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협곡에 떨어진 가을햇살 청송

협곡에 떨어진 가을햇살 청송

우거진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가을의 햇빛 조각을 밟고서 거대한 협곡 사이를 걸어간다.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낙엽과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 가파른 계단과 오르막을 힘써 오른다. 문득 돌아본 뒤에 펼쳐진 광활한 가을. 당나라의 주왕이 숨어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주왕산 국립공원. 경상북도 청송에 위치한 임산으로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한국의 3대 암산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4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을 자랑하는 트레킹 코스로 많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단풍이 붉어지는 가을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주왕산 트레킹은 주방계곡을 따라 걷게 되며 주변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절벽과 거대한 협곡 사이를 지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 된 만큼 그 깊은 산세를 품고 있는 보물 같은 풍경이 한가득이다. 코스는 총 8개이며 각각 난이도와 소요시간이 다르지만 굳이 정해진 코스를 따르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구간을 선택해 걸어도 좋다. 트레킹코스는 최소 2시간 반에서 최대 6시간까지 다양한 편. 여유가 있다면 트레킹을 끝내고 하룻밤을 이곳에서 더 머무르는 것도 좋다. 인근의 주산지와 청송읍까지 함께 둘러보면 그야말로 완벽한 가을 여행이 될 것.

천년고찰
대전사

신라 문무왕에 의해 의상대사가 참건한 이곳 대전사는 주왕산 국립공원의 입구라고 볼 수 있다. 보통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이곳은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가 있는 대전사 때문에 문화재 관람료의 명목으로 입장료를 걷고 있다.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명부전을 포함해 응진전, 신령각과 국가지정 보물 1570호인 보광전이 있다. 사찰은 넓지만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는 곳 치고는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곳. 본래는 매우 큰 절이었으나 여러 차례 화재가 일어나 상당 부분이 손실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사찰 뒤에 배경으로 자리한 암산의 위풍당당한 풍채가 앞으로 보게 될 트레킹코스의 예고편인 듯 멋스럽다.

가울 트레킹의 시작
거꾸로 주봉코스

대전사에서 빠져나와 갈 수 있는 길은 3곳,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 주방계곡을 따라 폭포 쪽으로 가는 길 그리고 바로 주왕산으로 오르는 길, 어디든 원하는 곳을 선택해 가면 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주방계곡 코스로 발을 디딘다. 길은 생각 외로 잘 닦여있고 그저 평평한 흙길을 걷는 느낌이라 가족단위 혹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충분히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말 그대로 완벽한 트레킹코스, 왼편에는 기하하적인 무늬와 주상절리와 기암절벽이, 오른편에는 주방계곡과 앞쪽으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산맥과 암산이 보인다. 주왕산 국립공원을 걷는길, 가을날의 햇살이 적절하게 떨어져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날씨. 눈앞에 보이는 풍광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색을 띠고 있다.

산속의 작은 비밀
주왕암과 주왕굴

주왕산 깊숙한 곳에 비밀스레 숨어있는 주왕암. 주봉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주왕임을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나무에 반쯤 가려진 주왕암의 작은 일주문이 보인다. 기와를 뒤덮은 이끼 때문인지 주왕암과 자연이 마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주왕암은 대전사와 함께 창견되었으며 주왕의 혼을 위안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경내는 작고 협소하며 암자도 몇 개 없지만, 불심에 크기와 숫자는 중요하지 않는 법. 충분히 경건하고 고요하다. 일주문과 마주 보고 있는 암자 뒤편으로 들어가면 빛이 닿지 않은 어두운 협곡이 나타난다. 습기에 축축해진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끼가 가득 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상절리와 가파른 암벽에 자리한 주왕굴을 볼 수 있다. 신리 때 주왕이 피신 와서 머물렀다 하여 주왕굴이라고 불리는 이곳 천장에는 연등이 매달려 있다.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크기, 위에선 쉴 새 없이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주왕이 물로 세수를 하다 발각되어 마장군이 쏜 화살에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던데, 진실에 한 표를 던진다.

