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향을 따라가는 여행2
레드니체-발티체 문화경관
LEDNICE-VALTICE CULTURAL LANDSCAPE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레드니체-발티체 문화경관은 모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여행지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모라비아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함께 중세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또 마을 안에서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하는 곳, 레드니체-발티체.
모라비아의 또 다른 보물, 레드니체의 여름궁전
STÁTNÍ ZÁMEK LEDNICE
레드니체의 여름궁전은 체코의 베르사유 궁전이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 네오고딕양식의 궁전은 정교한 건축구조와 짙은 상아색 외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여름별장으로 사용했던 이 거대한 궁전에는 400개의 공간이 있고, 350개의 공간은 하인들이 다니던 비밀의 문과 복도로 이어져 있다. 워낙 넓어 볼거리가 많지만 아직 그 모습을 공개하지 못한 곳도 많다. 레드니체 궁전은 매해 개방하지 않았던 공간을 복원하고 보존하여 여행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1년에는 지하무덤도 오픈할 예정이다. 레드니체 궁전에는 서유럽의 화려한 궁전들과는 다른 특별한 분위기가 풍긴다. 민트색 벽지가 상큼한 복도와 청색 벽지의 방, 목조 장식으로 치장된 계단과 천장은 금빛으로 호화로움을 과시했던 것과는 다른 우아함을 보여준다. 사진으로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뿐. 궁전을 돌아다니는 내내 감탄과 환호로 가득 찬다.
영국식정원
레드니체 궁전의 정원은 마치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한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우거진 나무와 제멋대로 자란 풀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정원은 철저하게 영국식 공원처럼 꾸민 거대한 인공 정원이다. 그럼에도 자연 그 자체의 상태처럼 보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 이곳은 정원 이상의 볼거리가 많다. 그리스식 성전, 중국식 궁전 등 각국의 건축양식을 가져와 지은 쉼터가 곳곳에 있고, 연못 건너편에는 이슬람의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탑 미나레트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다. 공원을 거니는 마음으로 천천히 정원을 걷다보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커플과 산책을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 잔디밭 너머 키 큰 나무들 사이에 가려 반쯤 모습을 드러낸 레드니체 궁전이 보인다. 먼발치에서조차 확연하게 드러나는 고귀한 아름다움. 오히려 화려하지 않은 정원과 함께 있으니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와인의 수도, 발티체 성
STÁTNÍ ZÁMEK VALTICE
발티체 성은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주로 거주하던 성으로, 레드니체 여름궁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바로크양식의 성은 좌우대칭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져 레드니체 궁전과는 다른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는 박물관 외에 호텔, 레스토랑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발티체 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지하에 있는 국립와인살롱. 체코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들이 모여 있는 체코 와인의 천국이다.
모리비아의 최고 와인을 만나는 곳, 국립와인살롱
와인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 국립와인살롱. 발티체 성 지하에 있는 국립와인살롱은 매년 체코에서 가장 맛있고 좋은 100개의 와인을 선정한다. 카운터에서 와인 잔을 받고 저장고로 들어가면 거대한 아치형의 와인셀러에 각종 와인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치 작품을 진열해 놓은 듯 가지런한 모습. 각각의 와인은 품종, 지역, 맛 등이 적혀있는 안내판과 함께 놓여 있으며, 원하는 와인의 숫자를 확인한 후 시음용 와인을 직접 따라 마셔볼 수 있다. 구매하고 싶은 와인이 있다면 선반 아래에서 직접 병을 꺼내 바구니에 담고 나중에 카운터에서 결제하면 끝. 오로지 모라비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와인들이 많고, 한국 돈 2만 원정도면 꽤 좋은 품질의 맛좋은 와인을 구매할 수 있으니 와인애호가들에겐 말 그대로 천국. 모라비아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도 그만이다. 와인살롱의 시음 방법은 90분, 150분 동안 자유롭게 시음하는 방법과 소믈리에의 설명과 함께 6종 혹은 10종의 와인을 맛보는 방법이 있다.
체코에서 가장 긴 와인셀러, 발티체 포드젬
VALTICKÉ PODZEMÍ
발티체 포드젬은 영어로 발티체 언더그라운드Valtice Underground. 의미 그대로 발티체의 지하다. 미로처럼 복잡한 지하 저장고는 모라비아에서 가장 긴 지하 저장고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이곳은 한 해에 4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모라비아의 인기 여행지이기도 하다. 발티체 포드젬은 지하 6미터에서 깊게는 11미터까지 깊어지며 각각의 공간에 비치된 롬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와인과 어울리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으니 가볍과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오랜 역사의 와인셀러, 템플라르스케 스클렛 체유코비체
TEMPLÁRSKÉ SKLEPY CEJKOVICE
발티체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체유코비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셀러이자 체코에서 가장 큰 와인 회사인 템플라르스케 스클렛. 템플라르스케의 와인은 국내에 수입되는 몇 안 되는 체코 와인 중 하나다. 템플기사단이라는 뜻의 이곳은 60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와인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와인 시음 외에도 오래된 오크통과 와인셀러를 구경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와인 200리터가 들어가는 체코에서 가장 큰 와인 병과 체코에서 가장 큰, 실제 사용 가능한 오크통도 볼 수 있다.
