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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지 ] 장가계와 봉황고성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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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와 봉황고성 그 사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장가계의 명성은 비단 그곳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 4대 고성에 빛나는 봉황고성과의 사이에 또 다른 클래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구와 외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같은 이들. 웅장한 산 속에 숨겨진 비경에 취해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는 장가계 여행. 천문산과 무릉원 지역만 둘러봐도 어느덧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보자. 장가계의 볼거리들과 완연하게 다른 국보급 신비스러운 풍경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봉황고성의 낮과 밤, 붉은 암석으로 뒤덮여 마치 외계에 온 듯한 돌숲 홍석림,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영화 '부용진'의 그곳 부용진 마을 그리고 길에서 우연인 듯 만나는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묘족마을 먹융모채까지. 장가계 여행을 보다 풍성하게 해줄 장가게 근교여행. 이틀이면 그뤠잇, 부지런을 떤다면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다녀올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될 명소들을 소개한다.

고성의 요염함
봉황고성

장가계를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욕심내는 근교여행지 1순위로 꼽는 봉황고성은 후난성 샹시 토가족묘족 자치주의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장가계에서 차로 약 4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중국 국가지정 4A급 풍경구이자 중국국가급 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마을로,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묘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전통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봉황고성은 뜻밖의 매력을 갖고 있는 여행지로 이미 중국에서는 유명하다. 흔히 떠올리는 고성의 고즈넉한 풍경보다는 방이 되면 180도 변신하는 밤의 화려한 풍경 때문. 타강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늘어선 옛 건물들은 저마다 색색깔 조명으로 빛을 밝히고 요염한 모습을 드러낸다. 타강에 드리워진 휘황찬란한 조명의 반영이 어둠을 앗아가면 곳곳의 바와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음악소리들이 고성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고성의 마을 내부와 성벽 밖의 타강변으로 크게 나뉘는 봉황고성은 차분한 낮과 무아지경의 밤이 공존하는 현장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여행지이다.

마을탐방

중국의 4대 고성으로 일컬어지는 봉황고성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타강과 그 주변으로 펼쳐진 수상가옥 및 건축물 등이 나타나지만, 본황고성이 간직한 엣 풍경과 전통은 성 내부에 자리잡은 마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소수민족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고 있는 오래된 가옥과 상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길목마다 사원과 박물관 등의 볼거리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길거리 음식, 전통과자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봉황의 자랑인 소설가 심종문의 고택, 봉황 조각상이 광장 한가운데를 지키고 선 마을광장, 그리고 또 다른 시선으로 봉황고성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남화산에 이르기까지 마을 한 바퀴를 둘어보는데에도 반나절 이상은 족히 필요하다. 항상 수많은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니 비교적 한산하고 여유로운 이른 아침이 쾌적한 마을탐방을 즐기기에 괜찮은 시간이다.

홍교

거대한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봉황고성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 홍교. 입구에서부터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홍교는 봉황고성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타강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봉황고성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하기에 그만이다. 2층으로 이루어진 홍교에 들어서면 상점마다 진열되어 있는 흥미로운 상품들이 제일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묘족과 토가족 등 소수민족들의 전통적인 생활용품과 특산품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곳곳에서 흥정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홍교를 통과하는 나룻배와 함께 더욱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타강뱃놀이

봉황고성의 아름다움은 타강과 함께 한다. 마을을 양 옆에 두고 길게 흐르는 타강 주변으로 오래된 중국의 역사가 밤낮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타강을 따라 거닐기도 하고 교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작은 나무배를 타고 유유히 뱃놀이를 즐기며 또 다른 시선으로 봉황고성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아볼 수 있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수상가옥과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강이 선사하는 넉넉한 운치를 만끽하며 ‘중국의 베네치아’를 경험할 수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남화교

봉화고성 여행의 시작점이자 최고의 야경 포인트인 남화교는 홍교 바로 뒤에 자리 잡은 현대식 교각으로 그 규모와 높이가 꽤 크고 높아서 교각 위에 올라서면 아찔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히고 타강 위를 비춰 세상이 오색찬란하게 옷을 갈아입게 되면 남화교가 선사하는 풍경은 세상 어느 곳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야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바거리

휘황찬란한 조명이 타강 주변을 밝히기 시작하면 강가에 자리 잡은 옛 건물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쏟아낸다. 쿵쿵대는 클럽뮤직부터 감미로운 기타 선율까지 집집마다 분위기에 맞춰 적절한 크기와 빠르기의 음악을 틀고 밤의 파티를 시작하는 것.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강 건너의 객잔거리에서도 음악 소리가 들릴 정도로 소란스럽지만 밤 11시 30분이면 음악을 모두 끄게 되어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옛 마을에서 홍대의 어느 클럽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어둠이 찾아오길 기다리자.

봉황성정품주점

봉황성정품주점은 봉황고성에서 가장 핫한 위치 중 하나인 북문 부두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봉황에서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호텔로 손꼽히면서 고급스러운 부티크호텔로도 손색이 없는 이 호텔은 외부에서는 그 면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하나의 예술품처럼 중심에 우뚝 선 기둥과 겹겹이 늘어선 화랑, 대들보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고성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야외테라스에서는 다양한 무늬의 돌기둥과 돌의자, 각양각색의 정교한 공예품들이 호텔의 기품을 더해준다. 객실 내부의 고풍스런 인테리어와 중국 전통양식의 조각들은 모두 명장의 손길로 만들어졌으며 다기와 서화 등도 예술적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영문 표기는 Phoenix City Boutique Hotel이다.

