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감성여행

[ 관광지 ] [고흥]반도여 우주를 노래하라

[고흥] 반도여 우주를 노래하라

반도,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이 땅의 이름이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 먼 곳에서부터 온 물이 3면의 땅에 닿으면 비로소 그곳은 반도가 된다. 한반도가 품은 땅 끝, 그 먼 곳에서 다시 하늘을 향해 우주를 바라보는 있는 고흥이 들려주는 이야기. 바다의 끝에 서면 아니, 돌려 말하면 바다가 보이는 지점의 끝에 서면 어쩐지 벅찬 감정이 밀려온다. 그 감정은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때로는 잔잔하게 다가오는 물결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너나 없이 그렇다. 우리 땅에는 반도가 몇 곳 있다. 태안과 변산 그리고 고흥. 하지만 남도의 끝에서 느끼는반도의 이미지는 훨씬 더 멀고 잡히지 않을 것처럼 안타까우며 그래서 더욱 가슴에 묻고 싶어진다. 고흥은 남해를 가득 품고 있다. 남쪽 끝에 있어 멀지만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땅. 남도 해안을 떠올리면 여수와 순천 또 해남과 목포가 생각나지만 조금 뒷전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고흥은 반도의 덕목, 마치 끝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것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고흥의 사람들처럼 좋은 웃음을 하고 말이다.

나로우주센터&과학관

고흥은 우주의 고장이다. 나로호가 발사된 이후로 우주는 대한민국과 가까워졌고 그 책임을 고흥반도에서도 육지와 이어진 동편 최남단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가 맡고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외나로도 길의 끝에 위치하고 있기에 이곳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차량 이외에는 다니지 않아 호젓하고도 한적한 길을 지날 수 있다. 바다가 힐끗 보이는 산을 굽이굽이 지나면 우뚝 솟은 거대한 대한민국 로켓의 상징 나로호의 모형이 보인다.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우주센터 과학관도 같은 부지 내에 있어 다소 먼 길이지만 충분히 하루를 할애해서 다녀오면 좋다. 과학관에서는 상설전시는 물론 기획전시와 특별전 등을 통해 최첨단 우주과학을 손쉽게 만져보고 즐길 수 있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주과학 원리를 직접 실험해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3D영상과 4D영상 시스템까지 갖춰 시각적인 이해도 돕는다. 과학관이라기보다는 우주센터 전체가 박물관인 셈. 고흥 최고의 방문지이다.

별에서 온 그대, 고흥우주천문과학관

흥우주천문과학관은 국내 대부분의 천문과학관이 깊은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차량 진입이 쉽지 않은데 비해 200여 미터의 나지막한 산에 있어 접근이 쉬운 편이다, 잘 닦인 2차선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으며 정상에 올라 과학관에서 바라다보는 다도해의 모습은 절경, 장관 혹은 예술이라는 말을 모두 합쳐도 모자를 정도이다. 고흥은 바다에 접해 있지만 산들도 유난히 많아 사방을 둘러보면 높다란 산들로 빼곡하고 사방에 보성, 완도, 강진, 장흥 그리고 득량도를 비롯해 여러 크고 작은 섬들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곳이 어쩌면 고흥 최고의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야말로 고흥반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 2011년에 개관한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의 핵심은 60석 규모의 천체투영실에서 3D영상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고 무엇보다 관측실에서 800mm 초대형 망원경과 200mm 망원경 8대로 태양의 흑점과 달은 물론 토성, 목성, 금성 등 태양계 행성들을 실감나게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실에는 1943년에 고흥 두원 지역에 떨어진 운석을 비롯해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계절별로 어린이들을 위한 눈높이 맞춘 프로그램도 특별 편성되고 있어 방문객들은 연중무휴로 언제든지 별을 보고 싶다면 찾아와도 좋다. 야간의 별 관측을 위해선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날씨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이곳에서 서쪽의 섬들을 넘어 가는 해를 보고 깊은 밤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하늘의 별을 본다는 것, 어쩌면 그때 어디선가 나타 난 별에서 온 그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커피의 모든 것, 커피사관학교