협곡 사이에서 만나는
용추폭포

세 개의 폭포 중 가장 첫 번째로 만난 제1폭포 용추폭포는 거대한 협곡 틈 사이로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다. 폭포 주변까지 데크로 길이 잘 놓여 있어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용추폭포는 용꼬리라는 뜻으로 총 3단 폭포로 구성되어 있다. 암석으로 인한 굴곡이 많아 폭포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길을 따라 협곡 위까지 올라가야 한다. 상단에 위치한 1단 폭포 아래에는 선녀탕이라 불리는 돌개구멍이 있고, 여기에서 흘러간 물줄기가 2단 폭포 아래에 있는 돌개구멍인 구룡소로 떨어진다. 협곡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폭포가 바로 마지막 3단 폭포. 용추폭포는 일반적으로 일렬로 쏟아지는 여타의 다른 폭포와 달리 폭포수가 차근차근 내려온다. 크기는 생각 외로 작지만 힘차게 쏟아지는 시원한 소리와 주위의 웅장한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진다. 예로부터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겼던 곳 답게 주변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산맥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까지 느껴진다. 3개의 폭포 중 가장 인기 있는 폭포인 용추폭포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여행객들이 머물러 있다. 폭포의 물줄기를 거꾸로 따라 걸어 올라가면 다음 장소로 이어진다.

숲 속에 숨어있는
절구폭포

절구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코스에서 잠깐 샛길로 빠져야 한다. 외진 길을 따라가다보면 깊은 숲속에 조용히 흐르는 개울과 마주하게 된다. 폭포로 가는 길목에는 나무가 많고 잔뜩 우거져 있어 하늘이 온통 나뭇잎으로 가려져 있다. 이렇듯 깊은 숲과 개울을 따라 걷다 보면 절구폭포가 나타난다. 폭포가 있는 이곳만 하늘이 뻥 뚫려 있어 오묘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절구폭포는 2단으로 구성된 폭포로, 절벽 위 1단 폭포 밑에는 돌개구멍이, 2단 폭포 아래에는 폭호가 자리하고 있다. 1단에서 한번, 2단에서 한번 계단처럼 떨어지는 물줄기의 모양새가 생각 외로 거침없다. 땀에 젖은 이마를 시원하게 만들어주기에 알맞은 편. 절구폭포는 유일하게 폭포 바로 밑 소까지 다가갈 수 있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물가에 잠깐 손을 담가본다. 시린 가을 계곡물이 차갑고 밝게 일렁인다. 이곳에서 한두 시간 걷다가 지친 몸을 쉬어가기로 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숨을 돌릴 수 있으니 잠시 머물다 가기에 그만이다.

웅장하게 쏟아지는
연폭포

용연폭포는 주왕산 일대의 폭포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폭포다. 두 줄기의 낙수현상으로 쌍폭, 혹은 용폭이라고도 불리며 2단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물줄기 소리가 우렁차다. 위쪽에 위치한 1단 폭포보다 아래에 있는 2단 폭포가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미끄럼을 타듯 빠르게 내려오는 폭포수는 강우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웅장함이 더해진다 하니 비온 뒤 주왕산을, 특히 용연폭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1단 폭포 양쪽 벽면에 각가 3개의 하식동굴도 관찰할 수 있는데, 자연스레 생긴 동굴치고는 단면이 부드럽다. 폭포를 구경하고 후리메기삼거리로 가는 길, 오던 길과 다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돌아가야 한다. 가을에 몰리는 인파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가메봉까지 코스를 잡았다면 내려가지 말고 계속 직진하면 된다.

햇살이 녹아내린 숲
후리메기삼거리

후리메기삼거리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숲길이다. 나무뿌리와 바위를 밟고 걷다 보면 숲 한복판에서 찬찬히 흐르는 계곡과 다리를 만난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나뭇잎에 투영된 햇빛 때문에 주변은 온통 따뜻한 빛깔로 젖어있다. 걷는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 길이 복잡하거나 험하지 않아 그저 계곡을 옆에 끼고 숲을 즐기며 걸으면 되는 것. 마냥 계곡에 앉아 흐르는 물과 숲을 바라보고 싶은 유혹을 겨우겨우 이기고 이 길을 지나간다. 후리메기삼거리를 걷다 보면 주왕산과 가메봉, 대전사로 다시 돌아가는 표지판을 만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가메봉까지 갔다가 돌아와도 좋지만 여유가 없다면 칼등고개를 지나 바로 주왕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산맥을 따라 가는 길
주왕산

