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한 바퀴
당일치기 드라이브 코스
포천 여행은 세 가지 시간으로 나뉜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마주하는 포천의 아침과 활기로 가득찬 오후, 그리고 빛으로 반짝이는 밤. 그 시간에만 공유할 수 있는 포천의 모습을 찾아 떠나본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마저 여행의 일부분이 되는 포천 드라이브 여행. 세종포천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서울에서 포천으로 가는 길이 단축되었다는 뜻. 가까운 듯 멀게만 느껴졌던 포천을 당일치기로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아 무작정 차를 타고 포천으로 향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로, 다시 세종포천고속도로를 달려가니 어느새 목적지 포천이다. 포천에는 아침과 낮 그리고 밤에 각각 어울리는 명소들이 있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찾아가면 좋을 국립수목원을 시작으로, 밤의 빛이 내린 허브아일랜드까지 드라이브 중간중간 이색 명소를 찾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하늘 좋은 가을날, 하루를 온전히 포천과 함께해도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한다. 기왕이면 제이슨 므라즈 Jason Mraz의 ‘Long Drive’를 들으며 급할 것 없이 천천히. 그러다 보면 어느새 포천 한 바퀴.
세계가 품은 광릉숲, 국립수목원
새벽안개가 어슴푸레 스쳐 지나가는 아침.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포천 가장 아래쪽에 걸쳐 있는 국립수목원. 우리에게는 광릉숲. 광릉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곳으로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540여 년간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덕택에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자연과 마주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한일이다. 광릉숲은 나무와 풀, 꽃들로 이루어진 수목원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더욱 다양한 테마를 갖추고 있다. 어린이 정원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무궁화 꽃을 볼 수 있는 무궁화원과 온실, 산림박물관까지 둘러볼 곳이 꽤 많다. 보통 수목원을 한 바퀴 천천히 산책하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규모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아 아이나 어른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둘러보기에도 적당한 편이다. 울창하고 거대한 숲은 아니지만 속속들이 드러나는 깊은 산세를 보며 우리 곁에 이토록 세계가 아껴주는 숲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국립수목원은 숲을 보존하고 지키는 데에도 많은 힘을 쓰고 있지만, 광릉숲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단순한 관람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방문 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국립수목원을 돌다 보면 만나게 되는 유리성. 열대식물과 아열대식물 전시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000여종의 식물을 보존하고 있는 연구센터다. 입장 시간과 입장 인원은 제한되어 있다. 10시 30분, 1시 30분, 2시 30분, 3시 30분, 4시 30분 정각에 각각 20명씩 입장 가능하다. 숲 해설가의 인솔에 따라 관람이 가능하며 약 30분가량 소요된다.
포천에서 만난 아프리카,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국립수목원에서 약 1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포천에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생소할 만도 하다.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인이 직접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공수해온 수집품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매표소에서 박물관 입구까지 이어진 정원과 산책로에는 아프리카 관련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실내 전시실에는 그보다 많은 예술 작품이 기다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박물관 1층에 있는 거대한 마사이 조각품.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 작품이 이곳 박물관이 어떠한 곳인지를 말해준다. 실내 전시실은 각각의 테마를 통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아프리카 문화와 예쑬을 확인할 수 있는 토속신앙과 전쟁, 사냥 등에 대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제2전시실에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1층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직접 공수해온 조각과 예술작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기프트숍 중앙에 있는 박제기린은 국내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제대로 끈다.
울창한 연꽃 군락, 을미연꽃마을
포천에 연꽃으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는 소식에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따라 찾아간 을미연꽃마을.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수북하게 늘어선 연꽃 군락이다. 너른 이파리가 푸릇푸릇하게 마을 한복판을 메우고 있는 모습. 그 위로 빼꼼 고개를 내민 고운 빛깔의 연꽃. 옅은 분홍의 꽃잎이 수줍게 벌어진 모습은 아름답다고 하기 보다는 사랑스럽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연꽃 군락 한가운데까지 들어갈 수 있는 데크를 따라 걸어간다. 주변은 온통 내 키보다 큰 연꽃 줄기와 이파리들. 주변이 온통 녹색빛깔로 물들어 있어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저 연꽃으로 알려진 작은 마을이지만 근처까지 왔다면 연꽃과 함께 찬찬히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애주가들의 천국, 산사원
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놓치면 안 될 곳. 산사원은 산사춘 등을 생산하는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전통술 갤러리다. 1층에는 전통술 제조 방법과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고, 지하 1층에는 전통술 시음과 구매를 할 수 있는 장터가 있다. 원하는 주류와 안주를 마음껏 맛볼 수 있으니 애주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갤러리가 어디 있을까. 갤러리 건물 밖에는 산사 정원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술독 무리들이 있는 세월랑. 500여 개의 항아리 속에서 전통 증류주를 1년 동안 1차 숙성 과정을 거쳐 낸다고 한다. 덕분에 바람이 불 때마다 청아하게 울리는 풍경소리와 함께 술 익어가는 내음이 향긋하다. 주변의 경치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하고 싶게 만드는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 들어갈 땐 멀쩡해도 나올 땐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있을지도 모르는 곳. 하지만 음주운전은 절대 불가!
시음 마당
산사원은 특이하게 1층에서 전시 구경을 한 뒤 지하 1층에서 입장료를 낸다. 지하 1층 중앙에 놓인 주류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막걸리부터 약주, 과일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무료라고 생각없이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할 수 있으니 양껏 조절할 것.
다시 태어난 돌산,
포천 아트밸리
포천 아트밸리는 원래 폐석장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망가지고 파괴된 돌산을 포천시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내내 버려져 있던 곳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여행지로 되살린 만큼 그 의미는 꽤나 뜻깊다. 그래서인지 아트밸리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들고 있다. 가파른 언덕 지형에 위치하고 있어 걸어서 올라가기보다는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이용료는 매표소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소요시간은 편도 5분 정도. 아트밸리에서 단연 가장 아름다운 곳은 천주호다.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푸른바다의 전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 들어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우수가 유입되면서 호수가 생겨났다고 한다.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되어 이처럼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을 내고 있다고. 진정한 자연과 사람의 합작품이 아닐까.
두 손에 소중히 감싼,
비둘기낭 폭포
비둘기낭 폭포는 비둘기 둥지처럼 욱품 파인 낭떠러지라는 의미로 과거 폭포 뒤편에 있던 동굴 백비둘기둘이 집을 짓고 살았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에서 비둘기낭 폭포로 내려갈 수 있으며 우거진 수풀과 나무, 현무암에 둘러싸여 있다. 마치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싼 듯한 모양새의 폭포는 강수량에 따라 물줄기가 달라지는데, 이때 두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옥색의 푸른 물빛이다. 물에 닿으면 온통 푸르게 젖어버릴 것처럼 영롱한 빛깔에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 이토록 신비한 색을 내기에 과연 한탄강 8경이라 부를만하다. 현재는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되어 근처로 다가갈 수 없이 아쉽기도 하지만, 닿으면 사라질듯한 물의 빛깔은 얌전히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마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