자연의 선물 팔라바 포도밭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마다 차창 밖으로 볼 수 있는 포도밭 풍경. 폴란드 출신의 사진작가 ‘Marcin Sobas’는 모라비아 들판을 “체코의 작은 투스카니”라고 얘기했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 투스카니처럼 모라비아의 풍경 역시 한없이 평화롭고 아늑하다. 이 풍경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만 있을까. 지나는 길에 잠깐 차를 세워도 좋다. 이른 아침의 찬 공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포도밭의 풀들은 이슬로 살포시 젖어있고 가을걷이가 끝난 포도나무에는 간간이 포도송이가 매달려 있다. 낙엽이 물들 듯 노랗게 물든 포도나무의 이파리가 흐린풍경에 색을 더한다. 포도밭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들판, 그 위로 장막처럼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또한 아름답다. 맑은 날의 포도밭 풍경을 그리워할 필요 없이 이렇게 마주하는 팔라바의 포도밭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이다.
와인탐험 마을, 파블로프 PAVLOV
팔라바 자연보호지역 안에 위치한 파블로프는 모라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마을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포도밭을 가꾸고 소규모 와이너리를 운영한다. 모라비아의 다양한 와인을 마시기에 이보다도 좋은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늦은 봄에서 가을 사이에는 자전거를 타고 모라비아 지역을 여행하며 이 마을에 방문하는 가족들도 많다고 한다. 이 독특한 와인 마을에서 즐기는 짧은 시간의 와인 탐험.
와인 향이 넘실대는 길
파블로프의 체스카?eská길과 나 침부르지Na Cimbu?í길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양식의 와인 저장고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그중 19개의 집은 문화재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경에서 이곳이 얼마나 오래된 와인마을인지 깨닫게 된다. 거리를 걷는 내내 야외 테이블에 덜렁 놓인 빈 와인 잔을 보고, 포도를 실은 한가득 트럭을 만나고, 포도를 짜는 농장에서는 달콤한 향기를 맡는다. 그저 이곳에 머물기만 해도 와인 향에 취할 것 같은 마을. 이곳에 있는 와인 저장고들은 모두 와이너리를 병행하고 있다. 문이 열려있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들어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맛볼 수 있는 와인이 다르고, 꼭 이곳에 오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는 와인이 많으니 파블로프에는 와인 애호가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약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파블로프 와인의 집결지, 팔라브스카 갈레리에 빈 우 베누셰 PÁLAVSKÁ GALERIE VÍN U VENUŠE
파블로프 마을에 있는 와인 갤러리, ‘팔라브스카 갈레리에 빈 우 베누셰’는 소믈리에가 직접 맛보고 높은 점수를 매긴 파블로프의 대표 와인 60종을 전시한 갤러리 겸 와이너리이다. 국립와인살롱처럼 1층에서 와인 잔을 받고 지하로 내려가면 긴 터널처럼 이루어진 와인셀러에서 60종의 와인을 전시하고 있다. 선반에는 각각의 와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음용 와인이 비치되어 있으며, 맛있는 와인은 선반 아래에서 직접 골라 구매까지 가능하다. 단맛과 산미 등을 확인하며 와인을 선택할 수 있으니 선호하는 와인을 찾기가 조금 더 수월한 편.
독특한나라 크라비호라 KRAVÍ HORA
크라비 호라Kraví Hora의 공식 명칭은 ‘암소 언덕 민주 공화국이다. 그저 와이너리가 있는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객을 맞이하는 건 이 나라(?)의 대통령. 사실 이곳은 마을을 하나의 국가라는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마을 중앙의 작은 부스에서 입국심사도 하고 도장도 찍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파블로프처럼 와인저장고가 나란히 서 있는 길로 들어서고, 여러 나라의 국기가 눈에 띈다. 저장고마다 붙어 있는 다른 나라의 국기. 바로 이곳이 각 나라의 대사관이라며 대통령이 소개한다.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 명은 스위스 대사, 다른 한 명은 미국 대사를 맡고 있는 곳. 그저 평범한 마을에서 만나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곳, 여유가 있다면 오래 머물고 둘러보고 싶은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