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두바이] 사막에서 피어난 꽃_2편


사막의 꽃, 부르즈 칼리파

  실수로 지하철을 반대로 타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 도착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긴장을 놓아버린 셈인데 두바이의 치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에 이미 마음을 편하게 먹어버린 탓이다.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종점까지 가면서 멀리서 부르즈 칼리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뿌연 공기 속 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삐죽이 솟아오른 그것은 현실감이란 없이 저 멀리에서 그냥 그렇게 월등하게 솟아올라 있었다마치 먼 행성에 있는 것 같은 이질적인 풍경이었다불과 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바이가 공허한 사막지대였음을 감안한다면 사막 위에 불쑥 솟아난 부르즈 칼리파는 어떤 바람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하늘에 닿기를그것이 두바이 그리고 부르즈 칼리파의 간절한 모습이었다다시 두바이몰로 향했다지하철에 내려 두바이몰로 향할 때이다일단의 사람들이 웅성거림을 동반해 한곳을 쳐다보고 있었다사람들의 무리에서는 약간의 탄성도 들렸다

 바로 앞에 부르즈 칼리파. 나는 두바이몰과 부르즈 칼리파가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몰랐다. 여행객 차림의 사람들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지하철 통로 창문에서 보이던 그것을 경이의 눈빛으로 담고 있었다인도 북쪽을 달리다가 갑자기 히말라야의 끝자락을 보게 된 것과 같았다고 하면 과장일까지하철을 나오자 부르즈 칼리파는 더 가깝고 선명하게 보였다도무지 빌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기품이 있으며 우아하고 빈틈이 없었다이것은 빌딩이 아닌 하나의 건축물이었다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두바이의 은빛 바벨탑수 백 년이 지난 후 인류에게 남을 현대의 피라미드인 부르즈 칼리파이것은 벌써부터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마스터피스이다나는 하늘 위로 솟은 부르즈 칼리파를 보며 몇 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상당히 앞서는 이야기지만 부르즈 칼리파를 보았다면두바이 여행은 솔직히 반을 넘은 셈이다그만큼 무게감과 존재감을 모두 지니고 있는 부르즈 칼리파사막의 꽃이라는 히메칼리스의 기하학적 모양과 이슬람 건축양식을 혼합해 디자인 된 부르즈 칼리파건설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작품이다

지상 최대의 쇼핑몰, 두바이 몰

  두바이 몰로 들어섰다. 세계 최대 크기의 쇼핑몰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두바이몰은 두바이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인 최대,최고,최상의 가치가 완벽하게 구현된 두바이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모두 들어와 있으며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 또한 모두 입점해 있다내부 매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서 실제로 직선으로 왕복만을 했을 뿐인데 벌써 지쳐버렸다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21세기 새로운 인종 전시장인 두바이 몰중국과 이탈리아에서 온 단체 관광객아프리카에서 온 금 딜러와 호주에서 온 럭비팀 그리고 하얀 디슈다샤Dishdasha(아랍에미리트 남성들의 전통의복)를 입고 바쁘게 걸어가는 남성온몸을 덮는 검은 아바야를 입고 니캅Niquab(눈을 제외한 얼굴 전부를 가리는 베일)을 쓴 여성 등 모두 이곳에 오로지 소비라는 단어 하나만을 위해 집결했다이 거대한 소비의 공간 속에서 나는 잠시 졸음이 밀려왔다그것은 다른 의미의 신기루였던 것 같다두바이에는 이런 엄청나게 큰 쇼핑몰과 작은 몰들까지 십 수 군데가 더 있어 그야말로 몰링Malling의 천국이라고 한다.  

  저녁 여섯 시가 되어 이곳의 명물인 분수쇼를 보러갔다내부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외부에는 분수쇼를 보러 온 사람들로 더 혼잡했다이 사람들이 두바이에서 쓰고 가는 돈이 얼마나 될까사실상 두바이의 원유저장량은 바로 옆 형제 토후국인 아부다비가 가지고 있는 양의 10%도 채 안된다고 한다사막에서 베두인 생활을 하던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이 만든 것은 단순히 스카이라인이 아니고 척박한 땅에서 일구어놓은 새로운 가치들인 것이다그것은 건물들을 끊임없이 짓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인공 호수 건너 부르즈 칼리파가 보인다밤에 빛나는 그것은 지금 두바이에 떠있는 단 하나의 별로 하늘에 머물러 있지 않고 땅으로 내려와 조용히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두바이 사람들의 놀이터, 퍼블릭 비치와 에미리츠 몰