주왕산 국립공원의 트레킹코스 안에 주왕산이 있다. 주왕산으로 오르는 길은 후리메기삼거리에서 조금 더 걸어들어가다가 갑자기 시작한다. 굳이 말하자면 주왕산을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칼등고개를 먼저 오른다고 볼 수 있다. 갑자기시작하는 가파른 계단을 따라 계속 오르고 오르다 보면 도착하는 정상. 말이 정상이지 그 지점이 바로 주왕산에 이르는 산맥의 시작이다. 칼등고개에서 산맥의 능선을 따라 여러번 오르내려야 주왕산 정상에 도착한다. 걷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길이 험하고 좌우로 낭떠러지가 펼쳐져 계속해서 발밑을 신경 쓰며 걸어야 한다. 애써 오른 주왕산 정상은 생각보다 휑하다. 멋진 전망을 상상하며 올라온 정상에는 그저 주봉 726미터라고 적힌 비석만 있다. 잠깐 땀을 식힌 후 다시 반대편 길로 내려간다. 그리고 비로소 하산길에 이르러서야 주왕산에 올라야 할 이유와 마주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목에 보이는 기암괴석의 웅장함과 암산의 부드러운 산맥. 몇 그루의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황금빛 물결치는 밭의 풍경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으 로 풍요롭다. 내려가는 길 내내 마주한 풍광, 마치 수놓은 듯 섬세한 가을의 모습이 눈 앞에 끊임없이 펼쳐진다.

아침 안개의 몽환
주산지

이른 새벽, 일출과 함께 아침 안개를 만나기 위해 새벽 같이 숙소를 나와 주산지로 향했다. 주산지는 주왕산 국립공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입구에서 주산지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거리. 조선 경종 원년1721년에 인위적으로 만든 농업용 저수지라지만, 저수지 물에 잠긴 왕버들 덕분인지 저수지를 둘러싼 나무와 산맥 덕분인지, 비밀에 휩싸인 작은 호수처럼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차가운 새벽빛과 마주한 수면 위로 희미하게 피어오른 안개. 누군가 입김을 후 불 듯, 천천히 밀려나가는 안개는 금세 사라진다. 그러다 다시 햇빛이 닿는 자리에서 다시금 피어오른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수면에 반짝이는 햇빛과 일렁이는 물결, 가장자리로 밀려나 사라지는 안개의 모습이 몽환적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완벽한 하늘과 태양, 그리고 주산지와 왕버들. 마치 수채화를 보듯 맑은 풍경과 함께 아침이 다가온 순간.

만남의 장소
소헌공원

청송읍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간 소헌공원.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운봉관과 마루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외씨버선길에 속해있기도 한 이곳은 용전천을 마주하고 있다. 소헌공원은 운봉관과 찬경루 그리고 연못과 송덕비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가 있는 건축물이지만 공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청송시민 모두가 이곳을 애용한다. 운봉관의 마루는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쉬어가는 휴식 장소. 마치 여기에서 만나기라도 한 듯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나치는 이들도 있다. 가볍게 들러 주변 경치를 보며 쉬어가기 좋은 곳.

배움의 미학
청송향교

청송읍 위쪽에 위치한 청송향교. 세종 8년 현유의 위패를 봉안·배향하고 지방의 백성들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 되었다. 향교 정면에는 누각인 청아루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아래를 통과하여 향교 마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중앙에는 강당인 명륜당이 놓여 있고 그 뒤편으로 사당인 대성전이 있다. 대성전은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제례를 거행하는 공간이라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청송향교에서는 아직도 옛 선인의 인본을 가르치고 있다.

천천히 걸어가는
외씨버선길

외씨버선길은 한국의 대표 청정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을 아울러서 만든 길이다. 이 4개의 길이 합쳐지면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 나오는 외씨버선과 같다하여 외씨버선길로 불린다. 이중 청송은 외씨버선 1길과 2길에 속해있으며 주왕산에서부터 시작해 소헌공원과 청송한지체험장 등을 지난다. 용전천을 따라 걷는 길의 풍경은 확 실히 색다르다. 자연과 현대, 그리고 과거가 함께하는 청송을 만날 수 있는 길. 외씨버선길을 전부 걸을 수는 없겠지만 그 일부만이라도 잠깐 걸어보는 건 어떨까.

우송당友松堂

용전천을 마주보는 자리에 위치한 우송당은 망미정 근처에 있다. 고종 때 도정 윤두석 선생이 용전천을 거닐며 자연을 감상하던 곳으로 그의 손자 윤상영이 그 뜻을 기리기 위해 1688년에 건립한 정자라고 한다. 이곳 역시 주위에 우거진 소나무와 우송당, 그리 고 용전천 건너편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망미정望美亭

1899년 청송부사 장승원이 건립한 작은집으로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뜻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용전천의 기암절벽 위에 자리잡아 서쪽의 현비암과 그 뒤로 펼쳐지는 산맥의 절경이 특별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예로부터 매우 아름다워 달밤이면 그윽한 퉁소 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정자의 크기보다 더 큰 풍경을 품은 망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