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그뤠잇 가족여행지
벳푸
바삐 돌아가던 시계바늘이 어느새 한 해의 종착지, 연말에 닿았다. 가족의 온기가 어느 때보다 그리운 시간, 오붓한 가족여행이 정답이다.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풍경 속에 훈훈한 가족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는 도시를 찾았다. 벳푸는 겨울 내내 따뜻한 행복으로 들끓고 있다.
바다에 누워, 카이힌스나유
‘스나유??’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모래라는 뜻으로 온천증기로 데워진 모래 속에 누워서 즐기는 모래찜질을 말한다. 벳푸의 명소 중 하나인 카이힌스나유는 벳푸의 한적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유카타로 옷을 갈아입은 뒤 검은 모래가 덮여있는 야외 찜질장에 목침을 베고 누우면 모래를 온몸에 덮어준다. 컬러풀한 햇빛차단용 우산 아래에 파란 바다를 바라보고 누워있는 풍경이 이곳만의 또 다른 이색 볼거리. 삽으로 모래를 뜰 때마다 하얗게 올라오는 증기에서 이미 건강한 뜨거움이 전해진다. 점점 몸이 따뜻해지면서 노곤노곤 잠이 오지만 약 10~15분이면 아쉽게도 뜻밖의 호사를 마무리 할 때다.
온천의 클래식,
타케가와라온천
그 자체로 하나의 온천박물관이 된, 타케가와라온천. 8대 온천지구를 뜻하는 ‘벳푸8탕’의 첫 번째인 벳푸 온천지구의 입구에서 벳푸의 상징적인 존재 타케가와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전통 고택을 보는 듯한 120년이 넘은 건물 외관에서 벳푸의 옛 정취가 가득 흐르는 곳. 캐리어를 끌고 찾아온 여행객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여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타케가와라온천의 내부에 들어서면 우리의 동네 대중목욕탕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사람 냄새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단돈 100엔의 착한 입욕료에서 욕장에 들어가기전부터 따스함이 느껴지고,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좁은 골목을 따라 ‘쇼탱가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전통재래시장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유케무리전망대
벳푸를 대표하는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하얀 연기를 뿜고 있는 칸나와 온천지구의 수많은 굴뚝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또한 멀리서 칸나와 온천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츠루미다케산과 카리스마 넘치는 오우기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보는 야경 또한 유명하다.
벳푸 로프웨이
시야가 좋은 날 해발 1,375미터의 츠루미다케산의 정상에 오르면 벳푸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멋진 전망만큼이나 츠루미다케 자신의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사계절 채색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는 벚꽃과 미야마키리시마꽃진달래의 일종, 여름에는 야경, 가을에는 단풍과 가을 벚꽃 그리고 겨울에는 무빙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12월 초순부터 3월 중순 사이에는 규슈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겨울 무빙이 산 위 일대를 덮어 더욱 멋진 전망을 선사한다. 츠루미다케산의 정상에 오르내리는 길은 꽤나 편안하다. 해발 503미터의 고원에서 ‘벳푸로프웨이’로 불리는 101인승의 대형 케이블카를 타면 약 10분 후에 정상 부근의 쓰루미 산죠역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예로부터 영산으로 숭상된 산이기에 여러 신불과 신사가 성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멀지 않은 산에서 활화산으로 여전히 끓고 있는 츠루미다케의 모습도 보인다. 벳푸온천의 근원, 벳푸의 힘을 이곳에서 두 눈으로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향기로운 이색체험,
오이타 향 박물관
벳푸대학 인근에 특별한 전시와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할만한 향수를 주제로 구성된 오이타 향 박물관. 알면 알수록 더욱 깊어지는 향의 세계에 빠져 보는 시간이다. 3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에 들어서면 향수를 제조하는 기구와 3,700점 이상의 향수 컬렉션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에 익은 향수병에서부터 기묘한 형태의 향수병까지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한 전 세계의 향수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서는 향수의 기원과 그 역사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다. 마지막 3층은 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나만의 향수를 직접 제조해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기호에 각각 맞춰 준비된 몇 가지 향을 적절히 배합하고 향수병에 옮겨 담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향수를 만들어 가져가는 체험. 여행의 향기만큼이나 향기로운 시간을 담아가는 시간이다.