  아침 일찍부터 다시 움직였다. 숙소 뒤편 공사장에서는 인부들이 여섯 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망치질 소리 그리고 새소리. 서로 먼 소리의 조합이었지만 이것이 바로 현재 두바이의 소리였다. 구 베이바 버스 터미널가서 8번 버스를 타면 두바이의 어지간한 명소들은 모두 들렸다. 40여 분을 달려 퍼블릭 비치에 내렸다어제 지하철을 잘못 탔었을 때 보이던 부르즈 칼리파의 모습이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보였다아침이라 뿌연 역광의 모습 속에서 부르즈 칼리파는 오늘도 빌딩의 왕처럼 서 있었다분명히 언젠가 그는 신전으로 불릴 것이다내리는 지점을 잘못 계산해 너무 일찍 내려버렸지만 덕분에 짧지 않은 해변의 초입부터 끝까지 걸어가며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  하얀 백사장과 맑은 바다 그리고 밝은 햇살. 해변에 내려진 이 은총같은 환경을 즐기는 사람은 아침부터 많았다. 부유한 에미라티 남성들과 가족단위의 유러피언들이 주를 이뤘다두바이 여성이 몸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아직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검은 피부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이민자들은 언제고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어쨌든 그것도 두바이의 얼굴이었다나는 삼자의 입장에서 값싼 개입을 하려하지 않는다

  해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던 것은 파란 바다보다도 부르즈 알 아랍이었다해변 끝에서 더 나아간 지점에 있던 그것은 멀리서보니 마치 예쁜 도자기 인형처럼 보였고 미래에서 온 장난감처럼도 보였다해변에 왔지만 사실 넋을 놓고 쳐다본 것은 부르즈 알 아랍이었다. 30여 분을 걸을 동안 나는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못했다해변의 마지막까지 다가와서 바다에 들어갔어도 좋았을 뻔이라는 생각이 겨우 미쳤다나는 두바이를 여행하는 동안 아마 부르즈 알 아랍을 정식으로 볼 기회가 다시 한 번 있을 것이다택시를 타고 에미리츠 몰로 갔다이곳 사람들은 짧게 M몰로 불렀다에미리츠 몰에서는 두바이에서 믿기지 않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장비 대여소는 물론짧지만 슬로프도 있고 리프트 시설도 있다두바이는 원유 생산의 한계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모든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바꾸어 지상 최대의 소비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몇 년 후에 전 세계 놀이공원을 벤치마킹한 두바이 랜드라는 어마어마한 놀이공간이 생기면 두바이는 세계의 소비지형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을 것이고 꽤 오랫동안 그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두바이 랜드는 이미 착공했고 사실부르즈 칼리파를 뛰어넘는 빌딩 건설도 이미 시작되었다라스베가스라는 이름은 이제 화석이 되어 갈 것이다나는 두바이가 부럽고 대단히 스마트하다고 느끼며 동시에 조금 무섭기도 하다

마디낫 주메이라 수크

  에미리츠 몰에서 택시로 십 여분 거리에 있는 마디낫 주메이라 수크Madinat Jumeirah Souq로 향했다이곳 역시 천 년 전 아랍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전통시장으로 크릭과 같이 있는 올드 수크와 비슷한 곳이지만 마디낫 수크는 실내에 자리하고 있는 점이 차이였다올드 수크가 전통을 표방한다면 이곳은 좀 더 현대화된 시장으로 수크와 바스타키야 그리고 크릭 등 말하자면 세 곳 모두를 한 곳에 섞어 놓은 복합단지 같은 곳이었다시장은 깔끔하게 정돈되었고 파는 물건들은 고급스러웠다건물들은 바스타키야보다 더 아름다웠으며 인공 수로의 색은 진녹색이었다수로를 따라가는 곤돌라도 있었다하지만 인공이 주는 어딘지 미덥지 못함은 분명이 느낄 수 있었다찌는 날씨에는 바깥에 위치한 전통 수크보다는 에어컨이 잘 나오는 마디낫 수크가 더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고 한다맛보고 싶었던 가흐와는 이곳에 있었다이제 전통 커피는 오히려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마실 수 있는 것이 돼버렸다가흐와에는 따로 설탕이 나오지 않았다씁쓸하고 쌉쌀하면서 의외로 거친 맛끝 맛은 다소 개운했지만 솔직히 기존에 알고 있던 커피의 맛과는 많이 달랐다안에 내용물을 살펴보니 무언가를 저민 것이 보였다생강이라고 했다전통적인 아랍에미리트의 커피 문화에서는 다 마신 후 잔을 그대로 내 놓으면 더 마시겠다는 표현이며 잔을 좌우로 흔들어주면 다 마셨다는 표시라고 한다가흐와를 서빙하던 필리핀 처자는 자신은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아 가흐와를 처음 이후로는 마셔본 적이 없다며 나에게 맛이 어땠느냐고 오히려 되물어왔다

