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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지 ] 콜롬비아가 건넨 선물 COLOMBLA

콜롬비아가 건넨 선물 COLOMBIA

흥겨운 라틴 음악과 강렬한 노랑 유니폼으로 뇌리에 남아있던 콜롬비아. 그곳을 향과 맛으로 음미할 수 있는 이름은 커피였다. 커피루트를 따라 콜롬비아에 숨겨진 보물들을 하나씩 발견하던 시간. 결국 내게는 쓰디쓰던 에스프레소마저 달콤하게 입 안을 맴돌고 있었다. 엘도라도의 전설을 품은 땅 콜롬비아는 우리와는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해 물리적으로 너무나 먼 곳이다. ‘사고’라고 할 정도의 큰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차마 여행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쉽지 않은 나라이지만, 요즘 우리는 부쩍 그 이름을 자주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머나먼 거리를 좁혀주고 있는 고마운 이름은 바로 커피. 최근 대한민국은 전 세계 커피 소비량 10위권에 진입했고, 커 피에 대한 취향은 점점 고급화 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트렌드 와 함께 세계 최대의 커피생산지 중 하나인 콜롬비아가 커피와 함께 자연스럽 게 우리 곁을 찾아왔다. 최근 한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맛볼 수 있게 된 콜 롬비아 커피, 그 맛과 향의 고향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리베라 커피농장
La Rivera Farm

보고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30분을 날아 페레이라Pereira로 향했다. 다시 차를 타고 약 1시간가량 찾아간 곳은 유명 커피산지 중 하나인 산타 로사 데 까발Santa Rosa de Cabal 지역에 위치한 리베카 커피농장이다. 커피가 재배되는 현장을 처음으로 찾아간다는 들뜬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안데스 산맥의 울창한 삼림 속으로 들어가며 맞이하는 풍경들은 여행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참을 달리던 차량이 멈취선 곳은 답답하던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 산 속의 평원 같은 곳. 안개가 유유히 떠다니는 그곳에서 초록 커피밭과 야자수 등이 가득 펼쳐진 날 것의 생경한 풍경이 가장 먼저 가슴에 닿는다. 뒤이어 아침이슬을 잔뜩 머금고 촉촉하게 젖어버린 산 속 커피밭의 싱그러움이 또다시 맹목적인 믿음을 심어놓는다. 산 속에 머물고 있는 그 풍경들을 찬찬히 바라보는 동안 지금 막 내린 커피향이 날아들고. 이미 그 모든 것들이 커피맛을 좌우해버린다.

신선함과 싱싱함, 향보다 맛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들이 맛을 보기 이전부터 작은 전율을 일으켜 이곳 커피에 대한 특별한 환상을 만들어놓았기 때문. 한 모금 물고 입 안에서 요리조리 굴려가며 음미하는 커피맛은 뜻 밖의 맛을 내어놓았다. 신맛, 그럼에도 자극적이지 않고 거부감이 생기지 않아서 다시 한 모금을 마시게 되는 그런 맛. '과연 커피는 그 속에 몇 가지의 맛들을 품고 있을까'. 어느새 커피에 대한 조금은 더 진지한 질문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리베라 농장이 위치한 지역은 춥고 구름이 많이 끼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농장주는 그런 지역적 특성이 리베라 커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일반적인 품종이 아닌, 스페셜티 커피를 만들고 싶었던 그의 바람에 가장 적합한 곳인 셈. 그의 희망과 의지에 맞춰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 리베라 농장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나무에서 자라나 빨갛게 익은 원두가 되고, 그 원두를 따서 말리고 가공하고 볶아서 하나의 제품이 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다시 초록 커피밭을 바라보며 맛보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는 비로소 쓴맛을 잃은 채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돈 홀리오 Don julio

콜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 아레빠Arepa와 스페인식 소시지인 초리소chorizo 등을 비롯한 콜롬비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다. 한적한 자연 속에 숨어있는 이 레스토랑의 가장 큰 매력은 대나무 숲속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면서 대나무 숲 사이사이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하여 상쾌한 대나무향과 함께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각 테이블뿐만 아니라 여러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도 마련되어 있어 ‘혼커피’마저도 어색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이곳에서 맛본 진한 육수의 소고기 스튜 한 그릇은 그 구수한 맛이 지구 반대편 우리네 고향을 떠올리게 만들정도로 낯설지 않다. 상쾌한 대나무숲과 더불어 손님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꽤 익숙한 보양식.