바다지옥 우미지고쿠
벳푸에서 가장 큰 수증기를 뿜어내는 벳푸의 대표 지옥, 바다지옥. 아름다운 휴양지가 떠오르는 시원스러운 코발트블루색을 띠고 있지만 수심 200미터에서 섭씨 98℃로 끓고 있는 무시무시한 열탕이다. 1,200년 전 츠루미다케의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이 연못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수증기에 가려져 그 모습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바라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하얀 연기가 사라지고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승천하기라도 할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유황 냄새와 함께 굉음을 내는 곳. 이곳의 온천 열은 5월 초순에서 11월 하순까지 수련을 꽃피우고 주위에 열대식물원을 만들어준다.
도깨비산지옥 오니야마지고쿠
지옥순례 중 가장 아찔한 엔터테인먼트를 갖춘 지옥. 1923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온천 열을 이용하여 악어 사육을 시작한 곳으로 지금은 약 100마리 이상의 악어가 득실대고 있는 ‘레알 지옥’이다.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쇼타임에는 잠자던 악어들마저 모두 두 눈을 번쩍 뜨고 먹이를 향해 달려든다. 생닭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는 곳. 작은 악어 박물관도 있어 귀여운(?)새끼 악어와 5미터 길이의 악어 박제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일본어로 악어를 뜻하는 ‘와니’가 아닌 도깨비를 뜻하는 ‘오니’라는 이름 때문인지 도깨비상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
흰연못지옥 시로이케지고쿠
흰연못지옥은 청백색을 띠는 열탕의 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분출할 때에는 무색투명한 색을 띠지만 분출 후에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져 자연스럽게 청백색을 띤다고 한다. 이곳의 특별한 볼거리는 아마존에서나 살고 있을 것 같은 열대어들.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 유난히 동양적인 미가 돋보이는 이곳에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열대어들이 살고 있어 뜻밖의 반전이 느껴진다. 역시 온천의 열을 이용하여 온도를 유지하는 수족관 속 장치들이 그 비결. 단아한 일본식 아름다움이 가득해 왠지 지옥 같지 않은 지옥, 흰연못지옥.
지옥 아닌 맛의 천국,
지옥찜공방 칸나와
지옥순례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지옥찜공방 칸나와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온천의 증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음식 재료를 쪄내서 보기만해도 맛깔스러운 요리가 상에 오른다. 칸나와 지역의 전통 조리법을 통해 같은 식재료이지만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맛이 탄생된다. 100℃의 증기로 쪄내어 맛과 신선도가 유지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웰빙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바구니에 담긴 소고기와 채소, 해산물 등 원하는 메뉴를 직접 선택한 뒤, 직원과 함께 지옥가마에 선택한 재료들을 집어넣는다. 타이머를 맞춰 놓고 각 재료의 요리 시간에 따라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드디어 음식이 완성된다. 공방 내에는 무료공동 족욕장이 있어 식사 후의 여유를 누리기에 그만이다.
벳푸의 어린 낭만,
라쿠텐치 유원지
1929년 개장한 라쿠텐치 유원지는 벳푸 아이들의 오랜 꿈과 행복을 지켜온 역사 깊은 놀이공원이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벳푸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오르면 가장 먼저 특이한 모양의 관람차가 기다린다. 높이가 무려 50미터에 이르는 이 관람차는 독특하게도 2개의 관람차가 하나의 기둥에 연결되어 있다. 벳푸 최대의 전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 상단의 관람차는 키 큰 해바라기꽃을 연상시킨다. 라쿠텐치 최고의 명물은 집오리 경주. 관람객들이 경주에서 우승할 오리를 고르고 나면 그들만의 경주가 시작된다. 약 10초 정도의 짧은 레이스에서 최종 승자를 선택한 관람객에게 작은 선물이 수여된다. 160미터 길이의 출렁다리를 건너거나 언덕 끄트머리에 있는 족욕탕에서 족욕을 즐기며 바라보는 풍경이 라쿠텐치의 낭만을 더한다.
Have Fun! 키지마고원 파크
대자연에 둘러싸인 고원에 아름다운 숲속 공원 키지마고원 파크가 드넓게 자리 잡았다. 전체 경관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거대한 대관람차를 가운데에 두고 이곳의 명물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장 먼저 도전해야 할 어트랙션은 단연 쥬피터JUPITER. 일본 최초의 목제 롤러코스터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무 기둥들 틈 사이를 엄청난 속도로 달리며 탑승객들이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도록 만든다. 커브 구간에서 둔탁하게 꺾이며 몸이 들썩거릴 때면 아찔함과 두려움이 극에 달해 잠시 현기증이 날 지경. 직접 타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짜릿하고 신나는 어트랙션도 있다. 포세이돈30이 레일을 순식간에 내려와 어마어마한 물폭풍을 만들어내는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물벼락을 피해 모두 함성을 지르며 빠르게 도망가고 만다. 보다 더 현실적인 추억을 만들어주는 키즈드라이빙 코스는 실제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불케 한다. 특별히 제작된 미니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코스를 다녀오면 실제 일본의 운전면허증과 거의 유사한 가상의 운전면허증이 발급 되는 것. 이외에도 총 30여 가지의 어트랙션이 대기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온 가족이 함께 ‘펀’할 수 있는 벳푸 최고의 테마파크임에 틀림없다.