  그리고 이곳 주메이라 수크를 둘러보다 또 다시 부르즈 알 아랍을 보게 되었다. 이번엔 야자수 숲 사이로 빼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처럼, 호기심 많은 소녀처럼 그리고 막 잎이 피어 오르기 직전의 백합처럼, 마지막으로 메뚜기(두바이는 아랍어로 메뚜기를 뜻한다고 한다)를 뜻하는 것처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그리고 유일한 7성급 호텔이라는 수식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부르즈 칼리파가 현실감 없이 보인 탓도 있겠지만 두바이를 대표 하는 이미지는 부르즈 알 아랍이 아닐까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거대한 일탈이 시작되는 곳, 사막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는 무엇일까. 일탈, 바로 그것이 사막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이벤트이다. 그곳에는 기존이라는 것이 없다. 예외라는, 다소 비겁한 단어도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그림자도 없다. 오로지 완전하게 모든 것에서 일탈한 사막만이 우리에게 서있을 뿐이다. 어둠이 내리면 더욱 큰 거대함으로 전이하는 일탈의 무대, 사막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세시 반에 사막 투어를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암젓이라는 거구의 사내는 파키스탄 사람이었다두바이에서 태어났지만 분명히 파키스탄 사람임을 강조했고 자신도 두바이의 발전을 보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현재 부르즈 칼리파에서 시작해 에미리츠 몰까지 모든 땅에 있던 큰 건물은 불과 십 여 년 전 호텔딱 하나뿐이었다고 했다암젓과 나는 두바이의 위성도시인 샤르자까지 가서 한 무리의 영국인 가족을 태우고 다시 사막으로 향했다시내를 벗어나자마자 풍경은 단조로운 땅과 빛의 연속으로 이어졌다이것이 두바이의 얼마 전의 모습이었다사막투어를 하기 위해 모인 장소에는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각자의 지프들은 차바퀴의 공기를 조금씩 빼기 시작했고 나는 길거리 상인에게 까따라라는 아라비아 두건을 하나 샀다아라비아 로렌스누구라도 순간적으로 스치는 이름이었을 것이다차량은 곧바로 출발했다수 십대의 지프가 일제히 사막으로 들어가 저마다 앞서 달리는 장면은 색다른 장관이었다차들이 점점이 멀어져 가서 다른 사막 지대로 천천히 퍼질 때는 마치 나비가 사막에서 부유를 하는 것 같았다저마다 길을 정해 사막의 언덕을 넘고 또 미끄러졌다영국가족 중 엄마는 연신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과년한 딸들은 즐거워했다지프는 몇 개의 낮은 언덕을 올랐다가 다시 하강했고 옆으로 비틀어졌다가 어느 순간에 다시 번쩍이며 고개를 넘었다뒤따라오던 한 대의 차량이 이상하게 기울어지며 뒤집어질 뻔한 장면을 보여주었으나 암젓은 연출이라며 웃었다약 이 십 여분의 레이스가 끝나고 낮은 언덕에 차가 섰다

  우리는 모두 차에서 내려 모래 위를 걸었다. 비탈로 걸어 올라보았다. 발목이 스며들며 모래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 모래는 다시 다른 모래들을 조금 더 밀어냈다. 모래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바람이 조금 부는 사막은 모든 것을 공허감으로 꽉 채웠다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바람이 지나다니며 하루 종일 만들어 놓은 그림을 나는 그렇게 발로 밟고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사막이 허락한 나만의 그림이기도 했다영국인 가족들과 인사를 했다나이가 육십이 넘었지만 굉장한 메탈러였다그는 나에게 무엇이 프린트 된 셔츠를 입고 그들의 음악을 꼭 들어보라고 했다나는 아이언 메이든과 주다스 프리스트 그리고 더 나아가 유라이어 힙과 제쓰로 툴을 듣고 자랐다고 했다모두 영국의 밴드였다. 우리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음악 얘기를 했다. 