객잔거리

봉황에서 1박 이상을 계획했다면 봉황고성의 한쪽 편에 길게 자리 잡은 객잔거리에서의 숙박은 어떨까. 보다 특별한 여행경험을 위해 하루쯤 묵어도 좋은 객잔거리는 밖에서 보면 낡고 불편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객잔의 내부는 웬만한 부티크 호텔에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예쁜 인테리어와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강변 방향 객실에는 대부분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발코니가 갖춰져 있거나 커다란 창이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게다가 규모가 큰 호텔에 비해 비교적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여행객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곳. 혼행족을 위한 싱글룸을 비롯해 친구, 가족, 연인 등 다양한 손님들을 위한 객실이 마련되어 있어 선택의 폭도 자유롭다. 이 곳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맞은편 클럽과 바에서 들려오는 큰 음악 소리는 밤 11시 30분이 되면 일제히 꺼지니 참고할 것. 발코니에 앉아 밤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와인 한 잔이 생각날 만큼 로맨틱하다.

영자카페

타강의 한쪽 편이 클럽과 바 등으로 화려하게 밤을 불태운다면 강 건너 반대편은 객잔거리가 길게 이어져 비교적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드러운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간단히 저녁식사와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객잔거리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 영자카페를 찾아볼 만하다.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넉넉한 저녁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로 출입구를 감싸고 있는 나뭇잎 장식과 카페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는 다양한 모양의 조명이 인상적이다.

추억속의 중국
부용진

1989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영됐던 중국영화의 제목이 부용진이다. 1980년대 중반 중국의 쉐진 감독에 의해 제작된 이 영화의 실제 배경인 후난성 서쪽의 작은 마을 부용진은 본래 왕촌으로 불렸지만, 영화 부용진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마을 이름 역시 부용진으로 바뀌게 됐다. 3천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소수민족 마을의 가장 큰 볼거리는 약 60미터의 높이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와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위에 자리를 잡은 전통가옥들의 기묘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 4A급 풍경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중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옛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계주토사광장, 동주원, 토인거혈유적지 등 몇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입구에서부터 안내판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영화 속 주요 무대였던 쌀두부집은 여전히 청석판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채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장가계 버스터미널에서 부용진 버스터미널까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이른 아침부터 버스가 운행되어 장가계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성인 110위안.

동주원

계주자사 팽사수와 호남을 다스리던 초나라의 왕 마희범이 계주의 지배권을 놓고 싸웠던 계주전쟁에서 팽사수는 패배했고, 둘은 1년 후 상호 불가침 맹약을 맺고 구리 기둥을 세워 각자의 지역을 통치했다. 이곳에 세워진 조각상은 마씨와 팽씨가 피를 마시면서 맹세하는 장면을 형상화하였으며, 계주동주는 1961년 국무원으로부터 첫 국가 중점보호문물로 등록되었다.

부용진폭포

높이 60미터, 넓이 40미터의 규모로 2단으로 나뉘어져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우기 때에는 수량이 더욱 풍부해져 더욱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그 소리가 10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전한다. 혹자들은 부용진을 ‘폭포에 걸려있는 천년고진’으로 부른다.

븕은행성 홍석림

홍석림은 이름 그대로 기묘하고 거대한 붉은 바위들이 모여서 하나의 숲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차를 타고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가 마치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곳에서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홍석림은 그만큼 생경하고 희귀한 모습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호남성 구장현에 위치한 홍석림 국가지질공원은 광대한 중국에서도 유일한 ‘적색탄산염석림’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질 연구와 여행지로서의 가치가 굉장히 높은 곳이다. 홍석림의 돌바위들은 날씨에 따라 매일매일 조금씩 그 색을 달리한다. 화창한 날에는 더욱 빨간색을 띠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검정, 흐린 날에는 적갈색으로 변한다. 또한 아침, 저녁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계절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색을 달리한다. 이렇듯 홍석림이 기이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4억 5천 년 전의 지각변동에 의해 당시 바다 속에 잠겨있던 붉은 탄산암이 뭍으로 나와 퇴적과 침식 작용 등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붉은 돌 사이사이에 협곡과 샘, 광장과 연못 등을 창조하여 우리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해주고 있다. 상주하고 있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관람할 수 있고, 길게는 약 1시간 코스, 짧게는 약 20분 코스를 선택하여 둘러볼 수 있다. 부용진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부용진과 함께 당일 코스로 일정을 잡으면 좋다. 입장료는 148위안.

묘족의 삶
먹융모채

고대 상서지구의 중요한 군사기지였던 먹융묘채는 장가계에서 약 130km, 봉황현에서 약 80km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은 묘족 자치주 구장현에 위치하고 있다. 서호남성에서 가장 큰 묘족마을로 알려진 먹융묘채의 입구에 닿으면 아담한 마을 풍경이 작은 강을 건너 그림처럼 펼쳐진다. 차 한 대도 지나가기 어려운 다리를 지나 한데 모여 있는 이 마을은 접근이 어려운 지리적 조건 때문에 외부인들의 진입이 쉽지 않은 곳이었고, 어떠한 적도 이 마을을 쉽게 함락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먹융묘채에는 묘족의 순수성이 지금도 잘 남아 있고 묘족의 문화와 건축, 생활 습관, 전통과 풍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을로 남아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여전히 묘족의 전통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을 골목에서 마주칠 수 있고, 꾸밈없이 자신들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묘족이 역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사당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볼거리이다. 사람과 신 사이의 사도 역할을 하는 제사장이자 묘족 문화의 계승자인 ‘바대’와 그들의 제사 문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마을에 전해지는 전설에 의하면 이곳을 밟고 지나가면 관운과 재물운이 넘쳐나며 평생 평안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국가 3A 풍경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중교통으로는 지 서우 시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출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