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섬진강두꺼비와 도깨비 그리고 곡성사람들

섬진강두꺼비와 도깨비
그리고 곡성사람들

곡성군수는 섬진강변 곡성을 '외갓집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이라고 표현했다. 그 외갓집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곡성여행에 최대를 받았다. 하나같이 푸근하고 정겨웠던 그곳에서 만난 풍경과 이름들을 두 글자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소개한다.

#관광두레
곡성

지역주민들이 직접 로컬여행을 만드는 관광두레, 곡성 관광두레에는 현재 총 45명의 주민이 참여하여 4개의 주인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섬진강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섬진강두꺼비'를 비롯해 친환경 로컬푸드 밥상을 만드는 '반하다 농업회사 법인', 도깨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섬진강도깨비마을', 그리고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기념품을 만드는 '수상한 영농조합' 등이 힘을 합쳐 곡성여행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공동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최근의 여행 트렌드에 걸맞은 식음, 체험, 여행, 기념품 등을 개발하여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회상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에서 자연스레 가장 먼저 발길이 가는 곳이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그 이유조차 또렷하지 않지만 그곳에 가면 TV앞에 앉아 만화 은하철도999를 매일 같이 기다리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역사와 추억 그리고 낭만을 모두 담고 있는 구 곡성역사의 문을 열고 플랫폼으로 나오면 하얀 띠를 두른 새까만 증기기관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가는지도 모르는 관광열차는 이곳을 출발해 침곡역을 거쳐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운행한다. 구 곡성역사에서 가장역까지 편도 30분이 소요되고 가정역에서 30분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다시 30분을 되돌아오는 증기기관차 여행에서 이동매점이 빠질 수 없다. 아는 사람만 아는 교련복을 입고 선도부 완장을 찬 판매원 아저씨의 구성진 목소리가 왠지 반가운 이들은 잠시 자신만이 아는 과거의 언젠가로 돌아간다. KTX와 같은 요즘 기차는 갖지 못하는 옛 기차여행의 잊히는 않는 낭만을 맛보는 시간. 구 곡성역과 가정역 주변에는 레일바이크, 장미공원, 출렁다리 등 또 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특히 구 곡성역 주변에는 추억의 장면들을 재현해놓은 음식점과 카페 등도 많아 카메라를 들고 한 바퀴 휙 돌아보기에 좋다. 기차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의 예매가 가능하다.

#느림
1933 오후

기차마을에서 멀지 않은 곡성읍에 여행자책방 '1933 오후'가 있다. 1933은 구 곡성역이 지어진 해이고 오후는 부드럽고 따뜻한 쉼고 여유를 말한다. 곡성을 찾았다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곳에 들러 곡성여행에 대한 안내를 받고 짐을 보관할 수도 있다. 아예 이곳에서 오후를 즐겨도 좋다. 손커피와 차를 마시며 책을 읽어도 좋고 바느질을 해도 좋다. 1933 오후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섬진강두꺼비

2014년 섬진강을 바라보며 모인 주민여행사로 착한여행과 공정여행에 가치를 두고 만들어졌다. 지역 중심의 여행상품과 기념품, 홍보물 등을 기획·개발하며 주민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고 스치는 관광이 아닌 마음으로 깊이 느끼고 간직할 수 있는 여행을 꿈꾼다.

#해학
섬진강 도깨비마을

예로부터 곡성에 도깨비마을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도깨비와 관련된 전설 역시 남아 있다. 조선 태종 이방원의 심복이었던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살 전설이 가장 유명하다. 가난했던 마천목 장군이 강에서 우연히 주워온 돌로 변해있던 도깨비 대장을 다시 풀어주자 도깨비들이 어살을 막아주어 물고기를 잡아 어머니를 봉양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전설이 전해지는 곳에 섬진강 도깨비마을이 있다. 도깨비라는 콘텐츠를 통해 호기심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는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도깨비를 문화예술, 교육, 관광 등과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산속 마을로 향하는 약 900미터의 소나무숲길 도깨비숲에는 무수히 많은 도깨비들이 저마다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도깨비 전시관에는 박물관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도깨비에 대한 기록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붉은악마의 캐릭터이자 고조선의 왕으로 알려진 치우천황부터 각 시대별로 우리나라 도깨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도깨비는 어리석고 짓궂음에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민초들의 모습이었음을 배우는 공간. 민간 1호 유아숲체험원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한 이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동요와 인형극 공연도 열린다. 또한 이곳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부엉이숲 둥둥나무집, 네 개의 숲으로 이루어진 체험 공간 우스깨비터, 해학이 넘치는 도깨비 조각 등 이색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영양
미실란밥Cafe  
‘飯하다’

