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초록 바람의 위로
담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녹음의 대나무. 부드러운 곡선의 정원과 누각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는 풍류의 정취에 담양의 초록빛은 더욱 짙어지는 듯하다. 초록의 넘실거리는 대나무 숲과 그곳에서 불어오는 소리 없는 위로에 마음을 내려놓고 느린 걸음을 걷게 되는 곳, 담양이다.
낭만 가로수길, 메타쉐쿼이아길
관방제림 바로 옆에 전국의 가로수길 중 제일 길다는 메타쉐쿼이아길이 있다. 1970년대 초반 정부에서 펼쳐진 가로수 조성사업이 한창일 때 심어진 작은 묘목들이 20미터가 훌쩍 넘도록 자라 전국에서 손꼽히는 산책로가 되었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지만 담양 주민들이 하나 되어 이 길을 지켜냈다고 하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시원스레 뻗은 길을 두 발로 천천히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두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선비 문화의 산실, 소쇄원
정암 조광조의 문하에서 수학하던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나자 벼슬에 무상함을 느껴 고향으로 내려와 소쇄원을 꾸몄다.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지어진 소쇄원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민간원림 가운데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새의 지저귐을 듣고 있다 보면 당대 최고의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고 이상을 나누었던 그 시절의 풍경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림자도 쉬어가자는 정자, 식영정
식영정은 16세기 호남의 문인인 서하당 김성원이 그의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임억령, 김성원, 고경명, 정철 네 사람을 '식영정 사선四仙’이라 불렀다. 이들이 식영전 뒤편의 성산에서 경치 좋은 스무 곳을 택하여 지은 식영정이십영息影亭二十詠이 후에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의 밑바탕이 되었다. 성산별곡의 가사를 짚어보며 풍경을 따라 운율을 그려보면 어떨까.
길을 돌아보다, 슬로시티 창평
담양 창평은 2007년 신안 중도, 완도 청산도 등과 함꼐 우리나라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 중 하나다. 원래 창평이 담양을 관리했으나 일제강점기 창평에서 많은 의병이 봉기하자 일제가 그 기세를 누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그만큼 창평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느린 시간을 걸으며, 그 단단한 기개에 기대어 삶을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걸음을 붙잡는 신비의 숲, 관방제림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관官'에서 조성한 숲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조선 인조 때 성이성 부사가 수해방지를 위해 제방을 쌓았고, 이후 철종 5년에 국가 재정으로 숲을 조성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리 휘고 저리 휘며 자란 나무들이 묘한 아름다움을 이루어 걸음의 속도를 줄이게 만든다.
담양의 얼굴, 죽녹원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산 일대에 조성한 울창한 대나무 정원으로 담양을 다녀가는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2.2킬로미터에서 달하는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 죽향정, 의향정 등 다양한 누정들이 대나무 숲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며, 전망대에서는 또 다른 담양의 명물인 관방제림과 메타쉐쿼이아 길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