카페 드 콜롬비아
Cafeteros de Colombia

커피의 맛과 품질을 직접 체험을 통해 확인하는 여행은 콜롬비아의 커피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콜롬비아에서 커피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줄임말로 'FNC'라고 부르는 콜롬비아 커피생산자 연합회, 카페 드 콜롬비아. 1927년 콜롬비아의 커피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하여 지금은 무려 56만에 이르는 커피생산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거대한 조직이지만 커피 판매 등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커피생산자에 대한 기술지원이나 사회 인프라 정비 등에 사용하는 비영리 조직이기도 하다. 또한 커피생산들이 수확한 커피를 공정하고 평등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증하여 커피생산자들의 권익을 지키고 그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활동은 결국 콜롬비아 커피가 세계 최고의 깊은 맛을 내는 커피로 발전하고 또 인식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주었다. 결국 품종의 다양화와 고급화, 재배 환경의 개선과 질병 예방 등과 같은 커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콜롬비아의 이름은 더욱 크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라 모렐리아 카페
La Morelia Cafe

최근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본격적인 봄 시즌을 겨냥해 새롭게 콜롬비아 커피를 선보였다. 메이플시럽의 달콤함과 커피의 부드러운 상큼함이 매력적인 ‘콜롬비아 라 모렐리아’가 그 주인공으로 킨디오주의 주도인 아르메니아에 위치한 라 모렐리아 커피농장이 바로 ‘콜롬비아 라 모렐리아’가 태어난 곳이다. 푸른 잔디밭에 서 있는 커피자루를 가득 실은 지프의 모습이 또 다른 커피투어를 상상하게끔 하는 라 모렐리아 카페에서 역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한다. 먼저 방문했던 리베라 커피농장과는 달리 공식적인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라 모렐리아 카페이기에 보다 전문적인 커피에 대한 소개를 듣고 경험할 수 있다. 리베라 농장이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면 라 모렐리아 카페는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 더 편안한 투어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커피나무가 늘어선 농장으로 산책을 나서면 주렁주렁 열려있는 커피 열매들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이 기다린다. 초보자에게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다른 품종의 커피들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재배된 원두를 가공하는 공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커피맛을 좌우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농장 사람들의 세심한 손길에 의해 결정되어지고, 그 커피들이 한국의 카페로 들어와 한 잔의 커피가 된다는 사실 때문인지 커피맛은 조금 더묵직하게 느껴지지만 숨어있는 과일의 발랄함이 전해진 순간 야릇한 흥분이 일기도 한다. 하나의 제품이 되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마지막 과정, 커핑Cupping은 마치 커피의 신비를 발견하는 시간 같다. 각각의 잔에 담긴 서로 다른 품종의 커피들, 같은 품종이지만 생산지가 다르기도 하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다르기도 한 커피들. 모두 다른 색과 향 그리고 맛을 지니고 있다. 천의 얼굴을 지닌 커피, 그 중 내가 원하는 커피를 하나 발견하는 일, 콜롬비아를 여행한다면 꼭 해야 할 기분 좋은 숙제이다.

국립커피공원
Parque Nacional del Cafe

커피 강국은 역시 다르다. 커피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시선과 각도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인데, 커피가 차지하는 콜롬비아에서의 위상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국립커피공원은 킨디오 주의 몬테 네그로Montenegro 시에 위치하고 있는 커피를 주제로 꾸며진 테마파크이다. 알록달록한 콜롬비아식 민속 건축물들 그리고 공원과 박물관을 이어주는 케이블카들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초록 정원을 만나 콜롬비아의 어느 곳보다도 산뜻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마침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에서 공원 광장의 오후 햇살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커피쇼가 펼쳐지는 공연장이다. 22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댄스, 저글링, 음악, 컬러쇼 등을 통해 커피 생산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쇼. 콜롬비아의 화려함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남미의 열정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이곳 사람들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모습 역시 찾아볼 수 있어 콜롬비아 사람들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면 커피박물관이 기다린다. 커피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그들만의 비결을 한자리에서 찬찬히 만나게 될 것이다.