부유와 일탈 그리고 공허감과 자유. 그것이 결국 사막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프는 다시 차를 몰아 캠프장으로 향했다. 사막에서의 일몰을 간절하게 보고 싶었지만 태양은 미처 내가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가라앉아 버렸다. 밤이 빠른 속도로 찾아오고 몇 가지의 쇼를 본 후 캠프장에 마련된 저녁을 먹었다많은 사람들이 뷔페식단에 맞춰 한꺼번에 몰렸으나 어느 누구하나 급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다사막에서의 조급함이란 얼마나 저열하고 값싼 짓인지 모두들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말 인형을 뒤집어쓰고 연극을 하는 공연이 있었고 밸리 댄서가 춤도 추었다나는 조용히 뒤로 나와 밤하늘을 쳐다보았다사막에서의 일몰만큼 보고 싶었던 것이 사막의 밤별이었지만 하늘은 오늘 어두운 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사막이 허락하지 않는 밤하늘나는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오묘, 주메이라 모스크

  10세기경 이 지역에서 강력한 위세를 떨쳤던 파티마 왕조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두바이에 있는 300여 개가 넘는 모스크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주메이라 모스크. 주메이라는 아름답다는 아랍어로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수식이 뒤따랐을 것이다. 주메이라 모스크는 예외적으로 무슬림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곳으로 아침 10시부터 이슬람에 대한 간략한 강좌와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무슬림들에게 휴일인 금요일은 제외된다서둘러 아홉시 반에 도착했지만 입구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남성들은 반바지 차림으로는 입장이 안 되며 여성들은 복장에 대해 더욱 엄격하다여성들을 위한 스카프와 아바야 등은 대여가 된다투어가 시작되고 먼저 모스크로 입장하기 전 씻는 방법부터 설명을 해준다크게 엄숙하지는 않았지만 예를 갖춘 가벼운 의식이라고 봐도 좋았다내부로 들어갔다여행을 다니며 얼마나 수도 없이 이 안에 들어가서 눈으로 또는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는지 모른다모스크에는 원칙적으로 비무슬림은 입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도의 아즈메르미얀마의 만달레이 그리고 저 멀리 페루와 칠레의 국경지대에서도 외관과 제한된 내부만 바라보아야만 했었던 모스크.

  내부는 화려했다. 기둥부터 천장까지 어느 한 곳 세밀하고 정교한 무늬와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밋밋한 기둥에는 각을 주었고 천장은 도톰하고 둥글게 처리했으며 중간의 이음부분은 아치의 양식에 세세한 무늬를 주었다. 모든 것이 대칭과 분할로 이루어져 있었다이슬람교 자체가 그림이나 조각상 같은 것을 우상숭배로 규정일체 그러한 것들이 없었지만 모스크는 그 자체로써 건축이었으며 작품이었다중앙에는 텅 빈 공간만이 자리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다소 싱겁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으나 그는 그 커다란 여백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무슬림들의 미적 감각과 접근은 사막에서 모래와 별을 보고 자란 그들이었기에 정말이지 더욱 경이적이고 오묘했다그들은 무늬와 문양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한 시간 여 이슬람에 대한 설명과 질문응답 시간이 뒤따른다중간에 무슬림들의 기도 방법도 소개된다경건함이 묻어나는 그 시간엔 누구하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종교적인 자리였기에 안내자나 참석자들은 모두 개인적인 표현들은 삼갔다아부다비에는 이 주메이라 모스크를 뛰어넘는 모스크가 있다고 한다대칭과 분할 그리고 정교와 조화의 결정체인 모스크나는 언제가 진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카바 신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친다

