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Of 96Hrs In 마카오
제주의 1/60 크기에 불과한 마카오, 그 작은 도시를 여행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필요할까, 이틀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4일의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배낭 속에 가득 담아야 했던 아쉬움들. 그것은 마카오 사람들의 꿈, 마카오를 찾는 이들의 꿈, 96시간 동안 1초에 하나씩 나를 유혹하던 마카오의 꿈들이었다. 과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마카오는 지금도 당시의 모습들이 잘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 의해 선정된 수많은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이국적인 모습들은 그들의 본류인 중국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고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풍경과 경험을 제공한다. 마카오는 또한 세계적인 카지노 도시로 명성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도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으로 MICE와 쇼핑, 미식 등을 위해 찾아오는 여행객들로 더욱 빠르게 성장 중이다. 서울의 종루구만한 작은 크기의 마카오는 때문에 짧은 일정에도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도시이다. 마카오 반도, 타이파, 코타이, 콜로안, 서로 다른 네 곳의 마카오가 만들어내는 낮과 밤의 무수히 다른 얼굴들. 다이내믹 마카오! 그 꿈깥은 세상으로 빠져든다. 30여 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이야기하는 마카오의 역사가 마카오 역사지구 안에 모여 있다. 서양문화와 중국의 첫 만남 이후, 마카오에 그려진 포르투갈의 풍경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 볼 수 있는 곳. 마카오 한 가운데에 위치한 마카오 타워에 오르면 마카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고, 어둠이 내린 남반호수 주변은 마카오 카지노의 대부 스탠리 호의 야심과 욕망을 불씨삼아 휘양찬란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세나도 광장 Senado Square
평일 오후이지만 마카오 역사지구 여행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의 번잡함은 자신의 명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붉은 중국식 고택 조형물을 중심으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유럽풍의 건축물과 낡은 물결무늬 타일이 먼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여행객들도 인해 분주하지만 단정한 모습의 분위기 때문인지 잠시 가로수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풍경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파스텔 톤 건물들 사이의 좁다란 골목길은 잘 차려입은 여인들의 포토존. 매거진의 화보촬영을 따로 하고 싶은. 그런 광경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그 욕심은 조금 더 커지고 만다. 특별히 꾸미지 않은 것 같은 빈티지한 실내 장식과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돌아간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마음은 여기저기 입구를 서성이게 만든다.
성 도미니크 성당 St. Dominic's Church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 성 도미니크 성당은 유럽 각지에서 만나는 대성당들처럼 거대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장하다. 노란색과 초록색 그리고 하얀색이 잘 혼합되어 세밀하고 정교한 무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 성당 앞 광장 주변의 땅값이 마카오에서 가장 비싸다는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온종일 많은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이 소박한 성당 안에 들어서면 잠시 세상과는 단절된 느낌이 든다. 실내 역시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하고 있어 고개를 숙인 채 숙연히 기도를 드리는 한 신자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육포거리
성 도미니크 성당에서 성 바울 성당으로 이어지는 좁고 짧은 골목. 한국 여행객들이 육포 거리라고 부르는 약 150미터의 이 골목 입구 앞에서 그만 '헉!'하고 놀라움을 토해내고 만다. 공중에서 보면 골목 안이 검고 노란 사람들의 머리만 보일 것 같은 모습에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여지지만 막상 골목에 들어서니 걱정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가득하다. 맛도 종류도 다양한 각종 소스에 소고기, 돼지고기를 말려 만든 마카오 최고의 길거리 음식 육포와 아몬드가 고소하게 씹히는 쿠기 등 마카오의 대표적인 주전부리들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즐거운 건 끊임없이 무료 시식이 가능하다는 점. 마카오를 찾는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면 이곳에서 한 끼 정도는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 같다.
성 바울 성당의 유적 & 예수회 기념 성당
Ruins of St. Paul's & Company of Jesus Square
육포 거리에서 조금씩 모습을 보이던 성 바울 성당이 예수회 기념 광장에서 훤하게 드러난다. 마카오 여행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 같은 언덕 위 성 바울 성당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고대 역사 속의 제단을 떠올리게 한다. 하느님과 닿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성당이 지어지던 그 때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위엄과 자태를 잃지 않고 우리 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 광장에서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은, 그렇게 천국으로 가는 계단으로 우리의 발길을 이끈다. 오래전 화재로 이제는 전면만이 남아 화려한 옛 영광은 잃어버렸지만 성 바울 성당을 찾는 이들은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묘한 카리스마가 여전히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다. 벽면의 부조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동서양의 세계관에서 찾아낸 그 오묘한 가치와 정신들이 지금도 살아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밤의 성 바울 성당은 잠시 그 강인한 모습을 내려놓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빛을 밝힌다. 곳곳에서 엷은 미소가 하늘하늘 피어나는 시간이다.
성 안토니오 성당 St. Anthony’s Church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 포르투갈인들이 이주 초기 이곳에서 결혼식과 장례식을 많이 올려 '꽃의 성당'이라고 불리게 됐으며, 지금도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 우리나라의 김대견 신부상과 발등 뼈 조각이 안치되어 있어 한국 여행객들도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
대성당 & 광장 Cathedral & Cathedral Square
1622년 경 성모마리아를 위해 지어진 성당으로 최초에는 타이파에 지어졌으며 마카오에서 가장 중요한 가톨릭 성당 중 한 곳이다. 1999년 마카오가 중국으로 반환되기 이전까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던 곳으로, 마카오의 총독이 이곳에서 그의 재임권을 내려놓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성당 앞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와 십자가가 있으며 밤이면 유럽의 정취가 가득한 휴식공간이 된다.