여전히 세종대왕의 동상이 서 있는 작은 폐초등학교 부지에 깔끔한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뒤로는 너른 논 위로 벼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커피와 차, 케이크 등과 같은 일반적인 카페 메뉴보다는 좀 더 특별한 음식을 파는 밥Cafe ‘飯하다’이다. 농업회사법인인 미실란에서 운영하는 이 집은 그들이 직접 개발한 오색발아현미를 이용하여 음식과 음료를 내어놓는다. 국내 유일의 1급 수질을 자랑하는 섬진강에서 하늘과 땅의 맑고 비옥한 기운을 받아 미실란의 첨단 건조기술을 접목시킨 친환경 오색발아현미를 생산한다. 또한 미실란의 텃밭에서는 친환경농법과 유기농 종자로 채소와 연잎을 키운다. 그것들이 재료가 되어 飯하다의 상에 오르는 것.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의 이념을 한 끼 식사에서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다. 단품 메뉴로 발아오색궁중떡볶이, 발아오색제철비빔밥 등이 있으며 샐러드와 연잎 수육, 연잎밥 등이 포함 된 세트 메뉴들이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어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미식
수상한 영농조합

곡성을 대표하는 특산품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토란으로 전국 총 생산량의 70% 정도를 곡성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특유의 떫은맛 때문에 요리 방법이 다양하지 않았고 곡성의 특산품으로 널리 인식되지 못했던 것이 현실. 이런 토란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관광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5명의 주민들이 결성한 수상한 영농조합은 토란잎 과자, 토란푸딩, 토란만주 등의 먹거리를 개발하여 그야말로 토란의 재발견을 실천하고 있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먹거리가 없는 곡성에 ‘제주감귤’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있어야 된다는 수다로 시작하여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새로운 미식의 탄생을 하나씩 이루어내고 있다. 수상한 영농조합은 이러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도 마련하고 있다. 준비된 재료를 이용하여 직접 나뭇잎 모양의 반죽을 하고 과자를 만들어 보는 체험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맛도 즐거움도 빠지지 않는 시간. 그들의 수상하지 않은 행보를 기대한다.

#청정
곡성 섬진강 침실습지

곡성의 곁에는 섬진강이 있다. 전라북도 팔공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온 섬진강은 곡성의 평야지대에 닿아 그 속도를 늦춘다. 강물과 함께 흘러온 흙과 모래가 차곡차곡 쌓여 무수한 모래톱을 만들었고, 그곳에 물버들 나무와 갈대들이 숲을 이루어 침실습지를 탄생시켰다. 약 5km의 길이, 총 203만㎡ 정도의 면적에 형성된 침실습지는 지난해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되며 최근 곡성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 받고 있다. 이곳 침실습지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일교차가 심한 날의 이른 아침이다. 습지에 물안개가 가득히 피어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섬진강과 어우러진 일출풍경이 황홀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해질녘 노을이 내려앉은 정경 역시 놓치기 아까운 풍경. 겨울이면 물안개가 서리꽃으로 피어나 또 다른 습지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곳은 많은 사진가들 사이에 ‘섬진강의 무릉도원’으로 불리고 있다. 침실습지에는 1급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과 삵, 너구리, 고라니 같은 동물과 다양한 조류들이 서식한다. 그 청정한 자연과 공기를 온몸으로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천천히 걸어도 좋고 섬진강 자전거길과 이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돌아봐도 좋다.

#작가
섬진강 문화학교
독도사진박물관

태안사로 가는 길목에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문화학교이자 사진박물관이면서 야외캠핑장이기도 한 곳. 여러 타이틀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독도사진박물관’이라는 이름이다. 곡성에서 만나는 독도라는 이름이 꽤나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방대한 콘텐츠의 가치와 품질은 곡성에서라도 만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정도로 값진 것들이다. 한때 유명한 비경 사진작가이자 한국비경 촬영단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김종권 작가가 폐교에 만들어놓은 독도사진박물관에는 작가가 약 25년간 촬영한 독도의 생태와 환경 그리고 사람과 동식물의 삶의 이야기들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 누구도 담지 못했던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사진들이기에 너무나 귀중한 수많은 사진들이 폐교의 복도와 교실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독도를 찾아간 것보다 더욱 생생하게 독도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독도뿐만 아니라 곡성의 비경과 남도의 생태와 풍경 사진, 백두산 사진 등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진들도 함께 모여 있다. 또한 그 사진들을 남기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한 사진작가의 인생 역시 고스란히 들어있어 사뭇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넓은 폐교의 운동장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잔디캠핑장이다. 어린이 놀이터와 계곡물 수영장, 대형 스크린 등을 갖추고 있고 다슬기 잡기와 도자기에 그림그리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한쪽에는 작은 카페도 있어 지나는 길에 들러 차 한 잔 즐기며 둘러보는 것도 좋다.

#묵향
태안사

신라 경덕왕 원년인 742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 태안사는 곡성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죽곡면에 위치하고 있다.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특유의 고즈넉함과 은은하고 깊은 향이 흐르는 절이다. 경내로 이르는 길, 세속에서 불계로 들어가는 경계인 능파각 凌波閣과 태안사삼층석탑이 서 있는 연못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경내에 1대 조사 혜철선사의 부도인 적인선사 조륜청정탑과 3대 조사 광자대사 윤다의 부도인 광자대사탑 등이 과거 삼보사찰 중 하나인 순천 송광사를 말사로 둘 만큼 거대한 대찰이었다는 사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