기적이 현실이 되다, 팜 주메이라

  다시 팜 주메이라로 향했다. 10미터가 넘는 깊이의 해저에 모래를 쏟아 부어 건설한 대규모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 중 한 곳인 이곳은 사막에 국한되었던 척박한 땅을 바다로 넓힌, 그야말로 꿈을 현실화시킨 역사적인 공간이다. 야자나무 형태를 갖춘 인공섬 세 곳 중에 하나인 팜 주메이라는 세 곳 중 규모가 가장 작은 탓에 가장 먼저 오픈 될 수 있었다나머지 둘은 현재도 건설 중인데우주에서 만리장성과 더불어 보이는 유이한 구조물이며 300개의 섬으로 세계 지도 모양처럼 만들어질 더 월드도 건설 중에 있다고 한다팜 주메이라는 하나의 굵은 야자나무줄기와 16개의 가지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을 둘러쌓고 있는 11km의 긴 방파제는 초승달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복잡했다. 우선 지하철 레드라인을 타고 나킬Nakeel역에서 내린 후다시 트램으로 갈아탄 후 또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물론 섬으로 연결된 도로를 따라 차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모노레일을 타고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분명 두바이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먼저 나킬역에 내려서 멀리서 보아오던 두바이의 마천루 속을 거닐어 보기로 했다맨해튼의 거리처럼 우뚝 솟은 빌딩들 그리고 갖가지 다른 크기와 모양의 수 십 층짜리 건물들. 바닷물이 돌아나가는 수로에 있던, 모나코 해변이나 오클랜드 브릿지에서처럼 늘어서 있떤 요트들과 제트 스키들. 상업지구의 두바이는 멀리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더 거대했고 화려했다. 곳은 진정 빌딩의 박물관이었으며 세계의 건축설계사와 건축 디자이너들의 격전장이자 꿈의 무대였다다시 팜 주메이라로 향했다세 번에 걸쳐 교통수단을 달리해야 했지만 안내판이 잘 되어있어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다그리고 트램 구간에는 역마다 안전요원이 있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었다모노레일을 타고 바다를 건너 들어가는 또 다른 도시입구 주변에는 상당히 비싸다는 주거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월세 만 불 이상의 고급 빌라들로아직 미 입주된 집들이 많지만 집주인들이 품위유지를 위해 임대료를 절대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모노레일이 끝 지점에 다가설 때 정면으로 이곳의 또 다른 상징인 아틀란티스 호텔이 보였다. 벽돌색의 웅장한 호텔 외관은 모든 두바이를 보고 마침내 당도한 두바이의 마지막 정착지인 것 같기도 했고 또 다른 아라비안나이트가 열리는 새로운 관문 같기도 했다.  이 호텔은 세계에서 숙박료가 가장 비싼 호텔 톱 10에 든다고 한다두바이에 부르즈 칼리파와 부르즈 알 아랍이라는 거대한 상징이 있지만 아틀란티스 호텔을 품고 있는 팜 주메이라는 두바이의 상징이라기보다는 공허한 하늘로 향하지 않은사실상 두바이가 꾸어왔던 모든 꿈들이 집대성된 현장이다모노레일이 끝나는 지점엔 워터파크가 들어서 있었다육지에서 가장 먼 곳그리고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놀이공원팜 주메이라의 끝에 서서 나는 이곳이 두바이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했다이들은 상상속의 아이디어를 결국이렇게 거짓말처럼 완성하고 말았다무분별한 투자로 일부 공사가 중단되고 파산이 소출하는 업체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팜 아일랜드는 아직도 꿋꿋하게 건설 중이다화려함을 미리 보는 예지몽이거나 허영심으로 가득 찬 백일몽의 여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꿈 속에 머물기를, 부르즈 알 아랍

  부르즈는 아랍어로 탑이라는 뜻이다. 아랍의 탑, 나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택했다. 퍼블릭 비치에서도 보았고 메디나 주메이라 수크에서도 보았지만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부르즈 칼리파 정상에 올라 두바이 시내의 야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부르즈 알 아랍의 야경과 퍼블릭 비치의 해변 그리고 페르시아만의 바다가 가지고 있는 조합은 나를 더욱 그곳으로 이끌었다게다가 그곳에서의 선셋이라면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해가 바다 뒤로 넘어가려는 시점마침 당도한 시간은 적당했다사람들은 바다에서 나와 그저 해변에 앉아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단순하게 해변을 뛰는 사람도 있었고 단체로 석양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가족도 있었다사람들은 그렇게 그냥 바다가 보이는 백사장에서놀았다부르즈 알 아랍은 해변의 끝에서 그들과 함께 있었다. 

  해가 지자 부르즈 알 아랍이 색을 입기 시작했다. 보라와 분홍, 초록과 노랑 그리고 하늘과 군청 등 여러가지 색들이 호텔을 감싸며 빛을 발했다. 하늘은 이미 같은 색들로 빠르게 번져간 이후였다. 낮 시간보다 더욱 찬란하게 보이던 부르즈 알 아랍내가 보아왔던 현시대의 그 어떤 구조물보다 부르즈 알 아랍은 위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환상적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격이 낮았다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조용히 흔들리던 야자수나무에서 들리던 작은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과 함께 할 수 있었다두바이에서 보고 느낀 것이 모두 이 시간에 들어있었다그들이 준 평화의 시간 혹은 꿈같은 공간저 멀리 이슬람 사원에서 아잔Adh?n(이슬람교에서 예배의 시각을 알리는 육성에 의한 부름)의 소리가 대지에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