나차 사원 Na Tcha Temple
성 바울 성당 우측에 자리한 작은 사원이다. 뜬금없이 성당 바로 옆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더욱 눈길이 가기도 한다. 어린아이 모습의 중국 신나차를 모신 사원으로 나차는 무예에 능하면서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 이 사원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사원 옆에 포르투갈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오래된 구시가지의 성벽이 일부 남아있다.
MGM Grand Macau
신용카드 세 장을 얹어놓은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MGM 그랜드 마카오의 입구는 거대한 황금사자상이 지키고 서있다. 잠시 눈을 맞춘 뒤 들어선 호텔 로비는 사자상의 남성스러움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모든 연령의 여심을 사로잡기에 단 '1'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예술적 감각이 로비에서부터 황홀하게 펼쳐진다. 로비를 지나자 MGM의 시그니처인 실내정원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랜드 프라씨라는 이름의 이 실내 정원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기차역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커다란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전시회가 열리는 예술의 장이기도 하다. 화려한 색감의 유리공예로 만들어낸 나비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거대한 물기둥 속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눈앞에서 유유히 떠다닌다. 밤의 그랜드 프라싸는 또 한 번 옷을 갈아입고 여행객을 맞이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화려한 조명으로 분위기는 점점 로맨틱해지고, 정원 안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는 이들의 얼굴에도 이곳을 밝히는 조명의 알록달록한 색상들이 물들어간다.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나와 잠시 호텔 속을 걷는다. 그저 길이 안내하는 대로 걸을 뿐이지만 두 눈은 끝도 없이 호강하는 기분. 호텔 내의 거의 모든 공간이 고급스러운 예술품 전시장이기 때문이다.
Wynn Macau
MGM에서 나오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건물이 조명을 밝히고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불빛으로 럭셔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윈 마카오. 그곳에 어둠이 내리면 특별한 볼거리가 있어 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Performance Lake에서 매일 매일 밤 매 15분마다 펼쳐지는 분수쇼 때문이다. 호텔의 조명이 옅어지고 음악이 시작되면서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분수 뒤로 펼쳐진 그랜드 리스보아의 화려한 조명과 분수쇼의 조명이 더해져 순식간에 작은 호수 위로 3분간 빛의 판타지가 펼쳐진다. 얌전한 듯 보이던 윈 마카오의 겁 없는 변신! 그리고 이제 막 오픈한 그들의 야심작 코타이 윈 팰리스에서의 새로운 분수쇼를 마음껏 기대하게 한다.
Grand Lisboa
마카오 반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을 꼽으라면 뜻밖에도 그랜드 리스보아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마카오 카지노계의 전설이자 마카오 최초의 호텔을 건설한 스탠리 호는 마카오 반도 어디에서도 그랜드 리스보아를 볼 수 있게 이 건물을 설계했다. 또한 독특한 외관은 시선을 더욱 강렬하게 잡아끄는데 이 건물 자체가 용의 머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아래의 마카오 대교가 몸통이 된다고 한다. 때문인지 마카오 반도의 밤 역시 그랜드 리스보아와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 리스보아가 가장 화려한 빛을 뽐낸다. 그랜드 리스보아 내부에 들어서자 스탠리 호가 소장한 값진 미술품과 보물 등이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세월이 깊은 고미술품에서부터 200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까지. 그리고 함께 전시된 스탠리 호의 얼굴은 오늘날 마카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레스토란테 리토랄 Restaurante Litoral
하얀 2층 건물의 레스토란테 리토랄은 전형적인 매캐니즈 레스토랑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안락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 곳은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깔끔한 음식으로 유명하며 비교적 많은 좌석을 갖추고 있어 점심시간에도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에피타이저로 Garlic Shrimps, Codish Cake가 인기가 많고, 메인 요리로는 LA갈비와 닮은 Grilled Short Ribs, 게살에 커리향이 잘 베여있는 Curry Crab, 마카오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인 African Chicken 그리고 특이하게도 한국식 양은 냄비에 담아져 나오는 Seafood Rice가 대표적인 메뉴이다. 마카오 1번 부두 앞, 아마 사원에서 3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돔 갈로 DOM GALO
돔 갈로 입구에 돔 갈로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포르투갈에 동화 마을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찾아든다. 밝은 노랑으로 채색된 테이블보와 의자가 홀 중앙의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을 받아 더욱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원색의 갖가지 소품과 그림으로 치장한 세심함이 이곳의 매력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눈이 즐거우면 입도 자연스레 즐거워지기 마련. 타이파에 위치한 GALO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대를 이어오고 있는 이 집의 음식들 역시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해준다. 도가니와 채소를 섞어 만든 Slice Knuckle Salad, 이 집만의 노하우가 소스 속에 숨어있는 African Chicken, 오징어 먹물로 맛을 내고 싱싱한 해산물로 장식한 스파게티, 고소한 머쉬룸 소스가 일품인 비프스테이크 그리고 포르투갈에 가야만 제대로 맛을 볼 수 있다는 대구 요리 Bacalhau 등이 돔 갈로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요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