의 경우 175.01유로 이상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지만, 독일의 경우 세금 환급에 요구되는 최소 금액이 25유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렴한 제품을 사도 텍스 리펀드까지 받을 수 있는 것. 돌려받는 금액을 계산해보면 결국 할인의 혜택 총합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독일 여행에서 반나절 시간을 투자해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에 들른다는 건 경제적으로 똑똑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