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산동성] 우리는 이제 새로운 산동으로 간다!



산  동  성
제남과 치박

  지금까지의 산동성 여행은 칭다오맥주로 익숙한 중국 속 작은 유럽 청도와 중국의 오악 중 으뜸이자 천하제일신이라 불리는 태산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서울에서 부산 간의 비행거리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마음은 멀기만 했던 산동.

그 땅에서 이제 막 싱그러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봄꽃 같은 여행지 제남과 치박을 찾았다.


濟南_제남
有朋自遠方來不亦樂呼
유붕자원방래불역열호
 산동성을 방문하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로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산동 사람들은 외지에서 찾아 온 손님을 매우 반기는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손님이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흑호천

 숙소를 나와 골목을 잠시 걸으니 계절이 의심스럽기만 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막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는 때이지만, 길가에 펼쳐진 노천탕은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지하에서 솟아 나오는 물의 온도는 18도로 계절에 상관없이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한 겨울에도 물속은 따스한 온기를 유지한다. 버드나무가 길게 드리워진 산책로 사이로 샘이 운하를 이뤘다. 지난 밤 멋진 야경을 자랑하던 해방각 주위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샘물을 긷는다. 오늘 하루 온 가족이 함께 밥을 지어먹고,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길어가는 풍경은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 온 이곳의 일상일 것이다. 유람선을 타러 가기 위해 산책로를 걷다가 호랑이 상을 만났다. 용맹스러운 표정의 호랑이들이 샘물을 지키고 선 모습. 다리 위에 올라 물방울이 솟아오르는 광경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물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 마치 호랑이가 외치는 소리와 같아서 흑호천이라 불리게 됐다는 그 소리가 물길을 따라 흐른다.


대명호

  도시의 틈을 유유히 흐르던 유람선이 수문을 지나 호수 앞에 다다랐다. 호수의 입구를 알리는 다리 위 난간에 선 사람들이 지나가는 일행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다리를 통과하자 드디어 호수는 가려졌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72개의 샘이 저마다 흘러들어와 이곳에서 거대한 호수가 된 대명호. 청나라의 문인들은 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읊었다. 


‘사면이 연꽃이고 삼면이 버드나무로 덮였네. 절반은 도시요, 절반은 호수로다.’

 번화한 도시의 품에 포근히 안긴 채 잔잔히 그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아늑한 풍경에 여행의 노곤함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다. 천연 그대로의 호수 위로 안빈낙도가 그리운 사람들이 스스로 마련했을 인공의 공간들이 발걸음을 이끈다. 한때는 청나라의 건륭제가 머무르기도 했던 대명호를 찾은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또 이곳에서 특별하다. 이만큼의 안식과 평화를 매일같이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연꽃이 만발해있을 풍경이 또 다른 여행을 마음속에 그리게 한다.


곡수정거리

  대명호 남문을 나오니 맞은편에 곡수정거리가 길을 안내한다. 작은 못 너머로 색이 바랜 회색 벽돌 옛집들과 큰 장대를 들고 통통배를 젓고 있는 사공, 그리고 샘물 앞에 앉아 빨래를 빨고 있는 아낙의 모습이 이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제일 먼저 들려준다. 특별히 가공된 과거가 아닌 이곳 사람들에의해 자연스럽게 유지되어 온 평범한 일상들이 이제는 민속거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인지 소소한 풍경 하나하나도 괜히 더 정겨워 보인다. 집집마다 샘물이 있고, 곳곳마다 버드나무들이 서 있는 곡수정거리는 좁은 골목들로 이어지다가 또 하나의 이색적인 풍경을 꺼내어놓는다. ‘왕부지자’라는 이름의 인공호수. 집과 집들 사이에 마련된 이곳에서 속옷만 대충 걸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멱을 감고 있다. 그저 몸을 담구고 한가로이 앉아있는 사람, 떼를 지어 수영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진지한 표정과 숙련된 자세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연세 지긋한 어른들의 놀이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마을 노천탕, 세상에 이렇게 운치 있는 수영장이 또 있을까.


부용가

  곡수정거리는 또 하나의 옛 거리로 이어진다. ‘부용가’라 불리는 이 거리는 금과 명 그리고 청나라 때의 전형적인 상업거리이자 문화거리로 문인들이 술을 마시며 시를 읊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깔끔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이 넘쳐나는 먹자골목으로 그 이름을 이어가고 있는 곳. 밤에 가야 제대로 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지만,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비교적 한가해보이던 거리에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점 앞에는 하나둘 줄이 늘어서고, 사람들의 손에는 각양각색의 먹거리들이 들려졌다. 