고흥과 커피, 이 두 가지의 생소한 조합은 의외로 참신하다. 고흥을 여행하다 보면 사람들의 품성을 이곳저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인정이 많고 묵묵한 맛이 그것이다. 고흥 사람들은 크게 말하지 않고 조용하며 남을 배려한다. 그 묵묵함이 묵직한 커피향과 만났으니 어찌 어울리지 않을까. 커피사관학교는 국내 최대 규모는 물론 최초의 커피 재배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한국의 땅에서 커피 재배는 무모한 시도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재배에 성공, 이곳에 커피에 관한한 모든 것을 펼쳐놓았다. 교육부터 생산 그리고 가공과 판매, 관광과 체험까지 6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커피사관학교는 농장에서 생산한 100% 국내산 원두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로 운영되는 커피마을과 커피 재배 하우스는 화사한 빛이 통유리 창으로 쏟아지는 석촌문화마을 언덕에 위치하고 있으며 멀지 않은 거리에 폐교로 방치되었던 과역동 초등학교를 커피사관학교로 변경해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본관 1층에서는 직접 로스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교육청의 정식 허가를 받아 바리스타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하니, 고흥에 온 커피 마니아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이 커피사관학교이다. 학교 뒤편에 숙박시설도 겸하고 있으니 커피와 함께 하고픈 사람이라면 하루쯤 시간을 온전히 내도 좋은 곳. 우리나라의 커피소비량은 전 세계의 2%를 조금 넘는다. 그렇게 커피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고흥에 이런 카페가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아니있어야 한다. 연중무휴이므로 문이 닫혀 있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고흥 예술의 거점, 남포미술관

고흥은 흔히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주 많이 있지는 않지만, 고흥이 주는 자연만으로도 이 수식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어디라도 프레임을 걸면 그것이 바로 그림이요 그곳이 또 배경이기 때문이다. 봄에는 노란색을, 여름이면 초록을, 가을이면 낙엽 빛깔 그리고 겨울이면 순백의 그림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도 같은 표어를 쓰고 있지만, 누가 먼저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두 맞는 말. 고흥의 동쪽 바닷길인 77번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나오는데 그곳을 지나면 남포미술관이 있다. 자그마한 주택가 사이 예전 영남중학교였던 폐교를 활용해 건립한 남포미술관은 2005년 개관해 어느덧 12년째를 맞고 있다. 남포미술관은 4개의 전시장을 비롯해 공연장과 창작 교육실 등을 갖추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생활 친화적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 판화, 드로잉 등 현대미술작품 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어 작품 소장량도 적지 않고, 고흥지역은 물론 호남과 기타 지역 출신의 작가들까지 콘셉트에 맞게 작품을 콜렉팅 해 작지만 강한 예술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어느덧 고흥의 명소가 됐다. 시기별로 특별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다. 후원회를 통해 기부 형태로 진행되는 남포미술관의 관람료는 고맙게도 무료.

치유와 희망의 공간, 국립 소록도 병원

녹동항에서 소록대교를 넘으면 소록도에 닿는다. 작은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아직도 간간이 사슴과 마주칠 수 있는 곳. 이 아름답고 어여쁜 섬은 그러나 오랫동안 한과 눈물의 땅이었다. 한센인들이 강제 이주해와 숨어 지내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곳.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단 몇 줄의 글로 옮긴다는 것이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섬 전체가 병원 시설의 일부이며 아직도 한센인이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차장에 내려 바다가 보이는 나무 데크를 따라 호젓한 걸음도 잠시, 병원 내에 들어서면 숙연해지는 마음 어쩔 수 없다. 부지 내에는 한센병 자료관을 비롯해 중앙공원과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각종 시설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간략하게나마 그들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이곳을 방문해 이들을 축복하고 사랑을 전했다. 올해는 소록도 병원 개원 100주년이 되는 해다.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이 가능하다.