헬로키티 월드, 하모니랜드
일본 최고의 캐릭터 회사인 산리오가 그들의 대표적인 히트 캐릭터를 테마로 만든 하모니랜드. 그곳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캐릭터 중 가장 비싼 캐릭터로 손꼽히는 헬로키티이다. 입구에서부터 흰색 고양이 키티의 깜찍한 모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지각색의 포즈와 귀여운 표정으로 하모니랜드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녹이는 키티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은 키티 캐슬. 동화 속 예쁜 성을 닮은 키티의 성에는 키티가 생활하는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연출되어 있다. 키티 캐릭터로 만들어진 수많은 상품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갑작스런 쇼핑욕이 마구 치솟기도 한다. 키티로 분장한 인형과 함께 찍는 기념사진은 하모니랜드에 다녀왔음을 가장 잘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인증샷. 영상과 빛과 댄스 장면이 융합된 퍼레이드 패럴렐 등의 라이브쇼가 펼쳐지고, 약 15가지의 흥미로운 어트랙션도 마련되어 있다. 헬로키티 마니아라면 24시간도 부족할 그곳.
Face to Face,
아프리칸 사파리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아프리카,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눈앞에서 관찰하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을 아시아의 벳푸에서 만나는 기회. 서일본 최대 규모의 사파리 파크인 아프리칸 사파리에는 사자와 호랑이, 곰과 코끼리, 치타와 같은 맹수들과 기린과 산양, 원숭이와 낙타를 비롯한 크고 작은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파리 투어 버스인 정글버스를 타고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 동물들이 하나둘 버스를 향해 다가온다. 미리 제공 받은 먹이들을 긴 집게를 이용하여 창살 틈을 통해 하나씩 먹여주면서 그들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서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다투려는 모습이 무섭기도 하지만 위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프리카 동물과의 조우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일 지도 모르는 교감의 시간이다.
동물과 놀자,
우미타마고 수족관
벳푸의 해안가 풍경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오이타시의 바닷가에 위치한 우미타마고 수족관은 최대한 자연 해류에 가깝게 만든 수족관으로 사람과 동물이 친해질 수 있는 수족관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1964년 문을 연 우미타마고는 거대한 실내 수족관을 비롯해 바다 동물들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야외무대와 돌고래 수영장 등의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바다코끼리쇼는 조련사와 바다코끼리간의 코믹한 대화와 제스처 등을 통해 큰 웃음을 선사하며,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코너를 통해 동물과 함께 놀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면서 그 재미를 더한다. 쇼가 끝나면 무대로 내려가 바다코끼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또한 불가사의한 바다 세계를 관찰할 수 있고 열대 아마존의 신비한 물고기도 만날 수 있어 더욱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자연 그대로,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우미타마고 수족관과 연결된 육교를 건너면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으로 연결된다. 이곳은 약 1,300여 마리의 일본원숭이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원숭이 마을로 그들의 생존방식과 약육강식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다. 엄청난 수의 원숭이들이 사람들의 출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곧 원숭이들의 갖은 재롱잔치에 훌쩍 빠져들게 된다. 나이든 원숭이부터 새끼 원숭이까지 저마다 함께 어울려 마치 사람처럼 행동을 하기도 하고, 사이좋게 기대 있다가도 느닷없이 치고 박고 싸우며 큰 웃음을 준다. 이곳에도 흥미진진한 쇼타임이 있다. 관리자가 먹이를 나눠주는 시간. 어디 숨어 있었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원숭이들이 모여들어 먹이를 주어먹는다. 이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마을의 서열이 드러난다. 먹이를 향해 넘버1이 다가가면 넘버2도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 울창한 나무숲이 만들어내는 이 마을의 풍경은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오기라도 한 것처럼 무척이나 아름답다. 원숭이와의 동거마저 허락할 수 있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