 
 

중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꼬치는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이 대형 기계를 통해 구워지고 있고, 한쪽에서는 젓가락으로 메뚜기나 누에고치와 같은 작은 곤충들을 들고 굽느라 여념이 없다. 먹거리의 종류는 그야말로 셀 수조차 없다. 전통적인 먹거리에서 요즘의 트렌드에 맞춘 예쁘장하고 아기자기한 음식들까지. 이곳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보려면 한 달도 부족하지 않을까. 몇 가지 음식 맛을 보고 깜찍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과일 음료를 사서 부용가를 빠져나왔다. 눈앞에 새롭게 펼쳐진 제남 최고의 번화가는 부용가가 제남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는 통로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淄博_치박
실크로드가 시작된 고도의 품격 주촌고상성의 옛 거리 속에서 화사한 무늬를 수놓은 실크의 향연이 펼쳐진다. 박산의 거리는 도자기와 유리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운집해 길 위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장인들이 연출해놓은 쉬이 눈을 뗄 수 없는 값진 풍경들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도시의 명성과 품격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제산은 웅장한 병풍이 되어 그 모든 것들을 말없이 지켜낸다.

주촌고상성

  주촌고상성으로 들어가는 길, 뜻밖에도 한글 안내문을 마주했다. ‘1,365m의 대가, 진한 시기에 시작되어 당과 송나라 때 그 모습을 갖추었으며, 명·청 시기에 번영을 이루었다. 1904년 주촌이 대외에 개방되었으며, 여러 유명 상가들이 운집하여 한때 극히 번영했다. 대가는 크지 않으나 날마다 되로 금이 들어온다.’ 그리고 대가를 걷다가 커다란 비석에 새겨진 또 다른 글씨를 발견했다. ‘금일무세, 오늘은 세금이 없다’ 주촌고상성과 치박은 이 두 가지 이야기들로 설명될 수 있는 곳이다. 중국 최고의 비단을 생산해 실크로드라는 거대한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고, 그 명성은 최근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리화시’라는 인물은 스스로 이 마을의 세금을 모두 부담함으로써 각지의 부자들을 끌어 모아 이곳을 중국 역사상 최초의 보세구이자 천하의 재화가 모여드는 교역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주촌고상성은 우리가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가 아닐까. 둥근 해가 먼 하늘에서 주촌의 작은 마을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진다. 하지만 그 해는 내일도 어김없이 이곳에 환한 빛을 내려줄 것이다. 기나긴 세월 그래왔듯, 내일도 또 그렇게.


제산

  ‘제산’ 두 글자가 펄럭이는 깃발 아래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준비된 전동카를 타고 도착한 곳은 춘추호. 가뭄 때문인지 물이 말라버린 호수 위를 출렁다리를 통해 건너가면 이 마을의 특산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늑대의 가죽이 걸려있는 상점과 특이한 얼굴 형상을 한 돌조각, 53도의 특산주를 파는 제산술방과 대장간, 그리고 직접 만들어 파는 제산 전병가게까지. 제나라의 전통이 느껴지는 이 마을에서 얻어가는 건, 사람들의 따스한 인심과 순수한 마음이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 홀로 덩그러니 놓인 작은 절과 폭포가 나타난다. 제산 4경 중 하나인 관음폭포, 해발 700미터의 이곳에는 자연 형성된 관음굴이 있는데 동굴 안에는 배가 다닐 수 있는 천연호수가 있다고 한다. 좁다란 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사람 한 두 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등산로 아래는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커다란 절벽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풍광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왜 제산이 산동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모습은 제산의 또 다른 4경들로 이어진다. 산의 정상에 가까워졌음을 느끼자 성벽이 나타난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와 노나라의 경계가 되었던 이곳, 성벽 너머로 뾰족뾰족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룬 그 땅은 노나라의 땅이었다. 인근에서 산사람들을 만났다. 잠시 쉬어가는 사이, 그들이 삶은 달걀과 따뜻한 죽을 내온다. 하산하는 길의 백미는 백 미터 나무구름다리, 천계이다. 225개의 계단이 절벽 사이로 가파르게 꼬불꼬불 이어진 계단을 내려와 뒤를 돌아보면 더욱 아찔하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제왕의 맥, 제문동. 오묘한 형상의 동굴 사이로 나타나는 깊은 산골짜기의 풍경 앞에서 명산의 위엄과 고독을 맛본다. 그것은 아마도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숨결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만 같다.


개원동굴

 ‘산동제일동’이라는 개원동굴.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이 동굴은 자연이 창조해낸 예술품과 그 창조물들을 좀 더 아름답게 꾸미려는 인간의 노력이 만나 색다른 분위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돌고래, UFO, 박쥐떼, 정원, 피사의 사탑 등 뜻밖이지만 낯설지 않은 모습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달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관람을 하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첨단기술의 화려함이 융합된 나름의 새로운 시도가 흥미롭다.


중국제일유리공예전시관

  치박은 예로부터 유리공예가 발달하여 중국 유리 산업의 메카로 손꼽힌다. 아주 작은 장식품에서부터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화병에 이르기까지 생산되는 제품도 무척 다양하다. 치박시 박산구에 위치한 유리공예 전시관에는 이 지역의 유리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과 현대의 유리 예술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어 아름다운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으며 또한 직접 유리공예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