구원의 공간, 아기사슴성당

정상의 동산에 위치한 관사에서 바라다보이는 고흥 반도의 전경은, 이곳이 종교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상업적인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멀리 녹동항과 여객선 터미널이 보이고 고흥의 산과 들판 그리고 잘 정돈된 초록의 잔디와 푸른 바다에 정박한 배들이 남해의 넉넉함과 맞물린 모습. 정말이지 고흥의 아름다움은 곳곳에 너무나 많다. 소록도 병원에서 나와 동쪽의 언덕으로 향하면 아기사슴성당이 나온다. 이곳은 한센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으로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형벌에 대해 신께 끊임없이 기도했고 그 속에서 꺼지지 않는 사랑을 갈구했으며 이를 통해 진실로 구원받았다. 이들과 신 사이에 아기사슴성당이 있었던 것이다. 성당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성당 내부는 양옆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빛에 어려 엄숙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내부의 목재는 흰색과 포도주 색상의 나무들로 조화를 중시해 지어져 엄숙함을 더했다. 아기사슴성당의 특기할 점은 우리나라 최초로 정면에 돔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한 곳이라는 점인데, 정면의 십자가는 예수님의 고통을 뜻하는 붕대로 감겨져 있어 무척 특이한 모습이고 하단의 초록의 소록도와 푸른 바다는 영원한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아직도 실제 미사가 진행되는 종교 시설이므로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님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방문 전 미리 연락을 해두는 것이 필수.

해변의 마침표, 거금도

고흥의 바닷가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멀고도 먼 고흥에서 또 소록도를 지나 거금대교를 타고 거금도의 끝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금도에는 연소, 익금, 금장 등의 해변들이 있는데 저마다 한적하고 조용해 고흥반도 바다의 호젓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이곳이 거의 성지에 가깝다. 거금도는 원래 큰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뜻이지만 정작 거금도에서는 금이 생산되지 않는데 아마 그 이름은 태양이 비치는 따뜻한 바다의 금빛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금도의 끝에 있는 오천몽돌해변까지 금산 해안 드라이브 길을 따라 달리면 한눈 가득 다도해가 들어오고 이 루트는 가뜩이나 완벽한 고흥 여행에 방점을 찍는 것이기도 하다. 멀리 무인도인 준도가보이고 그 너머에 시산도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해안가 마을이 전혀 부럽지 않은 풍광. 안전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마음껏 고흥의, 남해의 그리고 우리 땅의 바람을 마신다. 파도소리와 함께 작은 몽돌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바다가 들려주는 실내악처럼 들린다. 호젓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고흥은 진정, 천국이라는 생각이 미치는 순간이다.

팔영산 아래, 능가사

고흥을 떠나기 전, 능가사에 들린다. 벅찼던 고흥 여행을 조금 진정시키고자 한다면 조용한 아침의 산사만큼 제격인 것은 없다. 대한 불교조계종인 송광사의 말사인 능가사. 원래는 보현사라는 이름이었지만 정유재란 때의 소실 이후 한자는 다르지만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명산을 ‘능가’한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 고흥 10경 중 제1경인 팔영산 아래에 있어 능가사에 들어가면 팔영산의 8개 봉우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420년 신라 눌지왕 4년에 아도阿道가 창건했고 당시 전국 10대 사찰에 들 정도로 명찰이자 고찰로, 전국 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중에 있지만 이 능가사만큼은 유독 땅과 맞닿아 있다. 능가사는 현재에도 구례 화엄사, 순천 송광사, 해남의 대흥사와 더불어 호남의 4대 명찰로 불린다. 부지가 넓지만 사찰 건물은 보물인 대웅전을 비롯해 범종각, 천왕문과 신식으로 지어진 종무소 그리고 요사채 등이 전부. 절 뒤편에 있는 능가사 사적비는 300여 년 전에 건립한 것으로 불교의 유래와 절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우수한 작품이기도 해 근래에 와 특별 보존을 하고 있다. 대웅전 앞뜰에는 동백나무가 가득하고 한 가운데는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오롯하게 자라고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능가사. 불사를 통해 부지를 넓혔을 법도 하지만 이토록 규모를 넓히지 않은 것은 아마도 이곳 능가사가 고흥의 그런 순박한 모습을 제대로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언제 다시 고흥을 찾는다면 그 그림자가 한양까지 비춰 이어졌다는 팔영산에 올라 능가사를 한꺼번에 담고 싶은 심정뿐이다.