실렌토 Salento

커피루트를 따라가다 만나게 된 살렌토. 이곳에서 역시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 여행 일정에 꼭 포함시켜야 할 도시이다. 콜롬비아를 여행하다 보면 밝고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콜롬비아의 전통가옥들을 때때로 볼 수 있다. 킨디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살렌토는 우리의 한옥마을과 그 성격이 같은 곳으로 옛 가옥들이 모여있어 콜롬비아의 아름다움을 느릿느릿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도착한 살렌토는 옅은 주홍색 불빛들만이 가득히 골목을 밝히고 있다. 한산해 보이지만 집집마다 조금씩 열어둔 문틈 사이로 비춰진 풍경은 다채롭다. 레스토랑과 카페, 바에 앉아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에서 살렌토가 콜롬비아에서 손꼽히는 여행지임을 새삼 깨닫는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따라 들어간 한 레스토랑은 홍대의 어느 곳을 닮았다. 센스 절정의 예술적 감각이 작은 레스토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빠진다. 광장은 조금 더 활기차다. 흥겨운 라틴음악이 흐르는 펍 앞에는 리듬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춤사위가 신나게 벌어지고 있다. 맥주 한 병이면 그들과 함께, 진정한 콜롬비아를 경험할 수 있다. 한낮의 살렌토 마을은 밤과는 확연히 다른 곳으로 뒤바뀐다. 골목을 가득 메운 여행객들과 그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상점들이 이름난 여행지의 북적한 풍경을 만든다. 그럼 에도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슬로우를 유지한다. 저마다 다른 색을 입고 있는 누군가의 집을 바라보고 한번씩 눈을 맞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창문에 얼굴을 내민 이들과 인사도 나눠야하고, 때로는 예쁘장한 기념품을 찾아내야 한다. 빠르게 걷다보면 그 모든 것들을 놓치고 만다. 살렌토를 보지도 알지도 못하게 되는 것. ‘꽃에 꿀벌이 모여 든 동네’, 살렌토에 대한 가장 올바른 소개가 아닐까.

코코라 벨리
Valle de Cocora


살렌토 마을의 숙소에는 주변 여행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다양한 투어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흥미로운 사진들이 여럿 보이지만 특이한 야자수 나무에서 시선이 멈춰버렸다. 킨디 오 왁스 야자수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산 속에 우거진 풍경. 그 풍경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차 를 타고 코코라 계곡으로 향한다. 코코라 계곡은 안데스 산맥 중심 부근, 킨디오 주에 위치한 로스 네바도스 자연국립공원Parque Nacional Natural Los Nevados 내부에 속해있는 자연 경관으로 국가적 수목들의 주요 서식지이면서 킨디오 왁스 야자수를 비롯한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식물들이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차 창 밖으로 국립공원의 수려함이 얼마간 스쳐 지나가자 계곡의 입구에는 두 가지 교통수단이 손님을 기다린다. 지프와 말, 코코라 계곡 여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다. 물론 두 발로 하이킹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어느새 나타난 개 한 마리가 가이드가 되어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산 속으로 조금씩 들어갈수록 풍경은 이색을 넘어 환상에 가까워진다. 마치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이라도 한 듯 눈앞에 펼쳐진 오묘한 풍경. 초록 양떼목장 위로 뾰족뾰족 솟아 오른 야자나무들의 행렬, 그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유유자적한 젖소들, 야자나무 사이로 자욱하게 내려앉은 짙은 안개까지. 한데 모여 있을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조화가 이루어낸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풍경이기에 돌아오는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